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뇨는 연극을 두 돌도 되기 전에 봤다.

아마 전국에서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 동네 소극장의 멋진 대표님 덕분에 가능했다.

 

당시 ‘어부부’와 우는 것만 할 줄 알았던 뽀뇨,

 4~5살 언니오빠들이 한참 연극 보는 중에 소리를 질러

아빠 엉덩이가 관람시간 내내 들썩거렸다.

아이들이 뒤돌아보는건 그렇다 치고 같은 엄마끼리 레이저 쏘는 건 뭔지..

가시방석의 1시간이었지만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었던 첫 연극이었다.

날은 덥고 뽀뇨를 방에 두기는 뭐해서 이번엔 처음으로 영화를 보러갔다.

연극보다 어두운 공간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는 안되겠지만

한편으론 뽀뇨가 겁을 먹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선 영화 보며 딴 짓을 못하게 붙들어 맬 수 있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어

집에 남은 치킨과 슈퍼에서 요거트, 바나나우유를 챙겼다.

마치 전쟁이라도 나가는 사람처럼 비장하게 영화관으로 향하는데

왠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유치원생들이 꽉꽉 차더니

영화관에 들어가려는 줄을 살펴보니 10명 중 9.5명이 유치원생,

0.5명은 인솔자와 휴가 나온 군인이다.

 

오! 마이갓!

 

뽀뇨 영화 보여주는건 어째어째 성공할 순 있겠는데

가뭄에 콩 나듯 영화 보는 내 문화생활이 애처롭기 짝이 없다.

 

혹시나 뽀뇨가 영화보다가 울거나 나가자고 때를 쓸지 몰라

제일 뒷쪽 자리에 앉았는데 옆을 보니 유치원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앞을 쳐다봐도 뒤를 쳐다봐도 전부 유치원 아이들..

 

병아리들 속 수탉의 모습이라니.

드디어 불이 꺼지고 광고가 시작되는데 영화관 9.5명이 동시에

‘체체이~ 체인지’, ‘빠름빠름~’ TV광고를 어찌나 잘 따라 부르는지

아빠 무릎에 앉아있던 뽀뇨가 신기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제발. 영화볼 땐 좀 참아줘라’

기도했다.

동물들의 모험을 다룬 만화영화,

자막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더빙을 해서 천만 다행이다.

줄거리는 눈사태로 가족들과 헤어진 아빠가 바다를 건너

다시 가족들에게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가족들을 악당에게서 구하고 사춘기 딸과의 갈등을 좁힌다는 유치한 내용인데

아빠의 활약에 마냥 기분이 좋고 몰입이 100%다.

생각지도 않게 영화에 몰두하게된 아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울기는 커녕 한눈 한번 팔지 않은 뽀뇨가

너무나 기특하고 또 고맙다.

 

이제 과자나 요거트 등 유인책이 없어도 될 정도로 커버린건가,

아니면 집에서 가끔 보는 만화영화에 길들여 진건가

약간 헷갈리기도 하지만, 뭐 어떠랴.

 

‘아빠랑 같이 영화 보러가기’라는 근사한 취미가 생겼는데.

 

<극장에서 헤메기>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뽀뇨 삐지기의 진면목을 볼수 있어요. ㅋㅋ

영화관에 가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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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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