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많은 가을인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글을 씁니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지금 어디인가 헷갈려
설거지하다가도 머리를 흔들어
정신차리려 애쓰는 요며칠.
큰아이가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걸 보니
2016년이 맞긴 한가 봅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살며
이런일 저런일 참 많이도 보고 겪으며
지금까지 겨우겨우 살아왔는데
이번엔...
정말
모욕적이란 느낌밖에 들지 않네요.
지금 드러나고 있는 일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겠지요.
이 나쁜 시대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또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살아가야 할 겁니다.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지요.
그 사이,
우리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우리가 살던 시대가 남긴 빚을
또 떠안고 살아가게 될텐데...
그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가슴이 아프네요.
대통령부터
문화권력의 자리에 앉아 제멋대로 살아온
많은 이들까지, 그들이 만들어낸
이 원시적인 사회구조 속으로
아이들을 내보내야 할 날이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죄 밖에 없는 우리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한방울 남은 힘이라도 쥐어짜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슴이 너무 답답한데
이 마음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라
선배 엄마의 글로 대신해 봅니다.
우리 사는 것이 그렇잖아요.
때로 너무 서걱거리고 얄팍해서
'거기 있다'고 믿었던 사람도 손을 내밀면 거기에 없고,
열 명이 춥다고 떠들어대면
한 명 정도 미적미적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창문을 닫지요.
그래서 그 서걱거림과 얄팍함, 무거운 엉덩이의 경험치에 기대어
세상을 향한 문을 적당히 닫아두고,
그 닫힌 만큼 혹은 열린 만큼만 사무적으로 교류하지요.
그런데 이럴 수도 있네요.
거기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거기 있을 수가 있네요.
한 명이 춥다고 떠들어대니
아홉 명이 일어나 창문을 닫네요.
-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 오소희 중에서 -
한 명이 춥다고 떠들면
열 명 중에
단 세 명만이라도
얼른 일어나 창문을 닫아주는,
그런 사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줍시다.
나쁜 시대는 우리 세대에서 그만 끝냈으면...
더 나아지지 못한다해도
더 나빠지지 않게는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따뜻하고 든든하게
아이들과 저녁
야무지게 챙겨먹고
좀 더 힘을 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