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지요?

그런데 그 품안의 자식이 어느순간 훅 커버려서 내 손을 벗어난 기분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이제 막 일곱살이 된 햇님군이 질적 변화를 한번 거친게 아닌가..

요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작년 6세초반의 귀여운 아가모습이 사라지고, 키가 훌쩍 컸습니다.

간간히 내뱉는 말도 어찌나 쿨하신지. 심지어 아빠에게 틈만 나면 폭풍 잔소리를 합니다.

제가 남편에게 잔소리를 안해도 되겠더라구요.

 

게다가 학습지류에 속하는 워크지 등을 뚝딱뚝딱 재미있게 풀어내는 모습도 보여주네요.

'아, 이젠 자리에 앉혀놓고 공부를 시켜도 되는 나이가 된 것인가?

역시 때가 되면 스스로 공부할 힘이 생기는거구나! '

이런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여기까진 참 훈훈한 내 아이 성장기같죠?

이제부터 반전스토리 들려드리겠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유치원에 등원한 햇님군.

딱 5일만에 유치원에서 전화왔습니다.

사고를 쳐도 제대로 쳤더라구요.

 

햇님군의 셔틀버스 자리는 차량 기사님 바로 뒷편입니다.

기사님 핸드폰을 몇번이나 숨겨서 주의를 받았는데 (처음엔 그냥 귀엽게 봐주시면서 하지말라고 하셨나봐요.)

행동 교정이 되지 않고, 결국 기사님께 크게 혼나는 사건이 발생!!

햇님군은 담임선생님과의 이야기끝에 기사님이 왜 화가 나셨는지에 대해서 공감하고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입장바꿔 생각해봐의 그 대화법이 한두가지 예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더군요.

신발, 가방, 옷 여러가지 사물들이 없어졌을 때의 상황으로 몇번씩 대화를 한 후에야 아이가 상황에 대한 이해를 했다고 해요.)

 

정말 앞이 깜깜했습니다.

 

남의 집에 가서 물건을 함부로 만지거나 서랍을 열어보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해서

지인과 뒷담화를 나눈 적도 있었어요. '아이들이 도대체 집에서 뭘 배웠길래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실을 개탄했죠. 햇님군에겐 그래서 안된다고 여러번 훈육도 했습니다.  

실제로 햇님군은 엄마없이 잠깐 다른 집에 가 있는 동안 상당히 조신한 행동을 보여왔었습니다.

 

그런데!!

만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버스 기사님의 핸드폰을 집어 숨기는 행동을 했을까요?

정말 상상초월의 일이었지요.

 

매일 아침 유치원 가는 것이 좋아서 엄청나게 설레여하며, 하원하고 나면 활기찬 모습이었던 아이.

선생님께 전화왔던 그 날은 하원후 표정이 안 좋았는데, 남자애 특유의 그것처럼 무슨 일인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과 통화를 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찌 해야할지 여쭤보았습니다.

일단 원에서 1차 훈육과 사과까지 끝을 냈으니 더이상 아이를 야단치진 말라고 하시더군요.

혹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 이야기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6세때 기관을 다니지않은 아이티가 난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자리에 똑바로 앉아 집중하는 모습이 덜하다구요. 단체생활의 규칙에 대한 인지도 좀 떨어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루정도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

초등학교 수업시간만큼 애를 자리에 앉혀서 뭐라도 가르치고, 집중하게 해야하나?

어디가서 상담을 받아볼까?

 

진짜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남편의 반응은 너무나 단순했습니다.

 

첫번째 반응: 버스 기사님이 좋았나보지

두번째 반응: 핸드폰 숨기는건 나한테 맨날 하는건데 뭐~

 

 

똑같은 사건을 두고 엄마와 아빠의 반응이 참 극명하게 다르죠?

아마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그런데 이런 제 고민이 단 하루만에 끝이 났어요.

유치원 같은 반 엄마에게 털어놓으니 

그 집 둘째 아이의 유치원 이야기를 해주시고 (햇님군의 사고와 맞먹을만한 이야기요! ^^; )

담임선생님의 스타일이 어떤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유치원이었기에 거의 신적인 존재마냥 머리속에 있었던 유치원 담임선생님.

이제까지 큰 사고를 치지 않아서 마냥 순하고 바른 아이였던 내 머리속 햇님군.

이 두 존재가 저를 어떻게 흔들어놓았던 것일까요? ^^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를 기다려주는 것이라는데,

기다려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여러 사람들과 맺는 관계속에서의 부딪힘을 어찌 해석할 것인지..

그래서 그 해석속에서 어떤 방법을 선택하고, 아이와 대화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단편적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 단정짓고 쉽게 평가해서도 안된다는걸.

내 아이의 잘못과 내 스스로의 부족함을 통해서 또한번 배웠습니다.

 

 아이가 왜 그런 장난을 쳤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잘못을 통해서 잘못을 교정받는 기회를 가졌고,

이 사고는 앞으로도 아이가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일으키겠구나 예상하게 해줬습니다.

그때마다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 아이를 가르쳐야겠지만,

일희일비하며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아이를 잡는 일을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

 

 

220.jpg

                이렇게 큰 햇님군. 너는 누구냐~ 묻고 싶습니다 ^^;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전병희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 시대의 평범한 30대 엄마. 베이스의 낮은 소리를 좋아하는 베이스맘은 2010년부터 일렉베이스를 배우고 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것부터 챙겨 나가는 게 옳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아이 교육 이전에 나(엄마)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믿으며, 엄마이기 이전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행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엄마와 아이가 조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이메일 : hasikicharu@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bassmom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54963/7fd/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훌쩍 큰줄 알았는데 제대로 사고쳤다 imagefile [3] 전병희 2012-03-15 24852
46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술 마시고 들어왔던 날의 기억 imagefile [2] 홍창욱 2012-03-13 21620
463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때론 정말 징글징글한 이름, 남편이여!!! imagefile [17] 신순화 2012-03-12 33782
462 [김태규 기자의 짬짬육아 시즌2] 나를 '이해'해줄 거라는 '오해' imagefile [7] 김태규 2012-03-12 67576
461 [임지선 기자의 곤란해도 괜찮아] 임신부 F4, 여자끼리 뭉쳐보니! imagefile [6] 임지선 2012-03-07 45725
460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아이의 친구, 엄마의 친구 imagefile [3] 전병희 2012-03-07 21351
459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이 죽일 놈의 열심병, 쉴땐 쉬고 놀땐 놀자 imagefile [22] 양선아 2012-03-06 23285
458 [동글아빠의 육아카툰] [육아카툰] 객관적시각 imagefile [6] 윤아저씨 2012-03-06 17106
45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애교 3종세트에 애간장 녹는 딸바보 imagefile [8] 홍창욱 2012-03-05 23056
45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다짜고짜 아슬아슬 성교육, 아들 답이 걸작 imagefile [29] 신순화 2012-03-04 241561
455 [김은형 기자의 내가 니 엄마다] 두돌, 비행기를 타다(1) imagefile [2] 김은형 2012-03-02 22064
454 [임지선 기자의 곤란해도 괜찮아] 곤란이가 내게 오더니 악관절이 싹~ imagefile [4] 임지선 2012-03-02 41864
453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아이를 따라가는 교육?? -햇님군의 구구단 배우기 imagefile [1] 전병희 2012-02-29 15608
45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내 인생의 세 여자 이야기 imagefile [5] 홍창욱 2012-02-28 20134
451 [즐거운아줌마의 육아카툰] 만약 둘째 아이가 생긴다면... imagefile [13] 지호엄마 2012-02-27 39399
45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언니와 동생, 친구가 되다! imagefile [7] 신순화 2012-02-25 30734
449 [동글아빠의 육아카툰] [육아카툰] 뭔맛이지? imagefile [5] 윤아저씨 2012-02-22 19958
448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발목 부상, 남편의 역지사지 정신 훈련 기회 imagefile [10] 양선아 2012-02-21 54889
44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두근 두근, 대안학교 첫 등교 imagefile [8] 신순화 2012-02-21 19746
44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미운 세 살에 늘어가는 주름살 imagefile [4] 홍창욱 2012-02-21 2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