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떠도 시큰둥했다. 내 감각이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감성이 무뎌진 것인지 그저 그랬다. 전 세계인이 싸이의 말춤에 열광하고, 이 노래가 빌보드 차트 2위를 6주째 차지하고 있다는 기사를 봐도 도통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도대체 왜들 이렇게 난리야?’라는 생각이었다. 시청 앞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떼를 지어 말춤을 추는 모습을 볼 때는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던 내가 ‘강남 스타일’ 때문에 요즘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다. ‘강남 스타일’때문에 너무 웃어 얼굴 근육이 아플 지경이다. 바로 우리집 아이들의 ‘강남 스타일’때문이다.
 
아이들이 ‘강남 스타일’에 빠져든 것은 TV 광고를 통해서다. ‘오빤 U 플러스 스타일’이라고 반복하는 한 광고를 TV에서 본 아이들이 그 광고만 나오면 엉덩이를 덩실덩실 추는 것 아닌가. 딸과 아들이 팀을 이뤄 발을 동동 구르고 엉덩이를 흔들고 깔깔깔 웃어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짧은 광고에 만족하지 못하고 ‘강남 스타일’에 무심했던 내가 급기야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 아이들에게 음악을 틀어주고 춤을 추게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3분30초동안 열정적으로 춤을 췄다. 아이들의 신명이 엄마 아빠에게도 이어져 나도 남편도 아이들과 함께 말춤을 추는 괴기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상상 금지! 그런데 실제 말춤을 춰보니 은근히 운동 강도가 높았고, 추면 출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말춤 추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은 어린이집에서 배웠던 동작들을 창의적으로 적용해 그에 맞게 안무를 짜고, 선글라스와 모자로 자기들의 모습을 치장하기까지 했다. 3살, 5살 아이들도 중독이 돼 전주만 들어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춤을 추는 것을 보니 ‘강남 스타일’의 마력을 새삼스레 느꼈다.  우리집 식구들은 이제 모두 모이면 ‘강남 스타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한판 춤을 신나게 춘다. 아이들도 웃고 어른들도 웃고 행복 세상이 된다. 그렇게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고맙기만 하다.

 

아이들이 내게 이렇게 웃음을 선물해준다. 일과 육아로 인해 내 몸과 마음이 지쳤다고, 아이들이 내 발전을 가로막는 것 같다고 징징댈 때가 엊그제인데, 나는 또 내게 이런 시간을 선물해준 아이들에게 감사해하고 있다. 바람 불어대던 엄마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춤 추고 깔깔깔 웃어대는 아이들의 그 생명력이 놀랍다. 한편으로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그래, 너희들은 그렇게 밝게 건강하게 씩씩하게 클 아이들이야'라는 대책없는 믿음이 저절로 생긴다.
 
자, 이번 육아기의 핵심은 동영상~
우리집 아이들의 ‘강남 스타일’ 즐겁게 감상하세요~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87113/312/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645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 지브리의 어린이집, 에니메이션 성공보다 사원들의 복지가 우선 imagefile [8] 윤영희 2012-11-16 17657
644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깜빡했던 사후지급 육아휴직급여 오호라~ imagefile [5] 양선아 2012-11-15 20788
643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스트레스에는 갓구운 빵냄새가 효과적이라네요. imagefile [2] 윤영희 2012-11-15 15107
64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천사아빠는 밉상남편? imagefile [4] 홍창욱 2012-11-15 19721
641 [동글아빠의 육아카툰] [육아카툰] 이사 imagefile [5] 윤아저씨 2012-11-14 16577
64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아들 없는 2박 3일, 엄마만 신났다!! imagefile [2] 신순화 2012-11-14 25805
639 [김외현 기자의 21세기 신남성] 아들 둘…, 축복을 해달란 말이다! imagefile [10] 김외현 2012-11-13 21022
638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육아, 10년해도 여전히 힘들다.. [4] 윤영희 2012-11-13 15612
637 [임지선 기자의 곤란해도 괜찮아] 아기와의 캠핑, 곤란하지 않아요 imagefile [1] 임지선 2012-11-09 23137
636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의 어린이집 이야기 imagefile 윤영희 2012-11-09 20846
635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 노벨상 수상과 아이들의 과학교육 imagefile [8] 윤영희 2012-11-08 30056
63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막내 때문에 울고, 웃고... imagefile [6] 신순화 2012-11-07 20393
»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우리집 `강남 스타일' 배꼽이 떼굴떼굴 movie [11] 양선아 2012-11-06 17013
63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무엇이 아내를 춤추게 하는가 imagefile [8] 홍창욱 2012-11-06 16154
631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옷 한벌 갖춰입기 어려운 그대. 엄마라는 이름. imagefile [13] 전병희 2012-11-05 17256
630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 전업맘과 워킹맘이 함께 육아모임을 만들다! imagefile [6] 윤영희 2012-11-04 18885
629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 아파트의 공동부엌 이야기 imagefile [10] 윤영희 2012-11-03 30621
628 [김외현 기자의 21세기 신남성] 봄날은 간다? imagefile [1] 김외현 2012-11-01 24944
627 [즐거운아줌마의 육아카툰] [16편] 쌀쌀한 가을 날씨엔 뿌리채소로 유아반찬을~ imagefile [11] 지호엄마 2012-11-01 80317
626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의 육아는 아직 아날로그 감성시대 imagefile [3] 윤영희 2012-10-31 2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