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여섯 시간 이상 바깥에서 노는 아이 덕분에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새로 발견한 놀이터가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에 딸려 있는 작은 놀이터가 바로 그곳이다. 그동안 주변을 지나다니면서 자주 보긴 했지만 둘레를 따라 하얀 울타리가 쳐져 있어 당연히 그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만 열려 있는 공간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와 저녁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어느 날 문득 내게 말했다. “거기, 개방된 공간인 거 알아?” 남편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서 다음날 아이를 데리고 그 놀이터에 가 보니, 문에 달린 잠금장치가 열쇠/자물쇠 형식이 아니라 어른이면 누구나 쉽게 여닫을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잠금장치를 문 바깥에 달아 그저 아이들이 도로로 튀어나가지 못하도록 해 둔 것일 뿐, ‘외부인 사용금지’ 같은 팻말은 보이지 않았다. 문 왼쪽에는 ‘니콜라스 셴 비어스(Nicolas
Shen Beers) 추모 놀이터’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그 오른쪽에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가운데가 깨져 있어 정확한 문구는 알기 어려웠지만 대강 말을 맞춰보면 해 뜰 무렵부터 해 질 무렵까지, 누구나 이 놀이터에서 놀아도 되는 모양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아이를 앞세워 놀이터에 들어가려고 문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뭔가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출입구 오른쪽 아래 바닥에 작은 조각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조각판에는 한 아이의 얼굴과 함께 짧은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니콜라스 셴 비어스
1987-1990 이 놀이터는 이 곳에서 뛰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니콜라스 셴 비어스를 위한 곳이다. 너무나도 짧았던 그의 생애를 대신해, 이 곳에 와서 노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
닉(Nick)을 기억하는 가족과 교회 식구들이.
사랑해, 보고싶다."
니콜라스. 나보다 고작 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