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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사이, 한국은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육아도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심플함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물건들, 친환경적이고 견고해서 신뢰감이 가는 이미지,

게다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을 많이 낳는 북유럽의 육아방식이 

뭐든지 과하고 넘치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런데, 어째 한국에서만 유독 북유럽 관련 상품들이

고가의 명품 차원으로 소비된다는 게 참 특이하다.

북유럽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검소함과 심플함, 절제,

뭐 이런 것들일텐데, 북유럽 가구, 북유럽풍 아동복과 유모차, 천연화장품..

한국에서만 유독 이런 고가상품들이 인기있다는 것은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게 진짜 북유럽풍일까?


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북유럽 사람들 역시 엄청 검소하고 절약이

일상일텐데(세금과 물가가 비싸서 그러지않고는 살기도 힘들 것이다)

한국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이런 문화가 과연, 그들의 일반적인 문화인 걸까?

인기있고 유행하는 문화를 우리는 어쩜, 소비로만 즐기고 만족하며

그 속에 든 본질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아는 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일본인들은 북유럽 문화를 어떻게 이해되고 즐기고 있을까.

오늘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를 키우는 일본인 가정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하는 물건은

아마 유명한 스웨덴의 조립가구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비교적 저렴한 편인 이 가구는, 아이들 장난감 수납장으로 자주 볼 수 있는데

한때 많이들 사더니 요즘은 또 유행이 좀 지난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은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북유럽 사랑이 대단했다.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걸 좋아하는 취향과 코드가 맞아선지

인테리어나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아온 것 같다.

하지만, 고가의 가구나 육아용품을 소비하는 것보다 소소한 인테리어 소품들이나

식기, 문구, 캐릭터용품들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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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북유럽 문화를 동경하고 호감을 가지게 된 데는

뭐니뭐니해도 외국의 아동문학을 일본이 애니메이션화하면서 아이들이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게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80년대에 한국에서도 티비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닐스의 신기한 여행>.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스웨덴의 동화가 원작인데

30년 전의 애니메이션이지만 지금 우리집 아이들도 재밌게 볼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다.

<빨강머리 앤>이나 <하이디>등이 그랬던 것처럼, 어린 시절에 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북구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아이들에게 심어져 그게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끼치게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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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닐스의 신기한 여행>은 아이들에게만 읽히기엔 아까울 만큼 대단한 작품이다.
작가인 '셀마 라게를뢰프'는 이 책으로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했는데,
스웨덴 화폐에도 등장하며 닐스가 거위를 타고 기러기들과 함께
하늘을 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 아름다워라!
어린이책과 그 작가가 화폐의 주인공이라니.

가구나 유모차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걸 진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화폐에 아동문학가가 등장하려면 얼마나 더 세월이 지나야 할까.
얼마전 읽은, 아동문학 계간지에 한국 동화작가들이 생계유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집류나 학습물만 쓰느라 상상력이 다 말라가고 있다는 한숨이 페이지마다 들려오던데.
<닐스의 여행>은
동물을 괴롭히는게 일이던 개구쟁이가, 마법에 걸려 동물들의 말을 듣게 되고
그들과 함께 스웨덴 전체를 여행하며 많은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인데
최고의 지리교과서이자, 훌륭한 성장소설이며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이 한 작품으로 느낄 수 있는 걸작이다.
이런 문학을 제대로 읽을 나이가 되는 초등 고학년 시기에 우리나라 아이들은
책과 가장 멀어지기 시작한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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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이런 어린이책을 많이 읽고 자라 어른이 된 일본인들 중엔
북유럽의 팬들이 무척 많다. 일본 연예인 중에 '미무라'라는 여배우가 있는데
핀란드의 동화 <무민>의 열렬한 팬이다. '미무라'라는 이름도 무민 동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에서
이름을 따와 자신이 직접 지은 예명이란다. 그림책 에세이도 벌써 2권이나 낸 작가인데
그림책이 가득한 책장 아래서 잔디위에서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을 즐기고 싶어
초록 카펫을 깔았다며 흐뭇해하는 모습, 그녀의 에세이에 있는 사진 중 한 컷이다.

<무민>동화의 작가, 토베 얀손이 탄생한 지 올해로 100주년이 되었기에,
일본에서는 다시 한번 무민 열풍이 불었다.
무민 캐릭터의 머그컵이나 인테리어 소품이 어딜가나 인기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100주년 기념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핀란드가 어떤 나라인지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하는 등
지금까지 여러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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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동화는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대로,
무척 아름답고 깊이와 감동까지 대단한 작품이 많다.
글과 그림 모두, 북구만이 가진 감성과 상상력을 흠뻑 경험하게 하는데
<삐삐>로 유명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삐삐의 이미지만 기억한다면, 꼭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길 바란다.
유아와 저학년은 <로타>시리즈를, 고학년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꼭 놓치지 말기를.
글자를 아는 아이들에게도 린드그렌의 동화는 어른이 읽어주길 권하고 싶다.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산적의 딸 로냐>는
이번 10월부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일본 티비에 방영될 예정이라는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감독을 맡아  어떨지 궁금하다.
원시스런 북구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원작을 얼마나 잘 살려낼 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린드그렌의 걸작을 또 다시 방송으로 만날 수 있다니.
아이들과 함께 10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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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유아기 때, 함께 읽은 린드그렌의 <로타의 자전거>는
자전거를 타고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무척 실감나게 그린 그림책이다.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우는 로타가 나오는 페이지를 볼 때
잔뜩 긴장한 표정이던 아이가 얼른 뛰어가더니
반창고를 가져와 그림 위에 붙여주던, 그런 추억이 있는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며 정색을 하는 엄마는 보이지도 않는지
굉장히 안심하는 표정이던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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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북유럽 문화의 어떤 부분을 내 삶에 적용시켜 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군더더기 없는 절제미와 실용적인 디자인과 자연스러움, 거기다 아름답기까지.

내가 꿈꾸는 삶, 육아, 집, 인테리어가 바로 그런 것이다.

어떤 글에서 북유럽의 심플함은,

우리 전통 문화 속의 '정갈함'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곳도 있다는 북유럽은 어쩜,

아이를 키우는데 썩 좋은 환경이 아닐 수도 있다.

혹독한 겨울동안 집 안에서 되도록 쾌적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그들의 궁리와 노력의 결과가

바로 북유럽문화 아닐까. 풍부한 상상력의 동화들도 그런 문화이기에 태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심플함 속에 창의력이 돋보이는 그들만의 독톡함은

린드그렌의 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평범한 단어들로 특별한 사물들을 이야기하라."


이것이야말로 북유럽 문화의 본질이 아닐까.

본질적인 부분은 외면하고 값비싼 가구를 들여놓고, 멋진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가로지르면

되는 걸까.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기보다 이미 있는 외국 상품을 들여와 그럴 듯하게

소개하는 기업들의 전략에 하나하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되기에 앞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순 없을까.


누구나 부러워하는 물건으로 지금 잠시, 주변의 인정을 받아 행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남들이 우리 아이를 잘 키워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놀다가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고,

놀이와 자연이 자신의 상상력의 원천이었다는 린드그렌의 어린 시절에는

비정상 회담의 알베르토가 말한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가 있었다.


집안을 정갈하고 심플하게 꾸미고, 아이를 자연으로 자주 데려가고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가는 것.

그리고 진정한 고퀄리티를 자랑하는 북유럽의 동화를 아이와 함께 읽는 것이

진정한 북유럽 콘텐츠이며, 저비용 고효율의 북유럽풍 육아라 생각한다.


명품 유모차 살 돈이 있다면, 잘 아껴두었다가 아이가 좀 더 커서 배낭여행갈 때

북유럽도 근사하니 가보라며 경비에 보태주고 싶다.

두툼한 <닐스의 여행> 책을 한 손에 들고,

닐스의 그림이 그려진 화폐를 지갑에 넣고 스웨덴을 여행하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 두근거리지 않는가. 지도만 봐도 벌써 설레인다.

공부만 하다가 죽는 아이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북유럽 정신은 무엇일까,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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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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