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온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오직 하나,

학원. 학원. 학원...

이다.


초등학교까지는 그런대로 여유있어 보이던 일본 엄마들도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나니(특히 1학기 첫 시험이 끝난 뒤에)

여기저기 학원을 알아보느라 분주해 보인다.

나도 아이가 이제 좀 크고 나니,

엄마들의 이런 불안과 긴장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가 어떤 고등학교를 가고, 그 이후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아직 어린 우리 아이의 삶과 미래가 걸린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대로

엄마들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은 그 불안한 마음에 불을 붙이고

뭐라도 하지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바심에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얼마전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사교육없이 수학잘하는 법이란 책자를 발행한다는 소식을 보았다.

한국 아이들의 수학실력은 갈수록 양극화되어 OECD 최악의 수준이며

있는 집 애들만 성적이 늘고, 없는 집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떨어지고만 있다는데..

어디 수학만 그럴까.

영어도 그렇고 국어나 논술, 예체능은 또 어떤가.


모든 교과 공부가 경제력이 없으면 실력을 키울 수 없는 것처럼,

그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제안하는 방법과 같이

나는 돈을 들여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글 잘 쓰는 아이

수학 잘하는 아이

외국어에 센스가 있는 아이

과학에 재능이 있는 아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음악을 즐기는 아이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만족도가 차이나긴 하겠지만

비싼 사교육비를 오랫동안 들여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대부분의 경우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아이들 삶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실례들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나는 서두르지않는 슬로 육아, 아날로그 육아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현실 사회에서 아이들이 자립하는 일이나

학교공부를 충실히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여기는 편이다.

학교제도의 모순과 문제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자라면서 뼈아프게 겪어왔지만

순수한 의미에서 공부의 중요성, 그리고 공부가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아이들 삶과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산술능력은 구직부터 시민사회 참여, 건강에 이르기까지

성인 삶의 광범위한 결과들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입장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수학과 국어공부가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40대가 된 지금,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 중요한 공부들을 어떻게 해야할까.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규교육과 자기주도학습만으로

아이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베이비트리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사교육없이도 글쓰기 잘하는 법

사교육없이도 수학 잘하는 법

사교육없이도 외국어 잘하는 법

사교육없이도 예체능 잘하는 법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얘기일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많이 듣던 이야기일 것 같기도 하고

우리집과는 별로 안 어울릴 것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14년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끊임없이 궁리해서 실험해 보고, 생각하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여기까지 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 과정에서 그동안 배운게 너무너무 많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 자신이 정말 많이 변하고 성장한 것 같다.

공부는 힘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보람이 있고 즐거운 것이구나, 라는 걸

아이들과 함께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아이들의 공부수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공부의 끈을 놓고 헤매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고 당황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럴때, 바로 학원으로 달려가기 전에

아이가 긴 공부의 여정 어디쯤에서 길을 잃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함께 더듬어가며 원인을 찾아보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초연산에서부터 포기했을 수도 있고

수많은 영어단어에 좌절해서일수도 있고

기본적인 생활습관이나 태도가 형성되지 않은 문제일수도 있고

부모나 친구관계의 불안정함이 원인일 수도 있고

아이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


공부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이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게 다 원인이고 문제라면, 그땐 좀 어려운 상황이 된다.

원인이 고치기 어렵고 심각할수록, 아이와 긴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하나씩 바로잡아가는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교육은 그런 과정에서 시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아이가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공부를 통해 아이들이 결국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은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부모인 우리 앞에 놓인, <아이와 공부>라는 커다란 과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는가도 결국 우리 자신이 가진 문제해결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이들이 너무 쉽게 포기한다고 한숨쉬지만,

정작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어려움을 깊이 들여다보기도 전에

학원이라는 단순처방만 내리는 건 아닐까.


공부는 어차피 아이가 혼자 해 가야할 일이지만

아이와 공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수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에 좀 더 정성을 들였으면 한다.


사춘기 아이들 육아이야기를 다룬 예능프로 <엄마가 뭐길래>에는,

수학 26점을 받은 중학생 아들 이야기가 나온다.

구구단도 헷갈려하고, 단순한 계산문제를 풀 때도 70%까지 잘 풀다가도

마무리하는 게 귀찮아 답란에 이렇게 쓴다.


"포기"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못해도 사는데는 별 지장이 없다는 이야길 하지만,

아이들이 공부하는 과정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면

평소 그 아이의 생활태도나 습관,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은 어쩌면 계산문제 하나를 포기했을 뿐이지만,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 앞에서도 이 아이는

쉽게 포기하거나 끈기없이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너무 답답한 엄마가 학교를 찾아가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해 보니

아이는 학교에서 한마디로 "무기력"하고

시험에서는 대부분의 문제를 찍는 것으로 해결하고

운동을 하는 자신에겐 공부가 필요없다 여기며

수업시간엔 엎드려서 자고, 책상 속과 사물함은

정리 안된 교과서와 물건들로 뒤죽박죽이었다.


공부에 집중을 못 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이 이런 경우가 참 많다.

학원에 당장 보내기 전에

이런 아이들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공부의 끈을 어디서부터 놓게 되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사소한 일상의 습관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함으로써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피해를 어떻게 느끼는지,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갈 것인지에 대해

어른이 함께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할 일과 도울 일을 정하는 것이다.


연령대가 높은 아이일수록

부모와 아이 모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할 수 있지만

크게 마음먹고 꾸준히 노력해본다면 변화는 분명히 찾아온다.


공부 뿐만이 아니라, 삶에도 사고력이 필요하다.

지금 자신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그 문제의 핵심을 알아보고

최대한 단순화시켜

하나씩 순서를 정해 스스로 풀어가는 힘이 결국 사는 능력이다.


산더미같이 쌓여가는 집안 물건들을 보며 한숨 쉴 때,

말 안듣는 아이의 행동을 고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될 때,

남편에게 불만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막막할 때,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하고 대충 지나갔더니

얼마 뒤에 그것들이 어마어마한 과제가 되어 내 삶을 덮치는 걸

자주 겪어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귀찮고 외면하고 싶지만, 일상의 작은 일들을

스스로 책임을 지고 하나씩 풀어가는 연습.

아이들에게 공부는 바로 그런 힘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사교육없이도

글쓰기 / 수학 / 외국어 / 예체능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기회가 되는대로 글을 써보고 싶다.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보고 싶다.

엄마표 공부법도 아닌, 내 가정만의 이야기를 넘어

사회환경에 대한 이야기, 남의 아이와도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발굴해서 소개하고 싶다.

우리 아이도, 부모인 나도, 내 공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아직 많다는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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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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