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일곱살 햇님군과 일상을 보내면서 "화"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미운 일곱살'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매일매일 절실하게 느끼게 되더라구요.

 

한글쓰기니 독후활동, 기타 과외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순수 놀이만으로 유아교육이 이루어지는 유치원에서 신나게 놀고 오고,  

하원하자마자 아파트 놀이터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30분씩 노는데도

뭐가 그리 못마땅한게 많은지 요구하는 것도 많고, 엄마에게 따박따박 말대꾸하면서 쟁쟁거리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하면, 일상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질거 같은데, 도대체 왜 그런걸까.

애는 왜 나를 자꾸 화나게 만드는걸까.

순간순간 솟아오르는 화..

어찌 다스려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심지어 어느 날.. 아이의 드럼스틱이 눈앞에 보이는데, 드럼스틱으로 두들겨패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죠.

 

' **야, 무기가 주변에 보일때 엄마한테 깐족거리면서 말하지마. 큰일나는 수가 있어.'

 

 

 

 

 

#2.

아이와 외출을 할때 길거리에서 위험한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지하철에서 미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심지어 두들겨 맞은 적도 있습니다.

(아주 심각하게 맞지는 않았지만,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더군요 ㅠㅠ)

그냥 불특정 다수에게 쌍욕을 퍼붓고 가는 사람들도 왕왕 봅니다.

 

세상이 험해졌단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왜.

 

왜. 이렇게 험한 세상이 되었을까요.

 

제 좁은 식견으로 보자면, 사람들의 분노와 화가 다스려지지 않는 사회라서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말.. 곰팡이 가득한 아파트로 잘못 이사와서 고생할 때, 제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컸어요.

집수리를 요구하는 과정도 너무 힘들었고, 피해의식이 커지니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더라구요.

강남에 사는 집주인 아파트로 찾아가서 쌩쇼를 해볼까란 생각도 하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단 생각도 했었습니다.

화난게 주체가 안되었던거죠.

실제로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내고 소리를 지르고, 욕도 많이 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어떨까요?

홀로 육아를 전담하느라 과부하에 걸렸거나, 직장생활과 육아로 이중고를 겪는 엄마들.

본인의 스트레스가 감당이 되지 않는 엄마들이 아이를 돌볼 때,

아이의 작은 실수나 잘못에도 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는데,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최저생계비에 가까운 돈을 겨우 벌 수 있거나

사람이  사람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없다면,

그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요?  

그 사람이 바라보는 사회는, 그 사회속 구성원들은 어떻게 보일까요?

죽이고 싶단 생각., 죽고 싶단 생각 안 들까요?  

 

 

 

#3.

햇님군을 키우면서

대략 4년정도는 피해의식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내가 아이가 아니라면, 무언가 더 좋은 것들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

내가 왜 아이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나..

육아와 살림은 남편과 어찌 함께 해야하는건가..

 

그러다가 어느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육아는 함께 잘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얼마전 어떤 뉴스기사에서 엄마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사회성"이란 것을 보았습니다.

사회성이 뭔가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거. 친구랑 안 싸우고 잘 지내는게 사회성 좋은걸까요?

 

아이에게 학교에서 배울 공부들 착착 가르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적당히 마찰없이 지낼 수 있을 정도로 가르치는 것.. .

 

그게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 해야하는 이 시대의 육아법일까요?

내 지금 눈앞의 앞가름만 하느라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을

눈감고 있다면,  금지옥엽 잘 키운 내 새끼가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법.

그것을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미운 일곱살이라고 말하면서, 왜 엄마가 말하면 말을 안 듣냐고 화를 낼 것이 아닌거지요.

아이와 나의 관계는 1차적 사회관계니까요.

엄마인 나의 의지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벌컥벌컥 화를 내고,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되는겁니다.

 

'현명한 부모가 꼭 알아야할 대화법'을 읽으면서 또다시 깨달음을 얻었어요.

책에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 아이들은 세상의 규칙에 반하도록 태어났다. 아이는 지극히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정해 놓은 규칙을 알 길이 없다.

물론 혼자 알아서 척척 숙제를 하고, 어른이 하는 말을 잘 듣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그런 아이들은 대한민국을 통틀어 1%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뭔가를 시키기 전에 알아서 하는 법이 절대 없으며, 한 번 말해서 듣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소 두 세번의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해야 할 일을 마지못해 한다

 

- 그러니 당신이 만약 아이에게 "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면, 그것이 아주 지나치지만 않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설령 당신의 아이가 대한민국에서 1%에 속하는 아이라 할지라도 말 잘 듣는 것을 함부로 자랑하고 다니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이 아이의 숨통을 조여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말 안듣고,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

아이때문에 화나는 어머니, 아버지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세요.

 

내 아이 말고, 내 아이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갈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 보세요.

 

또다시 찾아올 다음 선거를 기약하며 글을 마칩니다. 

 

 

 013.jpg

희망을 잃지말고, 다음 선거때 아이와 인증사진 한번 찍어보세요!

투표의 의미에 대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이게 뭐하는거냐고 묻는 햇님군에게

'너를 위해 일할 사람들을 뽑은거야'란 한마디 말밖에 못해줬답니다.

다음엔 좀더 깊은 대화를 나눠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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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희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 시대의 평범한 30대 엄마. 베이스의 낮은 소리를 좋아하는 베이스맘은 2010년부터 일렉베이스를 배우고 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것부터 챙겨 나가는 게 옳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아이 교육 이전에 나(엄마)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믿으며, 엄마이기 이전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행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엄마와 아이가 조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이메일 : hasikicharu@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bass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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