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jpg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00일이 지났다.

100날이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절망과 좌절이 우리의 가슴을 무너뜨렸는지 새삼

말 하는 것 조차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월호를 이야기 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기에서 끝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100일이 지나면서 일부에선 세월호에 대한 충격과 슬픔이

무뎌져 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직도 세월호냐고, 이젠 그만 하자고

산 사람나 제대로 살자고 화 내는 사람들도 보인다.

세월호 때문에  먹고 살기만 더 힘들어 졌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와중에 정부에선 내수 활성화와 침체된 관광산업의 부흥을 위해

전국민 휴가 하루 더 가기 운동을 펼치겠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기가 막힌다.

 

'수학여행 가다가 개인 회사의 잘못으로 배가 물에 빠진 사건'을 가지고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유세를 한다는 주장이 여당 의원에게서 나온것도

충겨적이지만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것도 나를 좌절하게 한다.

세월호 사건을 이처럼 개인회사의 잘못으로, 단순한 안전사고로 돌리고 싶은

세력들이야말로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세력들임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이토록 많은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있는 이 사회의 모든 잘못들이

세월호를 가라앉게 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이 우리 모두의

일이 된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고 관련된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잘못된 것들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 역시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 세월호에 여전히 타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 불안한 삶은 이제 더 이상은 살 수 없다고 그런 사회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그런 세상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 없다고

유가족들과 우리 모두가 외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100일에 맞추어 집으로 배달된 '한겨레 21' 표지를 보다가 하염없이

울고 말았다.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가

아무도 지지않으려는 십자가를 대신 지고 팽목항까지 눈물의 순례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지난해 10월 나는 세 아이를 데리고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를 다녀왔다.

돌이켜보면 세월호는 우리가 탔을 때에도 얼마든지 가라앉을 수 있는

배 였다. 나는 운이 좋아 살아왔지만 4월 16일에 그 배를 탄 사람들은

그럴 수 없었다. 만약 내가 탔을때 배가 가라앉았더라면 어린 세 아이를

데리고 나 역시 살아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 후부터 모든 유가족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다.

팽목항에서 목이 터져라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부모들이 내 모습이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목 놓아 외치며

단식을 하고 농성을 하는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었다.

만약 아내와 세 아이를 세월호와  함께 떠나 보냈다면 남편 역시

모든 것을 다 걸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매달렸을 것이다.

십자가를 지고 눈물의 순례를 했을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일

외엔 다른 일은 다 놓았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는 모든 국민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죽어간 아이와 같은 손주들을 키우는 어르신들,

그 나이의 조카가 있는 삼촌들, 이모들, 이웃들...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유가족들의 아픔과 분노에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100일이 지났다.

아이들과 마당의 단풍나무에 매어 놓았던 노란 리본들이 비와 바람에

색이 바래 버렸다. 다시 진하고 노란 새 리본으로 바꿔 놓아야 겠다.

세월호는 잊지 않았다.

잊지 않을 것이다.

진실을 밝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엄마로서, 시민으로서

내 책임을 다 하자고 다시 다짐한다.

 

지금도 눈물의 순례를 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차가운 거리에서

단식을 하고 농성을 하는 그 아픈 마음들에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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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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