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절에도 부지런히 갔더랬다.

 

부처님 오신날 고향집에 들러 우연히 동네 뒷산 절간을 가게 되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제 할머니가 되어 불상 앞에 나란히 앉아

누가 부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늙어 있었고 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제주공항에 내려 혼자 있는 서귀포 집으로 향하는데

마음이 잡히질 않아 어승생악을 올랐고 그래도 마음이 잡히질 않아

관음사에 들러 절을 하고 다시 서귀포 약천사에 들러 백팔배를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아내의 출산 후 몸조리로 인해 혼자 있을 때

출퇴근하며 백팔배를 매일 거르지 않고 했던 것 같다

 

시작이 참 거창한데 오늘 할 이야기는 사실 몸매관리다.

백팔배를 한 이유는 종교적인 신념도 엄마께 드리는 공덕도 아니고

오로지 나의 정신과 육체의 관리를 위해서였다.

 

나는 백팔배의 전신운동과 제 몸을 낮추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고

가끔 번지수를 잘못 찾아 스님들과 함께 절을 하거나

불경을 들으며 백팔배를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였다.

 

아내가 복귀하고 얼마지 않아 처가에서 벽걸이 TV를 보내주었고

나는 여느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하릴없이 리모콘을 돌리고

수동적인 시청을 편안히 누워서 하게 되었다.

일이 힘든 날이면 보상이라도 받아야 하겠다는 마음에 야식을 먹는 날이 늘어났고

나는 올 초부터 살이 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요즘 마음이 편한가봐”, “무릉외갓집이 잘 되나봐등등 살이 찐 이유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까지 듣게 되는데 뭐라 할 말은 없고 해서 그런가요?”라고 대꾸는 했지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전 생생칼럼에서도 썼지만 40대가 되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자신감도 떨어진다고 얘길해서 그런지 내 몸을 좀 더 되돌아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만 있어봐. 밥을 남기는 것이 아까워서 반찬이나 밥 남은 것을 배가 부른데도 다 먹었지’,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걷는 시간이 거의 없고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도 많지’,

퇴근하면서 허기져서 운전하며 과자를 먹는 일도 늘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쁜 습관들의 연속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우연히 스마트폰 앱을 추천해주는 앱을 다운받았다가 상위에 랭크된 앱들을 살펴보는데

건강관리 앱들이 많았다. 안그래도 아이폰에 기본 설치된 건강체크 앱을 어떻게 쓰는 건지 몰랐는데

활용해볼 요량으로 인기 앱들을 다운받아 보았다.

 

매일 자신의 신체에 필요한 수분의 량을 알려주는 ‘WaterMinder’,

자기 신장과 목표 체중을 정한 후 그에 맞는 칼로리를 식사운동을 통해 관리해주는 ‘MyfitnessPal’,

걷는 경로와 소모된 칼로리를 계산하는 ‘MapMywalk’,

마지막으로 전문 트레이너의 운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면 칼로리가 소모되는 ‘FitStar’까지

4개를 내 폰에 설치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였으나..

 

고심하고 앱을 설치한 시기가 하필 전주 장모님이 오신 바로 다음날이었다.

첫날엔 장모님이 해 오신 들깨국과 장조림, 멸치볶음을 밥 두 공기에 맛있게 먹었는데

앱을 설치한 다음날부터 사위는 아침 밥상머리에서 일일이 반찬 칼로리를 입력하지 않나,

저녁식사 후에는 앱에 나오는 피티체조까지 좁은 거실에서 해댔으니

눈치 없는 사위가 마땅치 않으셨을듯하다.

 

“1층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창욱이는 배도 안 나왔는데 살은 빼서 뭐 할라고 그래

라고 체조하는 사위에서 한마디 하셨는데도

그러게요 어머니하면서 실실 웃는 사위.

 

딸네 집에 와서 반찬도 많이 만들어주시고 먹거리도 많이 사주셨는데

이번 방문에는 딱 1주일만 있으셨고 가시면서 반찬도 해주지 않으셨다.

 

수미, 어머님께 반찬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릴걸 그랬어요

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아내도 깜빡하고 말씀을 못 드렸지 뭐에요라고 대답한다.

어찌되었건 장모님은 가셨고 나는 공항까지 모시며 손실된 점수를 회복하려 하였다.

 

장모님을 편히 모시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앱을 설치한지 10일이 지나

이제 슬슬 효과가 나타나나 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체중계에 올라서는데..

 

이럴 수가.

 

 1.5키로나 몸무게가 불었다.

목표치는 75키로 였으나 처음보다 늘어난 81.5키로.

매일 식단체크하고 운동하였으나 체중이 증가한 것은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이 늘어서 그런 거라는 후배의 위로가 있었지만 체중증가의 급행열차를 탄 것 같아서 씁쓸했다.

 

내가 요란을 떨면서 체중관리를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이다.

아내가 매번 나의 건강을 많이 걱정해주는데 가족과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다.

두 번째는 내 시간을 내가 관리하듯이 내 몸 또한 내가 주인이 되어 관리하고 싶다.

다행히도 요즘 앱들의 기능이 좋아서 편하고 목표의식을 분명히 해준다.

마지막으로 나와 내 아내의 롤모델은 송해아저씨인데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려면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한다.

 

이왕 이렇게 된거 5키로 감량까지 얼마나 걸리게 될지 모르겠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가볍게 가져가고 싶은 것은 몇몇 아빠들의 바램일수도 있겠지만

건강하게 가족들과 오래살고 싶은 마음은 대한민국 모든 아빠의 바램이 아닐까.

 

<장모님께 점수 만회하려고 비자림을 갔어요. 맨발로 걷는데 어찌나 좋던지>

 

몸매관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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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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