널 만난 후, 봄

조회수 3155 추천수 1 2015.06.25 16:28:53

보민아.

'월간 보민' 일주년이 되면 네게 꼭 편지 한 통 써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이제서야 편지를 쓴다.

얼떨결에 엄마가 되고, 그저 어둡기만 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어두워서 좋은' 시간들이 쌓이니

어느새 '널 만난 후, 봄'이라고 뻔뻔하게 말하고 다니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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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시로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기를 되풀이하는 나 같은 사람은 엄마랑 참 안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이젠 네가 '엄마!'하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응?' 하고 돌아보고 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참 신통방통한 일이야.

 내가 너와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자신없는 소리로 투덜거렸을 때, 한 선생님이 일러주시더라. 아이가 태어나는 건, 내 선택이 아니라 아이의 선택이라고. 아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나를 부모로 선택한 거라고. 이런 든든한 믿음 속에서 선택된 사람이 부모니, 간택되었음에 고마워하며 아이를 잘 보살피라 하시더구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참 서툰 나인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나를, 그리고 너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참 마음에 든다'는 말을 해본 것 같아. 젖 물릴 때, 너를 꼭 껴안고 있을 때, 내 손만 닿으면 잘 자는 널 볼 때, 내가 주는 건 뭐든 의심 않고 받아 먹는 널 볼 때, 세상에 태어나 처음 네 입에서 나온 말이 '엄마' 일 때, 네가 처음 말한 문장이 '엄마, 같이 가자!'일 때, 나는 정말 내 자신이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네 엄마인게 참 다행스럽단 생각을 했단다.

 보민아.

아직도 나는 많이 모자라고 영원히 완벽하게 좋은 엄마는 못되겠지만, 그냥 지금, 여기에서 참 행복하다. 어떤 날은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이 행복을 내가 다 누려도 되나 두렵기까지 할 정도로 참 좋아. 네가 태어난 날, 진짜 다시 태어난 사람은 엄마가 아닐까 싶어.

 날마다 말해도 내 마음을 온전히 다 못 전할 말, '고마워, 참말 고마워.'

네 덕분에 '고맙다'는 말의 무게를 오롯이 느껴 보는 꽉 찬 두 해다.

엄마는 네 덕분에 날마다 '봄날'이란다, 아가.

 

봄날

                                                                                         엄마

 

버스 탈라고

보민이 안고 서 있는데

옆에 있던 할머니 두 분

웃으며 이야기한다

"니는 다시 아 키우라면 키우겠나?"

"하이고, 나는 인자 몬한다. 영감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래도 저래 쪼그만 거 키우는 저 때가 봄날인기라."

"그르게..."

지금

우리는

서로의

봄날이다

DSC_0158.JPG

 

 + '널 만난 후, 봄'이라는 제목은 박치성님의 시 제목을 빌려 썼습니다. ^-^

베이비트리 오랜만에 들어오네요. 언제 와도 따뜻하고 든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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