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예비초등맘의 분투기, 결론은 학원보다 대안"에 이은 두번째 글입니다.
저는 엄마가 온전히 아이를 맡는 엄마표 교육을 지향하는 사람도 아니고, 사교육을 신봉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공교육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90퍼센트에 속하는 그런 엄마가 아닐까 싶어요.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한 편은 아니니 이제까진 제가 쓸 수 있는 규모, 제가 생각하는 적정선에서 효율성을 추구해왔고(어떤 때는 제 수준에 안 맞게 쓴 적도 있었던거 같네요 ^^; ),
아이 초등학교입학과 동시에 맞닥뜨린 국영수학원, 기타 학원비에 대한 '멘붕'으로 잠시 고뇌의 시간을 가졌지요.
고민을 왜 했냐 묻는다면, 제가 아직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가 좀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선택의 기회가 많으려면 일단 기본은 학교 성적이라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 성적 좋게 하려고 독하게 엄마표를 하거나, 좋다는 학원 찾아서 학원비 탁탁 낼 수 있는 엄마는 아닙니다.
욕심만 많은 제가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찾은 대안은 두가지에요.
첫번째 해결책.
기존에 하던 아이의 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리를 한다.
기준은 아이가 선택하고, 아이가 책임질 수 있는 사교육으로 한정. 결국 아이가 복습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교육비를 낸다는 것.
햇님군은 목요일 모 기관 과학영어수업, 토요일 미술 수업, 일요일 드럼과 피아노개인레슨(30분씩 총 한시간) 을 주축으로 사교육을 하되
간간히 특정 프로그램을 경험해보는 식으로 다양한 것들을 접해왔답니다.
과학영어, 미술, 드럼, 피아노만 하더라도 총 비용이 34만원.
절대 적은 비용이 아니지요.
아이와 대화를 나누었어요.
앞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러저러한 비용이 들고, 이제까지 하던 것들을 그저 재미로 하지는 못한다구요.
예습복습을 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학원비를 내줄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과학영어는 예복습을 하고 수업을 듣는걸로,
미술수업은 아이가 원하긴 했지만 고비용이라서 학교입학후 방과후수업을 시켜주기로 약속,
드럼은 레슨후 복습하기로,
피아노는 재미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 조금 어렵고 예복습을 하기 부담스럽다고 해서 중지하기로 했어요.
현재 햇님군은 고정된 사교육으로 딱 두가지. 과학영어와 드럼을 선택했습니다.
(아빠 수술과 햇님군 감기로 주말에 배우는 드럼은 잠시 쉬는 중이긴 해요 ^^ )
두번째 해결책. 자기주도학습.
사실 무언가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필요성', 내적 추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스스로 필요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엄마가 시켜서 되는 건 딱 초등학교 3학년까지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11월 중순에 아이에게 '초등 준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주었답니다.
아이가 해주었으면 하는 항목을 일주일 스케줄표로 만들고, 아이가 실행하면 o 표시를 하는 형태였어요.
모든 것을 다 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는데(물론 그걸 다 했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다분하긴 했죠 ^^;)
계획표에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하고 난 이후에 체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세운 계획표가 아니니 더욱 그랬을 것 같아요.
2주정도는 꾸역꾸역 체크를 하다가 아예 손을 놓게 되었어요.
(사실 저도 제가 지켜야하는 것이 아니니까 아이에게 던져주고 체크를 안하게 되더라구요 ^^;;)
실패로 끝났지만 이것을 해보니 가장 어려운게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바로 "틈날때마다 독서하기"였어요.
다들 책읽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책을 읽느냐. 그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습니다.
등원하기전에 책 한권, 하원후에 책 한권, 저녁에 책한권 본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는거죠.
영어공부니 수학공부. 이런게 차라리 더 쉬웠습니다.
햇님군의 경우 자기전엔 꼭 책을 보고 자긴 했지만 일상적인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진 않았어요.
책보다 더 재미있는게 많은 일곱살이었으니까요 ^^
체크리스트의 실패? 이후 저는 아이에게 다이어리 쓰기를 권하게 됩니다.
국영수 공부를 시키지않고, 매일아침 일어나 다이어리에 계획을 쓰고 지키도록 했어요.
첫날 아이의 계획은 "레고 공부"였습니다.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 레고 공부가 뭐냐. 하긴 했냐' 물어봤답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이의 다이어리쓰기 내공은 올라갔고,
실패로 끝났지만 제가 제시했던 '초등 준비 체크리스트'탓인지
아이가 무엇을 해야하는 것에 대한 감은 가지고 있는 듯 했어요.
지금까지 다이어리쓰기는 잘하고 있습니다.
쉽게 자리잡히지 않을 것 같았던 틈날때마다 독서하기도 습관이 들었고(비록 만화책에 더 손이 가긴 하지만 말입니다..)
영어공부는 과학영어수업때문에 조금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 좋아하는 과목을 영어로 접하기가 정말 효과가 짱인거 같네요 ^^ )
수학은 햇님군 81개월차였던 지난 해 11월부터 5-6세 수준의 문제집으로 시작했더니 매일 5분씩 기초 연산을 후다닥 풀어냅니다.
처음엔 연산 실수가 있었지만 몇번 해보니까 금방 백점을 맞더라구요. (늦게 시작했어도 10에 대한 보수개념을 구체물로 익힌 이후였어요. )
본인이 백점맞는거에 신나서 문제집 풀라고 말안해도 알아서 푼답니다.
너무너무 간단한 방법에 쉬운 결과 같지요?
이렇게 되기까지의 분투기. 다음주에 알려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