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373620.jpg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지난 6월26일 저는 베이비트리에 ‘나의 40대, 다이어트 말고 체력 키우기’(링크: https://goo.gl/X4cHuu)라는 글을 썼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기자인 제가 <마녀 체력>이라는 책을 읽고 자극받아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이상 40분 이상 걷자. 그리고 이 목표를 적어도 3개월 이상 해보자’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독자들에게 ‘체력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이번에 저도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보자는 다짐을 하게 된 거죠. 
 
지나온 세월 동안 제가 운동 꾸준히 해보려고 하면, 위기의 순간은 2개월때 왔습니다. 2개월 동안은 신이 나서 하는데 3개월째 접어들면 항상 어떤 계기로 운동을 그만두었죠. 그래서 저는 지난 6월 3개월 동안 지속한 뒤, 그 변화에 대해 적어보겠다고 했지요. 며칠 후면 9월26일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약속대로 적어봅니다.
 
작은 성공을 거두고 싶었습니다. ‘나도 할 수 있다’‘나도 변화를 체험했다’라는 간증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의 한계일까요?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제가 존경하는 사람은 운동이나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매번 운동과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싶은데, 그것이 참 어렵기만 하네요.
 
이번에도 3개월째 접어들면서 폭염에 후두염에 업무 스트레스까지 가중되면서 운동을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즐겁게 운동하던 제가 한순간에 무너지더니 ‘운동이고 뭐고 아이고 나 죽겠네’하고 나가떨어진 것이죠.
 
처음 2개월 동안은 일주일에 세 번 40분 이상 땀나게 걸으니 몸도 가볍고 컨디션도 좋았습니다. 주말에 헬스 클럽에 가서 걸으며 그동안 못 본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침이 시작됐어요. 7~8월 폭염이 지속되면서 예전보다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쐬어서인지 기침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후두염이라고 했고, 약을 2주 동안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계속 기침이 한 달 내내 지속됐습니다. 덜컥 겁이 나서 엑스레이도 찍고 피검사도 했습니다. 의사는 특별히 몸에 문제없다며 휴식을 권장했습니다.
 
쉬라는 의사의 말에 주말에 집에 가만히 누워있거나 잠을 자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어요. 어느새 운동은 삶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8월에는 운동을 4번 갔고, 9월도 두 번 갔네요. 헬스 클럽에 가지 못하다 최근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면 일상에서 걷는 시간을 늘리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버스 정류장 두 코스 거리인데, 버스를 타지 않고 걷고요. 최근엔 점심 먹고 회사 근처 공원을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운동량은 여전히 부족하지요. 이렇게 저의 야심에 찬 도전은 처절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체력 키우겠다고 했지만, 저의 저질 체력을 확인한 셈이지요.

a7370428.jpg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번 실패했다고 여기서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삶은 지속되고 체력은 키워야 하니까요. 작심삼일이라도 작심삼일을 백 번, 천 번 하면 된다는 말이 있지요.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제게 엄청난 자극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제 남편입니다.
 
남편은 키도 크고 건장한 체격입니다. 결혼 전에는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였지요. 저와 마찬가지로 남편 역시 결혼 뒤 조금씩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했고, 운동량도 줄었습니다. 그러더니 올해엔 체중이 결혼 전보다 12kg 늘었습니다. 서서히 몸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혈압이 오르고 몸 이곳저곳이 아프게 된 거죠. 

6~7월 재미 붙여 운동 다니던 저를 본 남편이 8월 초 갑자기 다이어트 선언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혈압도 문제고 혈당 수치가 나빠지고. 누가 그러는데 5kg 정도만 빼면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거야. 무조건 살을 빼라는거지. 그래서 페이스북 보다가 ‘귀리 우유’광고가 나오길래 귀리 선식 주문했어. 이제부터는 아침 안 먹고 귀리 우유 한 잔 하고 걸을 거야.”

 

기뻤습니다. 야심한 밤에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다 먹고 라면을 즐기던 남편의 건강이 걱정됐거든요. 잔소리해도 소용도 없었거든요. 본인이 직접 나서 다이어트를 하겠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요.  
 
마침 그즈음 저도 <부모라면 그들처럼> <아이의 자존감>을 쓴 김민태 교육방송(EBS) 피디를 만났는데, 김 피디가 귀리을 먹은 뒤 체중 감량은 물론 건강 회복을 했다는 체험담을 들었습니다. 김 피디는 올해 초 나쁜(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약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혈압약처럼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하는 약이었습니다.

 

“약을 먹으니 약간의 부작용이 생겼는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또 약을 먹는 것 아니다 싶은 거예요. 이런 식으로 계속 약을 먹겠다 싶어 안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한 유튜브 강연에서 체중 5kg만 빼면 웬만한 성인들은 콜레스테롤 문제에서 해방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위해 귀리를 먹기 시작했는데 진짜 효과가 좋은 거예요. 한 달 만에 3kg 이 빠졌어요. 아침을 거의 안 먹었는데 지금은 귀리 우유를 먹어요. 점심은 제대로 먹고, 반 공기로 줄였어요. 저녁도 귀리 우유를 먹거나 간단히 먹어요. 가벼운 운동 주 2회 정도 하고요. 이렇게 해서 4개월 만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몸도 가볍고 너무 좋아요.”
 
남편에게 김 피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남편은 귀리 다이어트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게 됐죠. 남편은 아침에 귀리 우유를 먹고, 점심은 평소대로 먹고, 저녁은 반 공기로 줄였습니다. 자동차를 몰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저녁을 먹은 뒤 하루에 30분 이상 걸었습니다.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라가서 체중을 가족에게 공개를 했는데요. 세상에, 체중 감량 속도가 장난 아닌 겁니다. 현재 한 달 반 정도 지났는데, 6.5kg이나 빠졌습니다. 그 놀라운 속도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의 살이 빠지는 것이 기뻤습니다. “당신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응원해주었습니다. 남편은 눈에 보이게 바뀌는 체중계의 숫자를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아침에 일어나는데 훨씬 몸이 가볍다”고 했고요. “혈압도 정상 수치로 돌아왔어”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제게 남편에 대한 질투심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스트레스로 파김치가 돼 운동도 내팽개쳐버린 저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남편은 하는데 왜 나는 안되나 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어떤 일이 있어도 운동하러 나가는 남편을 보면서, 나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녀 체력>의 저자도 남편이 마라톤과 자전거 타기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운동을 하게 됐듯, 저도 식이 요법과 운동으로 달라지는 남편의 변화를 보니 훨씬 자극이 되더라고요.

 

저의 운동 작심 삼 개월 실패했습니다. 마의 2개월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그냥 한 달만 꾸준히 해보자고 결심해봅니다. 목표를 낮춥니다. 작은 성공을 위해서요. 세부 목표도 조금 바꿉니다. 하루 1만보 걷기로요. 헬스 클럽에 가든 안가든 하루 1만보 정도 걸으면 달성하기 쉬울 것 같아요. 그리고 식이 요법도 같이 병행하려고 합니다. 아침을 사과와 선식으로 대체하고, 저녁 식사양도 줄이려고 합니다. 남편이 성공한 체중 감량과 가벼운 몸, 저도 한 번 이뤄보고 싶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아, 무작정 재도전! 이렇게 처절한 제 실패를 여러분에게 고백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추석입니다. 자칫 아무 생각 없이 음식들을 입에 넣다보면 체중 감량은 커녕 체중이 늘 수 있는데요. 맛있는 음식 적당히 먹고, 쉬는 동안에도 산책도 하고 운동도 많이 하세요. 풍성하고 즐거운 추석 되세요. 한달 뒤 10월21일 목표를 꼭 달성하고 작은 성공의 기쁨을 함께 나눌게요.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베이비트리 생생육아 코너는 필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생생하게 쓰는 육아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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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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