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엄마, 이모, 나, 바다, 하늘
여섯 여자들이 제주도의 우리 집에서 복닥거리며 며칠을 지냈다.
바다와 하늘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네 여자가 함께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이제 여섯 여자가 되었다.
끝없이 이야기하고 웃고 먹고 산책하고
코 고는 할머니와 엄마 때문에 잠을 설치고
두 아이의 춤과 노래에 집이 떠나갈 듯 웃으며 지낸 나날이었다.
여전히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우리 할머니,
여전히 멋있고 재미있는 우리 이모,
여전히 나랑 잘 안 맞는 우리 엄마,
날 꼭 닮은 바다와 큰산을 꼭 닮은 하늘이,
그리고 나.
참 다르면서도 닮았다.
여행 마지막 날, 그림으로 우리 모습을 남기자고 내가 한 사람씩 얼굴을 그리자
아이들은 내 뒤에서 꺄르륵 꺄르륵 웃으면서 보고 있고
얼굴이 그려지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호소했지만
어쨌든 여섯 명의 얼굴이 한 종이에 채워졌고
안 닮은 그림 덕분에 우리는 또 많이 웃었다.
우리가 함께 본 바다와, 함께 먹은 맛있는 밥들이 고맙고 소중하다.
‘맨날 같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가
‘아니다, 엄청 싸우겠지.’ 하면서 고개를 내젓는다.
몇 년 전부터 헤어질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는 이번에도 헤어질 때 우셨다.
할머니가 오래 오래 사셔서 바다와 하늘이가 커서도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바다와 하늘이가 함께여서 더욱 행복해진 우리 여섯이
나는 참 좋다!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