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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선생님의 <옥탑방에서 뒤늦게 꽃 핀 아내의 재능>이란 칼럼을 읽으며,
우리 가까이에 이렇게 사시는 분들이 계시고
또 그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각자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한다는 것,
그리고 부모만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부모의 꿈을 위해 도울 수도 있다는 것,
부모의 성공 또는 성취를 보여주며 자식에게 "그러니 너도 열심히 해라"라는 식으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시는 모습 ...
선생님의 가족 한분한분이 골고루 서로의 꿈을 돌보고 응원하며
함께 행복한 성장을 이뤄가시는 비결이 바로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작된 두 아이의 긴 여름방학.
잘 쉬고 잘 노는 것과 함께, 아이들이 늘 좋아해왔던 것을 좀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하는 생각끝에 결정한 것이 있었다.
먼저, 초등5학년인 큰아이. 딸의 주요 관심사는 크게 애니메이션 / 동물로 나뉘는데
방학 전에 우리가 사는 시에서 나온 신문을 보다가  이거다!!싶은 광고를 발견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에서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말의 생태에 대해 배우고 돌보는 프로그램>에 참가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참가비도 무료에 일주일에 한번씩 총5회에 걸쳐 하루 반나절을,
동물원에서 말과 함께 지내며 여러가지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큰아이에겐 딱!이긴 한데.. 참가자는 추첨을 통해 선발된 단10명 ..
일본에는 동물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워낙 많아서, 가능성은 거의 없겠구나
생각하고 일단 응모를 했다. 올해 안되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한번 도전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너무 기대를 안 한 덕분일까?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이번 프로그램에  큰아이가 당첨이 되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딸아이는 뛸듯이 기뻐했다.
동물만 보면 엄마아빠에게도 잘 보여주지 않던, 완전무장해제된 표정과 미소를 듬뿍 짓는
딸아이는 8월 한달동안 쭉 이어질 이번 기회를 위해
수시로  동물도감을 펼쳐보고 도서관에서 말의 생태와 돌봄에 관한 책을 빌려다 보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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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돌보게 될 말을 먼 발치에서 엄마미소를 지으며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좋아하는 세계에 빠진 사람의 행복한 기운이 나에게까지 전해져오는 것 같다.
딸아이는 커서 애니메이션이나 동물과 연관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자라면서 그 꿈이 어떻게 변해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권오진 선생님께서 자녀분들의 관심사와 꿈을 위해 곁에서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응원해주신 것처럼 나도 그렇게 도우며 응원해 주고 싶다.
슬로 육아는, 느리고 천천히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삶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부모가 긴 시간을 두고 꾸준히 지키며 실천해가는
것이 더 핵심이 아닐까.
부모인 우리는, 아이들이 너무 싫증을 잘 낸다고, 너무 끈기가 부족하다며 탓하지만
우리가 이런저런 육아방식으로 갈아타기하며 그때그때 유행하는 육아법을 기웃거리는 사이,
아이들은 훌쩍 자라고 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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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찾아간 동물원에서 재미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여러 동물 우리 가운데, "사람"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있는 곳이 비어있었는데

그 우리 속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사람"이란 동물에 대한 설명에는

"평화를 사랑하고 서로 도우며 집단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다른 생물 모두를 절멸시키는 힘을 가진 위험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을 둘러싼 위험한 요소들이 점점 늘어가는 요즘,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런 말을 했다.

"훌륭한 전쟁보다 어리석은 평화가 낫다."


12살 딸아이의 꿈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 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동물원에서 일을 하든, 애완동물 가게의 점원이 되든, 수의사가 되든,

훌륭한 전쟁보다 어리석은 평화 쪽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그저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 사회가 점점 어수선해 지고 있고

세계 곳곳에선 정말 어리석은 전쟁으로 많은 생명들이 희생과 고통을 겪고 있다.

일본은 지난주, 한 여고생이 자신의 집에서 친구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에 휩싸여있다.


우리 아이의 꿈과 미래를 소중히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사회와 세상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는 것.

이 두가지를 함께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이번 여름방학이 아이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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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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