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캠텐이라는 독일의 작은 도시를 잊을 수 없다.


인구 65(경남 고성군 인구와 비슷)의 몇 백년은 됨 직한 골목이며,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설명도 있었지만 이틀을 머물며 도심의 세인트 로렌스 성당에서 맡은 소똥냄새를 잊을 수 없다.

어떤 도시에 처음 갔을 때 떠올리는 많은 기억이 있을 텐데 예를 들면 드레스덴의 엘베강 야경이며 뉘른베르크 황제성에서 본 도시전경이 그렇다. 캠텐은 소똥냄새라니. 우리가 이 소도시 캠텐에 도착한 날 약간의 안개가 끼어 있었다. 도심지 작은 성당과 바로 옆에 있던 호프집, 그리고 바람결에 심하게 퍼진 소똥냄새와 냄새에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던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한다.

시민들이 소똥냄새를 어떻게 참고 견딜까? 우리 같으면 민원이 제기되어 축사가 이전을 하고 정부의 적은 지원금을 받고는 폐원을 했을 텐데 말이다.


<액비뿌리는 초지에서 도심중심지 성당까지 차로 5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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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시내 중심지의 세인트로렌스 성당에서 소똥 액체비료를 뿌리는 가장 가까운 초지까지의 거리가 얼마인지를 대략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니 차로 5분 거리, 직선 거리로 하면 10키로도 채 되지 않았다. 소를 방목하거나 먹이용으로 이용하는 초지가 시내에서 이렇게 가깝게 있을 수가 있나. 독일은 소똥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여 냄새도 줄이고 지역난방도 해결하며 전력까지 생산한다. 그러다보니 소를 키우는 농가가 인근마을에 기피대상이 되기보다는 좋은 고기와 소시지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의 개발과 에너지 자립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독일 국민들의 절반가까이가 농촌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 만큼 농부와 소비자가 가깝게 지내고 농산물 직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다.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이다. 수확기에는 동유럽 사람들이 일꾼으로 많이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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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냄새로 기억하는 캠텐 성당 앞에서 장터가 열린다고 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성당을 찾았다. 전날까지 비어있던 광장에는 농민들이 몰고온 트럭과 트럭에서 내려진 좌판, 예쁘게 진열된 농산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 푸드트럭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운영되는 농민장터는 독일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열린다. 대략 눈으로 세어보아도 50개가 넘는 가판이었는데 과일, 야채, 생선, 치즈, , 육류, 소시지, 건과일, , 화분, 간단한 식사까지 거의 모든 먹거리를 살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야채와 과일, 천장에 매달린 소시지와 냉장 보관되는 육류와 생선, 5월 제철 채소이자 독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흰색 아스파라거스까지 살거리 뿐 아니라 볼거리가 많은 장이었다.


<가족이 직접 재배한 사과를 판매하는 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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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장터의 다양한 농산물을 보며 의아했던 것이 있다. 드넓은 초지와 밀밭 혹은 유채밭, 그 위에서 풀을 뜯는 소, 소가 생산한 우유와 치즈가 전부일 듯한데 과연 이 농산물들이 인근 농촌에서 재배되며 믿을 만한 것일까. 그런 의심을 잠재우기라도 하듯 사과 좌판의 플래카드에는 슈나이더 가족이 직접 재배한 과일입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어떤 좌판에는 유기농 야채, 과일만을 판매하고 있었다. 또 농민장터에서 염소치즈만을 고집스럽게 팔아온 라이너씨는 지역의 국회의원이 되었고 부인과 고용인이 대신 좌판을 맡고 있었다. 농민이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라니. 이외에 국내의 야생에서 잡은 물고기로 전 세계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푸드트럭과 심지어 태국식 요리 포장마차까지 지역 농산물과 다양한 먹거리가 어우러져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푸드트럭이 입맛을 돋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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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마트의 수수료가 보통 40~50프로라고 하면 농민장터는 수수료의 10% 정도이고 날씨가 추우면 별도의 건물로 들어가 장사를 할 수 있다. 농민은 좋은 가격에 물건을 팔아서 좋고 시민은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살 수 있어서 좋다. 밭에서 바로 수확한 제철 채소와 과일을 바로 먹을 수 있으니 그들은 얼마나 건강하며 또 여유로울까.


소똥냄새가 나는 캠텐, 소똥냄새만큼 농민과 건강한 식재료가 가까이 있었으니 소똥냄새도 참아볼 일이지 않을까


<농부 라이너씨는 주 2회 열리는 농민장터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국회의원의 꿈을 키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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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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