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케이티는 예정대로 탈장 수술을 했다. 


원래 탈장은 입원 없이 외래 수속을 밟아 진행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담당의사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입원 준비를 해 오라고 했다. 그가 우리 동네 부속 클리닉에 오는 날 수술을 할 수도 있었는데, 의사는 만일의 경우 다른 과 전문의들과 신속히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중앙병원에서 수술하기를 원했다. 클리펠 트리나니는 몸 속 혈관/림프관이 정상 범위보다 확장/축소되거나 너무 많이/너무 적게 발달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수술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수술 부위 근처에 잘못 형성된 혈관/림프관이 있을 경우, 잘못 건드리면 위험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중앙아동병원까지는 차로 1시간 10분 거리. 수술에 필요한 수속과 각종 절차, 그리고 마취 준비를 위해 아침 7시 45분까지 병원에 들어가야 했다. 그날따라 새벽부터 비가 오락가락 하던 차여서 날은 매우 흐렸고,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폭우를 맞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헤쳐 나가야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고 수술 전 대기실에 올라가 여러 간호사/의사를 차례로 만났다. 마취과 간호사는 아주 능숙하게 '전신마취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술술 읊었다. 흡인성 폐렴이 어쩌고, 그보다 심각한 경우에는 어쩌고..마치 보험 광고 말미에 빠른 속도로 후루루, 지나가는 '약관'처럼 주루룩 제 할말을 읊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근데 이런 거 다, 엄청 드문 경우야, 걱정 마."


응? 잠깐만. '엄청 드문 경우'? 걱정 말라고? 그럴 일 없다고?

클리펠 트리나니도 '엄청 드문 경우'거든. 10만분의 1이라니까! 그럴 일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어? 내 앞에서 '드문 일'이니 걱정 말라고 말하는 거, 정말 오만한 거야, 그거 알아?


순간 눈물이 다 핑글, 솟았다. 저 말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올 것 같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었고, 말하지 않았다. 마취과 의사가 척추에 꽂는 caudal block(경막외신경차단술, 출산 때 쓰는 무통주사 에피듀럴이 이 기법으로 주사되는 거라고.) 을 강권할 때도 나는 그저 간단한 말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 한마디 말 속에는 물론 이런 말들이 숨어 있었다. '우리 애는 척추 바로 오른쪽에도 문제가 있는데, 뭐라도 잘못되면 신경도 혈관도 엉망이 되어버릴 지 모르는데, 통증 줄인답시고 그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나중에 보니 이 마취과 의사는 진짜 '마취'와 관련된 것 밖에 안 보기 때문에 무작정 그걸 권했던 거였다. 집도의는 아이 몸을 구석구석 여러번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번에 알더라. 얘는 척추에 그걸 꽂기엔 위험한 아이라는 걸.) 


엄마 아빠는 이런저런 일로 복잡한 심경이었지만, 아이는 그저 환자복을 입고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서 까르르, 우당탕,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오전 10시 경 수술실로 들어갔다. 마취과 의사가 밀어주는 장난감 자동차에 탄 채로, 엄마 아빠는 따라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렇게 뒷모습을 보이며.  


1시간 20분 뒤, 수술이 잘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로부터 30분 뒤, 마취에서 깨어나려는 아이를 만나러 회복실에 들어갔다. 원망스러워 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나 아팠어 엄마,' 하는 것 같은그 기운 없는 눈에 눈을 맞추며 아이 이름을 불렀다. 아이는 곧 기운을 차려 물을 여러차례 마셨고, 이어 빵을 조금 먹었다. 그리고는 '이제 다했으니 밥 먹으러 가자'는 우리의 말에 말끔해진 얼굴을 하고선 외쳤다. "다했따!!" 


수술 당일과 그 다음날,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잘 놀고 잘 지냈다. 진통제도 한 번 안 먹고 너무 잘 지내서 좀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는데 어제 오늘은 수술 부위가 단단하게 붓고 멍이 드는 등 못 보던 증상들이 눈에 띄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간호사들과 전화 연락을 하며 어디까지가 수술 후 흔히 나타나는 정상적인 범위의 증상이고 어디부터가 문제인지 체크하고 있는데, 오늘 오후 들어 조금 더 아파하기 시작해서 또 마음이 쓰인다. 다행히 잠은 잘 자고 있는데...내일은 또 금요일, 즉 주말 초입이고, 남편은 때마침 다른 주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차 토요일부터 3박 4일간 집을 비운다. 괜시리 걱정이 된다. 그 걱정 덜어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다음 주 이 시간엔 가뿐한 마음으로, 다른 얘기 즐거운 얘기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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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슬
'활동가-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막연했던 그 꿈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은 운명처럼 태어난 나의 아이 덕분이다. 아이와 함께 태어난 희소질환 클리펠-트리나니 증후군(Klippel-Trenaunay Syndrome)의 약자 KT(케이티)를 필명으로 삼아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썼다. 새로운 연재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은 아이책, 어른책을 번갈아 읽으며 아이와 우리 가족을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내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과 삶을 꾸려내고 싶다.
이메일 : alyse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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