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는 나에 대한 욕심이 있었을까?

간혹 사촌형에게서 생전의 내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내가 몰랐던 아버지의 이야기,

특히나 나에 대한 이야기는 매번 듣는 이야기라도 귀를 기울이게되고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그 아버지에게도 자식이 어떻게 컸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을까?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이제 갓 4살이 된 딸아이 아빠로 가끔 아이를 어떻게 키웠으면 좋겠냐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늘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뜨뜨미지근한 대답으로 일관했는데 내 마음속에 언제부턴가 아이에 대한 욕심이 자리잡았다.

이름하여 ‘미각’.

입맛이라는건 평생 가는지라 어릴 적 엄마가 해준 음식이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건

그만큼 엄마의 음식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텃밭에서 나오는 제철채소로 찬을 만들고

보글보글 찌개도 끓여 먹었던 그 입맛이 이제 어디로 갔는지.

농촌에서 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나로서는

그 이유가 어머니의 잃어버린 손맛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화학약품에 의존하여 재배되는 농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과에 잔류농약이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물에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깎아내야 한다.

영양분이 많은 껍질, 과일껍질의 맛을 못 보고 그냥 버리는 것이다.

사과껍질에서 나오는 그 “향기”를 모르고 자란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인지.

 

며칠 전에는 마을에서 구멍이 송송 뚫린 쌈배추를 가져왔다.

집에는 얻어온 야채들이 냉장고, 베란다에 한 가득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것이 벌레다.

벌레가 나오면 항상 잡아서 없애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벌레 또한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아기”라고 생각하니 차마 아이 앞에서 죽일 수는 없다.

 

“뽀뇨야, 이거 벌레야”라고 하니 “와, 벌레다”라고 하며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삭한 쌈배추의 식감을 배울 뿐 아니라

배추를 먹는 벌레까지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 현장교육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그 지역의 조리방식대로 만들어진 문화를 담고 있고

그 지역에서 나온 신선한 제철 농수산물의 영양분과 특유의 맛을 담고 있다.

특히 과일, 야채등 농산물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음식이며

손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껍질부터 먹을 때만이 진가를 알게 된다.

 

주위에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맛’들이 너무나 많다.

나또한 그러한 맛에 길들여져 자랐고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것을 극복할 방법에 대해 아내와 고민하는 것이

가끔 과자를 먹는다 하더라도 주식으로 먹는 밥과 반찬만큼은 제대로 된 것을 먹자는 것이다.

 

‘미각교육’.

 

다른게 무엇이 있을까.

몸에 좋은 제철 농산물을 고르는 엄마아빠의 눈.

그리고 과자가 넓혀주는 나쁜 미각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음식을 통해 좋은 미각을 키워주려는 노력.

 

작지만 거창하지 아니한가.

 

<선배가 귀농하여 농사지은 곶감. 얼려서 아이스크림처럼 뽀뇨와 먹고 있다. 내가 어릴적 먹던

하얀 곶감이 생각난다. 이것도 미각때문이겠지?>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아이스크림 대따 먹고 싶은 뽀뇨"를 보실수 있어요.

사본 -곶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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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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