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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 낳을때는 100일만 기다렸다.
100일만 무사히 지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시절에 100일이란 숫자는 영원히 오지 않을 엄청나게 긴 기간처럼 느껴졌다.
100일을 맞았을 땐 첫 돐이 어서 되기를 소망했다. 꼬박 1년 만 잘 견디면 살것 같았다.
첫 돌까지만, 첫 돌까지만 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 1년 이란 얼마나 간절하고 먼 날이었는지...

그렇게 첫 아이를 키우고, 둘째를 낳고, 마흔 넘어 셋째를 낳고 보니 이젠 100일도, 첫 돌도
좋지만 두 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땐 100일만 지나면 살것 같다고, 첫 돌만
지나면 숨 돌릴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 셋 키우는 동안 깨달았다. 애 키우는 엄마가 정말
한 숨 돌리려면 적어도 두 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두 돌 무렵이면 말문도 트이고, 기저귀도 대강 뗀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간단하고 어설프지만
묻고 답하는 것도 된다. 올바른 문장이 아니더라도 이 무렵의 아이와 엄마는 퍽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다 할 수 있다. 고집도 세어지고 개성도 강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제 앞가림을 할 줄 아는 때다.
물론 개인차도 있고, 성별 차이도 있다. 출생순서에 따른 차이도 분명히 있다.
막내의 두 돌을 기대했던 것은 막내가 딸 아이인데다 위로 오빠와 언니를 둔 셋째이기 때문이다.
즉 보고 따라 할 모델을 둘이나 둔 입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빠 언니보다 모든 것들을
야무지게 재빨리 터득하곤 했다. 언니 때 보다는 느리지만 말도 제법 늘어서 여간 이쁜게 아니다.
막내는 바지도 스스로 입고, 양말도 잘 신는다. 바지의 어느쪽이 앞쪽인지도 안다.
물건이 있던 자리를 기억해서 제 자리에 가져다 놓을 줄도 알고, 간단한 심부름도 곧잘 한다.
음식 담는 그릇이나 양념통의 뚜껑을 열고, 닫는 것도 잘 하고 상을 펴면 행주질도 제가 한다고
가져간다. 뭐든지 '저요, 저요'하며 나서고, 어떤 얘기든 끼어들어 무어라 무어라 조잘거리는데
너무 너무 이쁘다.

1월 31일에 태어난 막내 이룸이는 올 해 드디어 두 돌을 맞았다.
거창한 생일상을 차려주진 못했지만 오빠 언니 친구들이 잔뜩 집에 와서 왁자지껄하게 축하해 주었다.
1월에 태어난 아이답게 열 두달을 꽉꽉 채워 자라는 이룸이는 언제나 그 또래중에 성장이 가장
알차고 빠르다.키도 훌쩍 컸다.
남편과 나는 요즘 두 돌을 맞아 나날이 폭풍성장을 보이고 있는 막내에게 홀딱 빠져 산다.
얼마나 이쁜가하면 심지어 나는 '넷째는 더 이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잠시 해봤을 정도다.
(물론 금방 정신 차렸다. 셋째의 두 돌로 그야말로 간신히 숨 돌리고 있는데 이  대목에서
넷째라니... 절대 안된다, 정말 안된다.)

두어달 전부터 기저귀를 떼서 멀리 여행갈 때 에도 차 안에 간이 변기통을 들고 다니면 해결되고
언니 오빠가 먹는 음식도 잘 먹게 되니 한결 수월하다. 바쁘고 급할땐 요긴하게 심부름도 시킬 수 도 있다. 무엇보다 애교도 많고, 잘 웃고, 누구에게나 착착 붙게 이쁜짓을 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반하게 한다.
어쩌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이쁜 날들이 세살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악 아기에서 아이로 변하는 시기가 이 맘때다. 가끔은 의젓하고, 야무지게 굴기도 하지만 천상 아기처럼 귀엽고 어린 모습으로 주위를 행복하게 하는 나이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 설명하고 얘기해주고, 부탁하면
알아듣고, 양보도 하고, 기다릴 줄 도 알고, 참을 줄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요즘은 하루 하루 보이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고스란히 어딘가에 담아 두고 싶은 마음도 든다.

셋째 아이인데도 그렇게 이쁘고 귀엽냐고, 힘들지는 않냐고 하겠지만 아이마다 너무나 다른
성장의 모습엔 여전히 처음처럼 설레게 하고, 감동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아이를 둘이나
길러낸 엄마라서 더 잘보이는 것도 같다.
이젠 이런 반짝이는 날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다는 것을 잘 알기에 더 이쁘고, 귀하고
고맙다.

내가 큰 아이들과 다투고 속상해 하면, 저도 속상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없이 나를 꼬옥 안아 줄 줄도 알게 된 막내..
무엇보다도 두 돌이 될때까지 크게 아프지도 않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는 것이 제일 고맙다.

막내가 드디어 두 돌이다.
이제 열 살, 여섯 살, 세 살 아이들과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것 같다.
이런 날이 언제 오나 늘 종종거리며 기다렸는데, 살다보니 어느새 이런 날이 왔다.
벅차고 기쁘다. 고맙고 행복하다.
그래서 온 세상에 외치고 싶다.

우리 막내가

드디어 두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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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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