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9_105229.jpg » 양가 어머님 모시고 무주 여행. 곤돌라 탑승 전. @양선아

 

아이들 어린이집 방학 기간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여름 휴가 신청을 한다. 이모님(베이비시터)이 계시기 때문에 굳이 내가 성수기때 휴가를 내어 고생할 필요는 없다. 이모님은 가족들이 모두 중국에 있어 가족들과 휴가 시즌을 맞춰 휴가를 가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방학할 때라도 고향에 내려가 할머니·할아버지·외할머니와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고, 나도 아이들과 온전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 휴가를 낸다. 
 
이번에도 여느 해처럼 휴가가 시작하자마자 고향으로 내려갔다. 아이들은 할머니·할아버지·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할머니가 해주시는 진수성찬 음식을 맛보았다. 큰엄마·큰아빠·삼촌·사촌형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휴가 기간동안 우리 부부가 특별히 계획한 이벤트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지난해처럼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로 놀러가고 싶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했다. 대신 우리 회사법인용 리조트 이용권을 신청했다. 여름 성수기라 신청자가 꽤 있었는데도 운좋게 추첨에서 당첨돼 50% 할인된 가격으로 무주덕유산리조트로 1박2일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로 했지만, 시아버님께서는 다른 개인 일정이 있어 합류하지 않으셨다. 결국 이번 여행은 양가 어머님들과의 동반 여행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임은 여행의 백미이고, 여행을 위한 준비는 여행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고통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시어머님께서 준비 고통을 거의 분담해주셨다. 워낙 꼼꼼하신 시어머님은 1박2일 여행인데도 4박5일 여행처럼 준비를 철저히 하셨다. 김치는 종류대로 그릇에 담고, 밑반찬은 아이들 것과 어른들 것 따로따로 준비하셨다. 불고기까지 미리 양념해 준비놓으셨고, 리조트 내에 있다고 말씀드렸는대도 혹시 모른다며 화장지와 냄비까지 준비하는 철저함을 보이셨다.
 
7월28일 오전 여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떠나려는데 아침부터 아이들 몸 상태가 이상했다. 고향에 내려간 첫 날 너무 덥다며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자서인지 아이들이 감기에 걸린 것이다. 38도까지 열이 오르고 콧물을 조금 흘렸다. 그렇다고 여행 일정을 취소할 수는 없는 일. 약국에서 해열제와 종합감기약을 사서 여행지로 떠났다. 가는 차에서 딸은 내내 “춥다”고 말하며 덜덜덜 떨었다. 열이 심하게 오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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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634847911.jpeg » 무주 덕유산 리조트 맛집 덕유산회관. 한상 차림이 푸짐하다. @양선아

 
2시간 정도 걸려 점심 무렵 숙소에 도착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리 찾아 놓은 숙소 근처에 있는 맛집을 찾았다. 어른들과 함께 가는 것만큼 한정식 맛집으로 골랐다. 숙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덕유산 회관이라는 한정식 집이다. 반찬 가짓수가 40여개에 이르고 4인 한상 정식이 8만원이었다. 아이 둘은 밥만 추가해 먹었다. 식당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친정 엄마는 음식을 맛보기 전에는 “밖에서 먹는 음식 다 그렇지”라고 하셨다가 직접 맛을 보시더니 “음식이 조미료도 거의 쓰지 않은 것 같고 간이 딱 맞다”며 맛있게 드셨다. 두 어머님은 나물 반찬부터 고기 반찬까지 골고루 맛을 보시고 맛있게 식사를 하셨다.
 
숙소에 도착해보니 리조트는 약간 낡았지만 깔끔하고 방 2개에 거실이 있었다. 에어컨이 없는데도 산 속이라서 그런지 시원하고 밤에는 추울 정도였다. 딸의 열은 계속 상승해 39.5도까지 올랐다. 해열제를 먹이고 숙소에서 잠을 재웠다. 두 어머님은 오로지 손녀 걱정만 하셨다. 친정 엄마는 “안아프면 신나게 뛰어놀고 물놀이장 가자고 난리났을텐데 우리 애기 어쩌냐”고 걱정만 하셨다. 시어머님도 “애기 아픈데 그냥 숙소에서 쉬자”고 말씀하셨다. 두 어머님께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는데 아이들 건강 관리에 소홀해 계획대로 움직일 수 없어 많이 속상했다. 모처럼 효도 제대로 해보려 했더니 아이들이 도와주지 않았다. 흑.  


 

20140728_164526.jpg » 아파서 울상이 된 아이, 틈틈이 아이 보살피며 읽었던 책. @양선아

 

20140728_172144.jpg » 열이 내리면 아이들은 방에서 즐겁게 놀았다. 아이들은 리조트를 좋아했다. 새로운 공간이니까. @양선아

 

20140728_172246.jpg » 약간 낡았지만 깔끔하고 넓은 곳이었다. @양선아

 
설레임은 온데간데 없고 아이 걱정으로 모두들 널부러졌다. 병원 데리고 가야하지 않냐며 두 어머님들은 계속 걱정하셨다. 평소 딸은 감기에 걸리면 목이 많이 붓는다. 분명 목에 염증이 생겨 열이 많이 나는 것일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일단 두 어머님께 리조트 내 찜질방에 가서 사우나라도 하시고 오시라고 했다. 주변 관광지 여행을 못한다면 두 분이서 사우나라도 다녀오시면 몸이라도 개운할 것 같아서다. 평소 쉴 틈 없이 일을 많이 하시는 두 분께 잠시라도 피로를 회복할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한사코 안가겠다던 두 분의 등을 떠밀었다. 아이는 해열제를 먹고 열이 좀 낮아지니 과일과 과자를 조금 먹으려했다. 뭐든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먹고 싶은 것을 먹였다. 약발이 떨어지면 아이의 열은 또 올랐다. 어머님들이 사우나에 가신 동안 남편과 나는 된장국을 끓이고 불고기도 조리했다. 밥을 해서 상을 차렸다. 두 분이 돌아오신 후 맛있게 식사를 했다. 아이 몸 상태가 괜찮다면 야간 라이브까페에서 두 어머님과 맥주 한 잔씩 하려했건만 아이 열이 또 올라 우리 모두는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결국 저녁 음주 시간도 포기하고 방에서 뉴스를 보다 일찍 잠들었다. 흑.
 
밤새 아이의 열은 오르락내리락 여행지에서의 고생은 이어졌다. 잠을 어떻게 잤는지 모르게 잠을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이 컨디션을 살폈다. 딸은 열이 내리면 좀 괜찮아졌다 열이 오르면 덜덜덜 떨었다. 그래도 무주까지 왔는데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무주리조트 여행의 백미인 덕유산 설천봉까지 가는 곤돌라 타기에 도전했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까지 오르는데 세월호 사건 등으로 안전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두 어머님은 곤돌라 탑승을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곤돌라가 오르면서 덜컹덜컹 소리를 내는데 친정 엄마는 땀을 삐질삐질 흐르기만 하셨다. 친정 엄마는 “돈 주면서 타라고 해도 안타겄다. 나는 다음에는 절대 이런 곤돌라 안탈란다”라고 말씀하셨다. 친정 엄마의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아이들 동영상을 보여드리고 말을 걸어드렸다. 다음에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갈 때는 부모님 취향을 고려해야겠다. 아무래도 부모님과 함께 하기 좋은 여행은 온천 여행과 같은 여행이 나을 듯 싶다. 흑.


 

20140729_111119.jpg »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가다. @양선아

 

20140729_111442.jpg » 친정 엄마는 겁이 나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시고, 아이는 열 나서 힘들어했다. @양선아

 

20140729_113912.jpg » 설천봉에 올라서 내려다 본 모습. @양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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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설천봉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런데 여전히 딸은 춥다며 덜덜덜 떤다. 내 겉옷을 벗어 아이를 감싸고, 시어머님은 아이를 업겠다고 하신다. 시어머님은 “아무래도 애기 병원 데리고 가야겠다”며 “관광이고 뭐고 얼른 집에 가자”고 하신다. 그래도 어떻게 올라온 설천봉인데 바로 내려가나. 잠시라도 설천봉 주변이라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에 아프지 않은 아들을 데리고 설천봉 주변을 잠시 구경했다. 남편에게 딸을 맡기고. 날씨가 흐려 전망이 좋지는 않았지만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아들과 10여분 산책을 마치고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보통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려 향적봉까지 오른다고 하는데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광주로 가기 전에 무주 구천동 계곡이라도 들르고 싶었지만 딸이 너무 힘들어해 바로 광주로 향했다. 광주로 가는 내내 힘들어하는 딸을 무릎에 안고 내려갔다. 제법 몸무게가 나가는 딸을 2시간 동안 안고 있으니 팔과 엉덩이가 아팠다. 흑.
 
이렇게 허무한 1박2일의 여행이 끝났다. 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소아과에 갔는데, 내 예상대로 아이의 목은 많이 부어있었다. 항생제 등을 처방받고 시댁으로 돌아와 아이를 쉬게 했다. 광주에 도착해서 약을 먹고 한숨 자더니 거짓말처럼 아이는 멀쩡해졌다. 열도 잡히고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다. 여행가기 전 미리 병원에 들러 약을 먹이고 갈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잠시 했다. 하루 더 고향에서 보내고 서울로 돌아와 집에서 아이들을 쉬게 했다. 제 컨디션을 찾은 아이들과 주말에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들과 동네 물놀이터에서 만나 함께 놀았다. 이렇게 허망한 여름 휴가가 끝이 났다. 흑.


 

20140802_142120.jpg » 동네 물놀이장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양선아

 
여름 휴가 기간동안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만나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잠도 실컷 자겠다고 생각했었다. 1박2일동안 양가 부모님에게 여행도 시켜드리며 효도도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모든 계획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여름 휴가를 제대로 보내려면 아이들의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쓸 것! 그렇지 않으면 결국 아이들 보살피다 소중한 시간이 금방 흘러가버린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다음 여름 휴가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흑.
 
*아직 휴가가 시작되지 않은 분들은, 제 경험을 참고하셔서 휴가 전과 휴가 중 아이들 건강 관리 각별히 신경쓰세요~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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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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