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는 만화에서 어린 동생이 뭔가에 서럽거나 슬퍼서 빼액, 하고 소리지르며 울면, 너는 나를 쳐다보며 묻지. “엄마, 울어?” 그럼 나는 이러쿵 저러쿵 설명을 한다. “, 저기 친구가 같이 놀아서 속상한가 .” “, 소풍 갔다가 놔두고 와서 그렇대.” 하고. 그림책을 보다가 누군가의 얼굴이 찌푸려져 있거나 눈물 흘리는 장면이 보이면 너는 그림을 가리키며 내게 묻지. “엄마, 울어?” 그럼 나는 설명한다. 때로는 땀방울을 눈물로 착각해 울어?” 하고 묻는 너를 보고 박장대소 때도 있다. “, 이건 우는 아니라, 흘리는 거야.” 하고 알려주면 너는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 하고 따라 말하지.

 

그렇게 어느새 울어?”하고 물을 알게 너이기에, 앞에서 나는 더더욱 수가 없었다. 며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다리를 보고 웅성거렸던 말이야. 평소 또래보다는 , 누나들을 좋아하는 너는 그저 가까이에 있는 , 누나들이 좋아 배시시 웃었지. 옆에서 그네를 타던 형이 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징그럽다는 그네를 놓고 떠났을 때도, 너는 웃으며 내게 물었다. “어디가?” 하고. 나는 순간, 잠깐이지만 속으로 울어야 했다. 아이들이 호기심과 두려움에 그런다는 것을, 그리고 호기심과 두려움은 KT무엇인지 없는 아이들에게 당연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알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의 표정과 너의 대비되는 표정을 함께 보고 있자니 속이 쓰라렸다. 이런 상황을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구나,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하는 마음, 그리고 곧이어 따라 나온,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쉽게 답을 내릴 없는 질문까지. 머릿속은 온통 까맣게 뒤덮여가고 있었다.

 

네가 살이 되는 내년 봄에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 어차피 지속적으로 겪게 일이지만, 서너살의 또래 아이들에게야 아직 그렇게까지 자세히 설명해야 일이 없으니 조금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같은 기관, 같은 아이들에게는 얼마든지 쉬운 말로, 흥분하지 않고 설명하고 대처할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 연령도 국적도 다양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 준비 없이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솔직히 너와 함께 살면서 이런 반응을 겪은 이번이 처음이라 속으로 굉장히 화가 나고 슬펐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더군다나 상황을 모르고 그저 웃고 있는 앞에서 흥분한 모습을 보여선 같아서 우선은 잠자코 지켜봤다. 분명 아이들끼리 뭐라고 얘기를 같았거든. 아니나 다를까 몇몇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소곤거렸다. “신발 , -크다. 저런 신지?”

 

말을 듣고 내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심결에 뱉은 말은 다름아닌 이것이었다. “, 그게 얘야. 얘는 한쪽 신발을 크게 신어.” 그랬더니 아이가 흠칫, 놀란 눈치였다가 이내 경계를 풀고 내게 순진하게 물었지. “, 얘는 그게 좋대요?” 하고. 하하하, 나는 말이 너무 귀여웠다. 무리 아이들 중에서도 어린 편인 같았던 아이는, 너의 오른쪽 신발 안에 숨겨진 발이 거라는 생각은 했나봐. 네가 그냥, ‘좋아서짝짝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걸로 이해하더라구. 물론 아이들이야 말하지 않아도 알지. 발목도 없이 크고 울퉁불퉁한 다리를 보면, 모를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순진하고 귀여운 아이의 반응보다, 내가 무심결에 뱉은 바로 덕분에 처음에 슬펐던 마음을 금새 잊을 있었다. 한쪽 다리와 발이 , 그래서 바지도 신발도 크게 신어야 하는, 그게 너라는 . 특별히 설명할 필요도, 이상하게 여길 필요도 없이 그저 그게 너라는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살아 지금까지의 날들 덕분에 쉽게 그렇게 말할 있었던 같아. 불편한 시선에 지레 상처받기보다는 먼저 말하고 알리고, 도움이 필요할 빨리 제대로 도움을 받을 있게 하는 중요하단 다시 알게 됐어.

 

너를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너와 , 그리고 아빠 우리 식구 앞으로도 그렇게 있을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였어. 외할아버지가 지금 서울에 있는 아빠를 만나 말했다는 것처럼, 우리 너를 너무 특별히 여기지는 않되 아낌없이 사랑하며 있을 같아. 너에게 울어?” 소리 들을까봐 앞에서는 울고 혼자 숨죽여 울어야 하는 날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그리 자주 오진 않겠구나 싶었어.

 

그런데 말이야, 오늘 나는 다시 마음이 무너지려는 느껴. 혈액검사 수치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데, 다리에는 몸에는 자꾸 그렇게 뭐가 생기는 걸까. 예고도 전조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버리는 그것들. 막을 방법도 낫게 할 방법도 없이 그저 속수무책으로 알아서 지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그것들. 오늘 하루 종일, 엉덩이에 멍울이 잡혀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아프다고 칭얼대는 너를 보며 나는 혼자, 속으로 울어야 했다. 혹여 네가 알아채면 엄마, 울어?” 할까 , 네가 좋아하는 자장가를 부르며 속에 눈물 방울 실어 보냈다. 아프지 말고, 좋은 꾸고 자라는 주문을 요즘 자주 빼먹었던 탓일지도 몰라서, 오늘은 힘주어 주문을 외웠다. 아프지 말자. 고약한 KT네가 자라면 너를 아프게 분명하다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아프지만 말자. 네가 엄마 울어?” 하고 물었을 , 네가 아파서 그렇다고, 네가 아픈 속상해서, 그거 내가 대신 아파 없는 속상해서 그런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차라리 다른 이유라면 몰라도,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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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슬
'활동가-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막연했던 그 꿈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은 운명처럼 태어난 나의 아이 덕분이다. 아이와 함께 태어난 희소질환 클리펠-트리나니 증후군(Klippel-Trenaunay Syndrome)의 약자 KT(케이티)를 필명으로 삼아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썼다. 새로운 연재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은 아이책, 어른책을 번갈아 읽으며 아이와 우리 가족을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내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과 삶을 꾸려내고 싶다.
이메일 : alyse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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