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뇨가 돌아왔다.
혹시나 엄마, 아빠를 못 알아보는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빠”를 목 놓아 불렀다.
2주가 넘게 전주에 있는 동안 화상통화를 안하려 해서 얼마나 애가 탔는지
뽀뇨는 모를 것이다.
결혼 3년만에 뽀뇨 낳고 아내와 단 둘이 있어보니 집이 절간과 같이 조용하고
저녁 시간은 여유가 넘쳐 구석 어딘가에 넣어두었던 시집을 꺼내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둘째를 가지기 위해 헌신진력하라는 장모님의 사인도 서서히 잊혀져갈 즈음
뽀뇨가 돌아온 것이다.
살이 토실토실 오르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상태로.
우리 부부는 둘 만의 조용한 평화보다
번잡하고 피곤하지만 뽀뇨와 함께 인 카오스를 사랑한다.
뽀뇨가 2주간 자리를 비운 사이, 우리 가정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아내가 몸을 추스르기 위해 일을 조금 줄이기로 했다.
덕분에 낮에 아내와 함께 있을 시간이 많아 졌다.
물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항상 교육 듣고 도서관 가고 무언가를 하느라 아내는 늘 바쁘다.
나또한 뽀뇨와 아내를 위한 먹거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온다.
뽀뇨가 너무 좋은 나머지 설거지를 하며 “뽀뇨는 앞으로 커서 효녀가 되세요”라고 무심코 말했는데
아내가 ‘효녀’라는 말로 아이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우야는 효자다’라는 부모님의 자랑으로 얼마나 부담을 느꼈었는지..
부모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에
항상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아내가 그때 그때 짚어줘서 알게 되는 거지만.
2주라는 기간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한 뼘 성장하게 되는 기회가 된 듯하다.
뽀뇨가 돌아왔으니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올레길의 명소인 ‘시인의 집’에서 열리는 박상민 콘서트를 찾았다.
정말 어릴때부터 달리도서관에서 열리는 강연도 듣고 간드락소극장에서 연극도 많이 본 뽀뇨지만
아마 노래 공연은 처음일 것이다.
20명이 채 안들어갈 ‘시인의 집’에서 박상민씨 콧구멍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의자에 앉아
아내와 뽀뇨, 그리고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왜 아내와 뽀뇨만 사진을 찍게 했을까 후회가 막심이다.
나도 한때 그의 노래를 열렬히 따라 불렀는데 말이다.
이럴 땐 아빠로 한 뼘 자란 것을 되물리고 싶다고.. ㅋ
<박상민씨와 아내, 뽀뇨가 찰칵.. 두 딸과 함께 공연에 참석한 박상민씨는 두 딸과 함께 노래까지 불렀는데 가족끼리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박상민씨의 대표적인 노래, 해바라기 '시인의 집' 공연 장면이 이어집니다. 중간에 '아니야 아니야'는 뽀뇨의 후렴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