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규 17.jpg

 

지난 2월 18일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의 입학식이 있었다.
입학식은 이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참여해서 1박 2일의 MT로 이루어졌다.
학교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졸업생의 영상 축하 인사도 보고, 재학생들의 영상 인사를 본 후
신입생들 가정에서 미리 만들어 보낸 가족소개 동영상 상영이 있었다.
그리고 신입생들이 한 명 한 명 나와 인사를 하고 재학생들이 만든 사탕 목걸이를 받았다.
전체 구성원들이 모여 자기 자신과 가족 소개를 나누고 공동체 놀이도 하고 재학생 학부모들이
준비한 꽁트도 배꼽을 잡아가며 보았다.
입학식은 흥겨운 잔치같았다.
한바탕 웃으며 어우러지는 시간 후에는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프로그램을 하고, 어른들만 모여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한 성격유형검사 교육을 받았는데 무려 밤 열두시가 넘을때까지 뜨거운 열기
가 대단했다. 그 후에도 남편을 비롯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거의 밤을 세워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대안학교를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체력을 키워야 하나보다.
몸은 고단했지만 실로 오랜만에 새로운 것들을 정식으로 배우고 나누는 즐거움은 컸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렇게 한번에 많이 만나는 일도 짜릿했다. 무엇보다 1박 2일 내내 필규가
즐겁고 신이 났었다. 학생들과 금방 친해져서 함께 어울리느라 엄마도 찾지 않았다.
길고 긴 겨울방학을 보내는 동안 무엇보다 통하는 친구들이 그리웠던 필규였다.

입학식이 끝나고 월요일이 첫 등교였다.
주말에 워낙 고단하게 보내서 잘 일어날까 걱정했는데 필규는 거뜬히 일어나 서성거렸다.
아홉시 5분쯤 도착하는 마을 버스를 집 앞에서 타면 되는데도 미리 나가 있겠다고 했다.
전에는 학교 시간이 늦는것도 아랑곳않고 늑장부려서 속을 태우던 아이였다.
'드디어 오늘 부터 새로운 출발이네. 잘 될거야. 잊지마 더 행복해지러 가는거야'
'더 자유로와 지러 가는거구요'
'몸이 아니라 생각이 자유로와 지러 가는거야'
'네. '
필규는 웃으며 나를 꼭 안아 보고는 기운차게 문을 나섰다.
마지못해 굳은 얼굴로 현관을 나서던 아이가 우렁찬 인사를 던지며  집 앞 언덕길을 쏜살같이 달려
내려가는 모습을 창가에 서서 오래 오래 바라보았다. 삼거리까지 걸어가는 필규의 뒷 모습은
춤을 추듯 설레고 신나 있었다. 기대가 있고, 기운이 나고, 두근 거리는 등교길이었다.

첫 등교날 오후 여섯시부터 전체 어머니 회의가 있었다. 세 아이와 함께 먹을 도시락까지 싸서
학교에 도착했더니 필규는 학교 앞 얼어붙어 있는 개천 위에서 막대기를 들고 탐험놀이를 하다가
나를 반겼다. 첫 수업 주간이라 2시에 일정이 끝난 후부터 서너시간을 밖에서 그렇게 어울려
쏘다니고, 얼음이 남아 있는 개울을 첨벙거리며 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학교 아이들은
겨울 내내 수업이 끝나고 나면 이렇게 얼어붙은 개울 위와 주변의 논과 밭에서 논다고 했다.
'필규야, 오늘 재미있었니?' 물었더니
'네 ----' 하는 큰 목소리가 돌아 온다. 추운것도 모를만큼 신이나 있었다.
아이들과 엄마들은 모두 한데 섞여 준비해 온 저녁밥을 나누어 먹었다. 필규는 내 밥보다 다른
엄마가 싸온 밥이 더 맛있다며 다른 상에 앉아 저녁을 먹었다. 네 아이, 내 아이 구분없이
챙겨주는 모습이 좋았다.
이어지는 회의는 교과과정 소개부터 서로 의논이 필요한 여려 사항을 나누었는데 밤 아홉시 반이
넘어서야 끝났다. 앞으로 이어질 전체 부모 교육과 신입 부모 교육일정이 빼곡하다.
읽어야 할 책과 작성해야 할 리포트도 여러개다. 소모임도 있고, 곧 함께 텃밭 농사도 들어간다고
한다. 모처럼 들고 온 다이어리가 일정들로 꽉 차 버렸다. 마음에 부담도 들긴 하지만
부모와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라는 사실이 실감된다.

법정 수업일수는 180일이지만 지난해 이 학교는 방학 중 계절학교를 포함 198일간 수업을 했다.
물론 제도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그런 내용의 수업은 아니다. 훨씬 더 다양하고 포괄적인 것들을
배운다. 실제 생활에 필요한 실용기술을 익히는 일도 중요하고, 자기 표현 활동과 자치활동 비율도
높다. 물론 기본 교과과정도 배운다. 그러나 계절과 절기를 느끼고 몸으로 놀며 배우는 활동을
제일로 친다. 필규는 이 학교에서 지낼 날들이 '떨린다'고 표현했다.
두렵다기 보다는 설레고, 궁금하고, 기다려진다는 뜻으로 느껴졌다.
이곳에서의 배움이 완전할리 없고, 부족한 것들도 많겠지만 한 아이의 내면을 떨리게 하는
설레임을 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두근거리는 대안학교의 첫 날들이 시작되었다.
아이도 부모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기쁘고 설레이며 기다리고 있다.
이 안에서도 많은 문제에 부딛치겠지만 모든 구성원이 함께 마주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풍토가 있으니 힘이 된다.
걱정보다는 희망을 더 많이 품고 으랏차차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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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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