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규 16.jpg

 

'저도 스마트폰 사주세요. 왜 안되는데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잖아요.'

열두살 아들은 어제 제법 큰 도발을 했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아들이 요즘 푹 빠져 있는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은 아빠의 핸드폰에만

저장되어 있어 아빠의 허락을 받아야만 할 수 있다.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세시간으로 정해져 있어서 스마트폰

게임도 그 시간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데 최신 버전이 나왔다며 다운로드

해 달라고 조르던 참이었다.

퇴근한 남편은 아들에게 다운로드하는 방법을 한 번 찾아보라고 핸드폰을

건네 주었는데 사이트에 회원가입도 해야하고 인증도 받아야 하고

절차가 꽤나 복잡했다. 남편은 회원가입하는 것은 안된다고 못 박았고

기존의 버전으로 그냥 즐기라고 권했는데 아들은 펄펄 뛰었다.

그러면서 도발이 시작되었다.

 

'저는 최신 버전으로 하고 싶어요. 회원가입 해주시면 되잖아요.

그게 싫으면 저도 스마트폰을 사주시던가요. '아들은 울며불며

이렇게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른것은 오래 되었다. 열 두살 나이에

스마트폰이 탐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는 스마트폰이 금지되어 있는데다 남편이나 나나

아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기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들의 부탁에 꿈쩍하지 않는다.

중학교에 가게 되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그때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아들은 당장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 늘 안달을 한다. 그러다가 어제 그 게임 때문에 대놓고

부모에게 대들게 된 것이다.

 

처음엔 차근차근 설명했는데 아들은 받아들일 마음이 조금도 없는 듯 했다.

부모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 저만 없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최신 버전으로 그 게임을 즐기고 싶은데 부모가 못하게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도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와 남편은 집에서 스마트폰을 쓰는것을 퍽 조심해 왔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것은 아예 하지 않았고

쇼핑이나 인터넷 서핑도 거의 하지 않는다. 주로 연락을 주고 받거나

메일을 확인하거나 하는 용도로만 쓰고 있는데 아들은 마치

부모는 스마트폰이 있어서 좋아하는 일을 마음대로 즐기는데

저만 그럴 수 없는 것처럼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남편은 아들이 부모를 비난하는

태도에 크게 격분했다.

'아빠가 잘못 했구나. 니가 원해서 아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조금씩 하게 했는데 처음부터 하게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을....

아빠 스마트폰에 있는 게임, 전부 다 지워야겠다' 하더니

정말 스마트폰에 있는 게임을 지우기 시작했다.

 

울며 소리지르던 아들은 놀라서 아빠를 바라보았다.

남편은 오랜시간을 들여 게임을 모두 지웠다.

'앞으로 엄마 아빠 핸드폰은 절대 손대지 마. '

남편은 이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이젠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엉엉엉'

아들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남편은 나보다 아들에게 늘 관대했다.

내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게 하지 말라고 해도 나와 싸우면서까지

아들에게 게임을 하게 하던 남편이었다.  언제나 아들편이던 아빠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데도 아들은 제 행동을 돌아볼생각은 안하고

이젠 그동안 즐기던 게임마저 못하게 되었다고 곡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철딱서니라니...

 

'필규야. 게임보다 부모가 너를 믿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부모와의  관계를 지키는 것이 게임보다 더 소중한거야'

'저는 그렇지 않다고요. 이젠 다 틀렸다고요'

아들은 여전히 소리지르며 울었다.

 

동생들이 다 잠자리에 들고 거실의 불을 끄려 하는데도 아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들어와서 자라고 해도 '엄마나 자요!, 난 안 잘 꺼예요. 게임도 못 하는데 자는게 무슨

소용이예요.게임도 다 지웠는데 다 소용없잖아요'  아들은 변함없이 버럭거리며

거칠게 제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음속에서 화가 솟구치는것을 지그시 눌렀다.

그렇구나.. 이쯤에서 멈출 생각이 없구나. 엄마 아빠를 더 화나게 하고 싶구나.

나는 아들을 불러 말했다.

'일주일에 세시간 하던 게임, 이젠 못해'

'뭐라고요?'

'컴퓨터게임도 할 수 없다고.. 이제 우리집에서는 어떤 게임도 할 수 없어'

'왜요?'

'니가 게임 때문에 그렇게 부모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게임을 그만두면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보일것 같애. 너만 못하는 게 아니고

동생들도 다 못하는 거니까 이제부터 게임없이 지내보자.

잠 안잘거면 맘대로 해. 우린 자야겠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안방문을 닫았다.

그러자 아들은 서둘러 내 뒤를 따라왔다.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눈은 무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아들은

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와 침대 아래에 웅크리고 누워 연신 흑흑 거리며 울었다.

 

남편은 두 딸이 잠들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우는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는 꼬옥 안아 주었다.

'필규야... 아빠가 엄마랑 싸우면서까지 니가 좋아하는 게임 하게 하고

그랬잖아. 니가 게임 할 때는 중요한 연락이 와도 기다렸고...

니가 게임을 많이 다운 받아 놓아서 아빠 핸드폰 저장 공간도

별로 없고 그런데도 너는 계속 더 많은 걸 아빠에게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이렇게 무례하게 부모에게 대들고 원망하고...

아빠가 너를 혼낸적이 별로없는데 오늘은 정말 속상했어, 화나고...'

 

나도 아들 곁에 누웠다.

'게임보다 엄아 아빠를 더 사랑해주면 안될까?'

아들은 울다가 큭큭 웃었다.

남편은 일부러 아들의 몸을 더 꼬옥 안았다.

'간지러워요' 아들은 몸을 비틀며 더 크게 웃었다.

 

'죄송해요.. 아빠'

아들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꼭 안고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가려던 아들은 나를 안더니 이렇게 말 하는 것이었다.

'엄마... 컴퓨터 게임.... 원래대로 돌려주세요'

'.... 그래? 엄마한테 사과했던가?'

'죄송해요'

'... 좋아, 그럼 컴퓨터 게임은 다시 할 수 있어. 그렇지만 앞으로도 니가 원하는 것을

안 들어준다고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꺼야'

'네...'

아들은 그렇게 나를 안고 있다가 내 볼에 입을 맞추고 현관문을 나섰다.

 

어려서부터 엄하게 무섭게 아들을 키우지 않았다.

친구같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친구처럼 부모와 편하게지낸다고 해서

부모가 친구랑 같은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딸들은 그 선을 넘는 법이 없는데 아들은 화가 나면

감정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고 행동을 조절하지도 못해서 자주 그 선을 넘곤 한다.

처음엔 나도 같이 화를 내고 흥분해서 야단을 치고 혼을 내곤 했는데

그런 대응은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화를 내는 대신 아들이 도를 넘는

행동을 할 때 반드시 그 책임을 지게 한다. 아들이 누리는 것들을 제한하는 것이다.

아이 앞에서 소리지르며 화를 내고 한탄을 하고 비난을하는것보다 이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전에 대화로 서로 풀 수 있으면 더 좋지만 아직 감정 표현이

세련되지못한, 이제 슬슬 사춘기를 향해 가는 아들과 대화로 푸는 것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아들도 나도 끊임없이 더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이번 일은 이 정도로 마무리 되었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아들의 열정은

아마도 손에넣을 때까지 사그러 들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기 전에

충분히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깨닫고 이해할 수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정말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을때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측 할 수 없다.

나쁜 것을 다 막을 수 도 없고, 필요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일 역시

쉬운게 아니다. 어른들도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자라나는 아이와 계속 부딛치면서 부모도 끝없이 새로 배우고 노력하는

수 밖엔 없다.

아이마다 자라는 모습이 다르기에 어떤 접근이 현명하다고 정해놓을 수 도 없다.

내 아이에게 맞는 길을 부단히 찾아가며 시행착오를 겪을 뿐이다.

다만 이 모든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신뢰가 깨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제 주장이 강하고, 감정 표현이 거칠고, 눈물도 많고, 분노도 많은 아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아들이 있어 늘 더 고민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니

어쩌면 아들 덕에 이만큼이라도 부모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된다.

 

스마트폰과 게임 뿐이겠니. 세상에 나가면 네 관심과 혼을 쏙 빼놓을 수많은

유혹들이 넘쳐날텐데 부디 부모와 같이 살고 있을때 그 모든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울수 있기를, 우리가 네게 가르쳐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나는 정말 그런 유혹들을 잘 다스리고 있는 것인지..

부모노릇, 엄마 노릇... 정말 쉽지 않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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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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