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엄마와 함께 생활하던 햇님군은 간간히 유치원에 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유치원 당첨 후
햇님군이 기대했던 것은
친구가 생긴다는 사실이었지요.
30명의 친구가 생긴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뻤던 아이.
엄마는 친구가 몇명이냐고 자기 친구와 비교를 하며 까불대던 아이에게
삐딱한 엄마는 한마디 했습니다.
명수가 중요한게 아니라고.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진짜 친구가 몇 명인가.
그게 중요하다는 말을 일곱살짜리에게 내뱉어버렸네요.
엄마이기 이전에 전병희스러운 대답으로 초를 쳐버린 저.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놓고 나서 잠깐 후회를 했어요.
그러나 고민은 잠시.
일상생활에 바빠서 그때의 대화는 스쳐지나갔지요.
이번주 화요일.
아이와 함께 유치원 첫 등원을 했습니다.
아이는 보조교사 선생님과 함께 교실을 둘러보며 장난감을 갖고 놀았어요.
저와 햇님아빠는 담임선생님과 10분간의 면담시간을 가졌습니다.
햇님군은 첫 등원날 친구들과 놀지 못했기에 아쉬워했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을거라 기대를 하며 설레어했습니다.
저또한 무언가 커다란 일을 해낸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었지요.
내일의 등원을 위하여 컨디션 조절한다고
집에서 놀다가 급작스러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만나서 얼굴을 보고,
거의 매일 카카오톡으로 일상을 주고받던 지인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
눈물이 앞을 가리고,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펑펑 울고 넋을 두고 앉아있는데 햇님군이 그림을 가져다주더군요.
<햇님군이 그려준 총 10장의 그림입니다. A4용지에 속사포로 그려서 가져다주었습니다>
엄마는 힘들고 속상할 때
미술관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아이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그림에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거두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 아이를 재웠어요.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흔들어댑니다.
엄마의 감정상태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마냥 슬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믿기지않는 소식에 실감나지 않아서, 그리고 자꾸 생각나서 가슴이 답답합니다.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이, 앞으로 학교에 들어갈 아이를 생각하면
흔히들 아이에게 가르쳐야할 것들로 국어, 수학 등등의 교과목을 떠올리고, 그것들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요즘 제가 겪은 여러가지 일상들은 또다른 메시지를 던져주네요.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주어야할 것은 국영수를 넘어선
더 큰 것들이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잘 놀다가 순간 폭력적으로 돌변해서 주먹질을 하는 친구를 만났을 때
혹은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손찌검을 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아이가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 선생님이든 친구든 누군가를 만나서 그 관계속에서 부딪히며 얻는 상처들.
그것들을 어찌 감당해야할지에 대한 고민들..
육아는 케이스바이케이스에 정답이 없는거라고, 그래서 어려운거라고 말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종종 난쟁이마냥 작아지는 기분은 어찌해야할까요.
나조차 어른이 된 것 같지 않아 누군가의 든든한 나무가 될 자신이 없어질 때 어찌해야할까요.
얼마전 블로그이웃과 댓글로 소통을 하며
그분께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언제나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들, 자원들을 주고 싶다구요.
저는 아이가 힘들고 속상할때 아이의 상처를 달래줄 여러가지 방법들을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음악과 미술이 친구가 되었으면 했어요.
여러분들의 친구에 대한 고민,
아이의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