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가는 너에게

조회수 5629 추천수 2 2015.05.18 09:18:16
DSCN4904.JPG

사랑하는 유리.
얼마전 있었던 학교 수학여행 설명회에서
엄마는 숙제를 하나 받아왔어.
6학년이 된 너에게 편지 한장을 써서 제출하라는..
2박3일의 수학여행 마지막날 밤, 너희들에게 서프라이즈로
부모님의 편지를 전달한다는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였단다.
13년간 늘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아온 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설레이고 떨리다니..
엄마가 어릴 적, 좋아하는 이성에게 편지를 쓸 때도 이렇게 떨리진 않았는데 말야.


14051800016.jpg

너와 함께 하는 일은 늘 엄마에겐 처음이어서 그런가봐.

네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그림책,

처음으로 만났던 친구,

처음으로 우산쓰고 걸었던 길 ...
아가였던 때가 엇그제같은데,

이젠 혼자 수학여행을 떠날 만큼 큰 언니로 자랐구나.

IMG_3391.JPG

항상 잔소리많은 엄마지만,
엄마 마음은 늘 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단다.
마음이 솜털처럼 여린 네가 학교에서 마음 상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친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을까..
잘 키우려고 했던 나의 말들이 너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엄마에게 작은 나비나 꿀벌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엄마 곁에 없는 너에게로 날아가 곁에서 너의 하루를 지켜볼 수 있을텐데..
하는 상상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모른단다.

네 인생에 닥치는 불행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엄마에겐 없지만
앞으로 네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엄마아빠에겐 둘도없이 소중한 아이란다.
하나밖에 없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우리 딸이란다.

DSCN1332.JPG

네가 걸어가는 인생길 뒤쪽,
한켠에서는 언제나 엄마아빠가 지켜보고 있을거야.
그러니 너는 안심하고 네 삶을 열심히 즐기고 헤쳐가길 바래.
이번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곧 너의 13번째 생일이구나.
너와 함께 보낸 지난 13년 동안이,
엄마 삶에서는 가장 빛나고 순수한 때였던 것 같아.

엄마 인생에 환한 조명을 켜준 우리 유리.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p.s 수학여행 때 엄마 선물 사오는 거 잊지마~ ^3^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71079/f6c/trackback


List of Articles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