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겠다. 4kg 늘었다. 지난 2년간 성윤이가 태어나 무럭무럭 크는 동안 나도 피둥피둥 살이 쪄 지금은 62kg이다. 한때 나의 정상 몸무게는 58kg이라 굳게 믿었다. 입사 이후 6년 동안 유지된 수치였다. 식스팩까지는 아니었지만,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가도 창피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평온했던 내 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가장 큰 이유는 운동부족이다. 작년 정초에 1년치 헬스클럽을 끊었다. 주변에서는 “너무 호기를 부린 것 아니냐”고 했지만, 나는 자신만만했다. 야근도 많고 술자리도 많았던 총각 시절, 일주일에 3번은 꼭 헬스클럽에 들렀다.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동한 날도 많았다. 피곤하면서도 개운한 그 느낌, 나는 운동의 맛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결혼 준비와 출산 등으로 1년간 쉬었던 그 운동을, 다시 시작하겠노라 마음먹었지만 바뀐 생활의 조건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아침 9시30분에 집을 나서 저녁 8시30분에 귀가. 늦은 저녁을 먹고 녀석과 함께 누워 그냥 잠들기 일쑤. 애 재워놓고 운동하러 다시 나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고, 주말에 갓난쟁이 안고 혼자서 낑낑대는 아내를 놓고 1~2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맘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6개월 정도 드문드문 다니다 발길을 끊었다. 멀티플레이가 잘 안 되는 나로서는 육아와 헬스클럽 운동을 병행할 수가 없었다.






‘클럽’ 출입에 실패한 뒤 집에서 시도하기도 했다. 결혼과 함께 장만한 실내 자전거까지 있으니, 맘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했다. 누워서 다리 올리기 30번, 누워서 고개 들기 30번, 실내 자전거 30분... 이렇게만 했으면 참 건전했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 녀석이 낮잠을 자면 같이 자고 싶었고, 녀석이 밤잠을 자면 다만 몇 시간이라도 아무 일도 않는 무위의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최근에는 베이비트리 다이어트 이벤트 참여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도 않는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두려워 그마저도 접었다.

한 손바닥 가득 뱃살을 잡으며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이게 뭐야. 살 안찌는 체질이라며? 당신이 애 낳았어?” “걱정하지 마. 취재하러 나가면 금방 옛날 몸으로 돌아올 거니까.”






야금야금 늘어가는 뱃살을 눈으로 손으로 확인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이 편했던 이유는 고된 취재현장에 나가면 자연스레 살이 빠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1시간을 서서 가야겠지. 일과 시간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러 꽤나 움직이게 될 거야. 기사 쓰는 스트레스도 한몫 할 테지. 즐기지도 않는 술을 마셔야만 하는 저녁자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고. 막차나 택시를 타고 새벽녘에나 귀가해 너댓 시간 자고 다시 출근. 아, 생각만 해도 살이 쪽쪽 빠지겠다.








e891ee07bc88ee4fa31722e94d7d917c. » 이렇게 복근운동이라도 할 것을...






2년 만에 다시 작업복처럼 입게 된 양복바지. 내 배를 압박하며 날마다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주에 그렇게 월요일과 화요일을 환송·환영회로 보내고, 목요일 저녁에는 취재원과의 술자리가 있었다. 새벽 3시에 들어와 4시간도 채 못자고 나온 날도 있었다. 1주일을 그렇게 빡세게 보내고 벅찬 마음으로 체중계 위에 올랐다. 이것이 바로 바쁘게 살며 살을 빼는 생활다이어트 아니겠는가.

그러나 내 영혼의 몸무게만 빠진 걸까. 그대로다. 체중계 수치엔 변화가 없었다. “김 기자, 얼굴 좋아졌어”라고 말하던 취재원들의 말이 단순 덕담이 아니었다.

지난 주말 성윤이 양가 할머니들께서는 “아이고, 애 얼굴이 해쓱해졌다”며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다. 씁쓸하다. 찬찬히 살펴볼 여유가 없어 애 얼굴이 꺼칠해진 것조차 몰랐다. 그런 아빠는 삼겹살 20인분을 온몸에 두르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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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서른두살 차이 나는 아들과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이제는 함께 잘 놀고 있는 한겨레 미디어 전략 담당 기자.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친구 같지만 권위 있는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3년 간의 외출을 끝내고 다시 베이비트리로 돌아왔다.
이메일 : dokbul@hani.co.kr      
블로그 : plug.hani.co.kr/dok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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