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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한테 용돈을 받으면 알아서 부모에게 맡기던 아들 녀석이 드디어

그 돈을 제 '소유'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참 전 일이다.

이럴때 부모들은 좀 난감해진다.

아직 어리니까 큰 돈을 관리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

그래서 부모에게 맡기는 것이다,

부모가 그 돈을 쓰는 것은 아니다,

너를 위해 저금하고 있다.

이런 설명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큰 아이는 내가 이런 설명을 하자 대번 '저한테 돈을 맡겨나 보셨어요? 제가

잘 관리하는지 안 하는지 어떻게 아세요?' 하며 눈을 부릅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용돈 받는 것을 다 아이 손에 맡길 수 도 없다.

설날에 양가에서 아이가 받는 세뱃돈만 이십여만원 가까이 되는데

아이 스스로 관리하기엔 큰 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아이디어들이 동원된다.

 

우선 세 아이 이름으로 언제든 돈을 입금할 수 있는 통장을 만들어 주었다.

용돈이 생기면 함께 은행으로 가서 저축할 수 있게 도와 주었다.

여덟살, 다섯 살 딸들은 은행을 좋아했다.

큰 딸은  은행에 자주 갈 수 록 제 통장의 잔고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금방 이해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무척 뿌듯해 했다.

막내딸은 아직 어리므로 언니가 하는 대로 똑같이 하는 것을 좋아하는 상태다.

문제는 아들이다.

몇 번은 함께 가서 용돈을 은행 창구에 내밀기도 했지만 끝내 제 손에

쥐고 있는 용돈도 족히 몇 만원은 된다.

용돈을 쓰려면 용도를 밝혀야 하고 부모와 상의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쓸 수 있는 돈을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주는 만족감이 있는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물건 욕심이 많은 녀석이 수시로 유혹에 흔들리니

하루에도 몇 번씩 새 물건을 사고 싶다는 녀석과 설득하는 부모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큰 아이는 몇 달전부터 용돈을 받고 있다. 용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일주일에 얼마 정도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천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이 되면 천원의 용돈을 받는다.

물론 용돈기입장을 쓰고 있다.

여덟살, 다섯 살 동생들은 아직 용돈을 받지 않는다.

큰 아이는 제 돈이 생기기 시작하자 수시로 동네 문방구를 노리고 있다.

비싸지 않은 것이라면 제 용돈으로 제 욕구를 채우는 것을

허락하는 것도 좋을지 모르지만 큰 아이가 이런 식으로 물건을 사게 되면

밑에 있는 두 동생들도 덩달아 물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라

늘 큰 아이를 설득하게 된다.

세 아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규칙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세아이 4.jpg

 

아이에게 돈을 관리하고 잘 사용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무조건 저축만 하게 한다거나 어른이 가져가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제 욕구를 위해 돈을 모으게 하거나, 올바로 소비하게 하는 것을

돕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다.

아이들과 늘 생활을 같이 하다보니 내가 돈을 쓰는 방식이 아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이나 인터넷으로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다.

엄마가 인터넷으로 수많은 물건들을 검색하고 구입하는 것을

아이들이 본다면 자기들도 그런 마음들이 들것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가는 일도 되도록 자제한다.

물건이 많은 곳을 가면 욕구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원칙 외에 아이들과 의논해서 용돈 사용에 대한 몇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우선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게 되면 그에 따른 책임도 생긴다는 것을 설명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돈이 들어가게 될 때 큰 아이는 그 돈의 일부를 제 용돈에서

충당하기로 합의했다. 우선은 10%로 정했다.

 

당장 아들은 다음주부터 마을 조합에서 하는 여름학교 통기타 수업을 듣게 된다.

기타를 구입해야 하는데 기타값의 10%를 제 용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처음이므로 저렴한 기타부터 시작할 예정이라 지금 아들이 가지고 있는

용돈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중학생이 되어 용돈이 더 많아지면 책임져야 하는 비율을 다시 조정하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용돈이 모자라면 용돈을 벌 수 있는 집안일을 줄 생각이다.

 

용돈을 은행에 저축하는 경우에는 아이가 저축하는 금액만큼 부모가

보태주기로 했다. 만원을 저금하면 부모도 만원을 보태는 것이다.

세뱃돈 받은 십만원 모두를 저금하면 역시 부모도 십만원을 보탠다는 뜻이다.

욕구를 조절하고 유예시켜서 저금을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부모가 응원하는 차원에서 정한 규칙이다. 물론 아이는 선택할 수 있다.

여덟살 큰 딸은 너무나 좋아했지만 아들은 그래도 여전히 신중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3만원을 저금하게 되면 6만원을 은행에 넣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당장은 3만원을 수중에 가지고 있는 것을 선택한다.

 

아들은 스마트폰도 갖고 싶고 게임기도 갖고 싶다.

새 레고 제품도 갖고 싶고 멋들어진 모자도 탐을 낸다.

욕망하는 것이 나쁠리는 없다.

그러나 소비를 권한는 사회에서 건전하게 욕망하고 건전하게 소비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유난히 물건 욕심이 많은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복잡하다.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계획없이 소비하면서

아이들한테 바른 소비를 가르칠 수 없다.

 

돈을 밝히기 시작한 아들을 보면서 한동안 게을렀던 가계부 쓰기에 다시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아들이 아니라 나구나.. 사치를 안 한다는 자만에

사실은 방만하게 살림을 해 왔다는 것을 알겠다.

 

이참에 나에게 의논도 안 하고 이따금 택배로 물건을 구입해 집으로 날리는

남편이 반성도 촉구하는 바이다.

 

아이가 커갈 수록 부모 노릇도 힘들어진다.

새로운 배움을 주어야 할 때 지혜롭게 처신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기려면

나는 아직도 아직도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모양이다.

부모가 하는 모든 일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따지는 아들을 둔 덕에

친정 자매들이 알려주는 온갖 탐탁한 인터넷 쇼핑몰들을 맘 놓고

서핑하는 행복도 누리기 어우니 아이고... 내 신세야...ㅠㅠ

그래도 이런 아들이 있어 여전히

긴장하고 애 쓸 수 있으니 아마도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라고

신은 알아서 이런 아들을 내게 주신것이려니.... 생각하고 있다.

 

돈 밝히기 시작한 아들...

축하한다.

돈이 좋은 만큼 올바로 버는 일과 제대로 쓰는 법도 잘 배워보자.

사실은....

엄마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니.... 이참에 같이 공부해보자.

좋은일인데... 어흑... 어째 엄마는 힘이 좀 빠지는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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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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