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만해도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건 뽀뇨재우기였다.
잠을 자지 않으려는 아이와 매일 밤 줄다리기를 하다가,
뽀뇨가 자고 나면 일어나 해야 할 일과 내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들이
늘 마음의 짐처럼 남아있었다.
이제 육아와 일을 병행한지도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이 흘러간다.
젖을 떼고 뽀뇨를 재울 때만해도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면 스스로 책을 보다 잠을 자던 뽀뇨.
몇 개월 사이인데 그 때만 해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아이 잠재우기였는데
며칠이 안되어 다시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것이 잠재우기가 되어버렸다.
참 변덕스럽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즐거운 ‘뽀뇨와 잠들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갑자기 왜 잠재우기가 즐거워졌냐고 묻는다면
뽀뇨가 하루동안 배운 모든 것을 이 한 시간안에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개를 톡톡 두드리면 강아지처럼 와서 얼굴을 파묻는 뽀뇨.
아빠는 코를 골고 자는 척을 하면 그 때부터 오늘 배운 노래들과 단어들이 나온다.
노래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면 장난감 노래방기기와 마이크로 동요메들리를 부르고 있다.
노래를 부르면 손녀가 잘 따르는 것을 눈치 챈 할머니들이 옛날 노래부터 동요까지 하나하나 가르치며 부르다 보니
뽀뇨의 노래실력도 점점 늘어나는듯하다.
어떻게 이런 노래를 알까 하고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녹음하고 싶은 생각이 불끈 솟는데도
스마트폰을 멀리 두다 보니 시기를 놓치고 만다.
아직 발음이 제대로 안되는 노래를 하나씩 듣다보면 어찌나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숨죽여 웃다가 결국 들키고 만다.
아이가 부르는 노래와 책읽는 소리,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머릿속의 복잡한 일들은 모두 간단명료해진다고 할까.
이 행복한 시간을 멈추었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이 생기지만 아쉽게도 보내야 할 것이 또 시간 아니겠나.
‘멍멍개야 짓지마라, 꼬꼬닭아 울지마라, 우리아기 잘도잔다’를 부르며 매일 밤 토닥토닥을 하느라
가끔 손목이 저리긴 하지만 새싹이 매일 자라는 것을 바로 1cm 앞에서 볼 수 있는 특권은
지금뿐이라는 걸 잘 안다.
내가 가진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그 행복에 늘 감사할 줄 알기를..
<요즘 엄마 분칠하고 머리띠하며 노는 뽀뇨 ㅋ>
*사진을 클릭하면 뽀뇨 달리기를 보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