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원인이 무엇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뽀뇨와 하나, 아내가 돌아오는날 공항에서 할머니를 만날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심지어는 전주에 있을때 창원할머니에게

 

“할머니, 보고 싶어요. 어서 전주로 오세요”

 

라고 외할머니 앞에서 다정한 말투로 전화를 하던 뽀뇨였다.

 

서귀포에 도착한 다음 날 뽀뇨는 새로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손자 ‘하나’를 돌보며 하루종일 바쁘게 보냈다.

일을 하고 돌아와보니 할머니가 하나를 안고 ‘까꿍놀이’를 심하게 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인식반경에 뽀뇨는 없었겠지만 나는 ‘하나’에게 심하게 빠진 할머니를

멀찌감치 바라보는 뽀뇨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할머니 싫어”.

 

 할머니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할머니 싫어. 할머니, 여기 내 집이야. 창원으로 돌아가”라

 

고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엄마가

 

“요새는 손자손녀들이 할매를 싫어한단다.

할매가 똥기저귀 갈아주고 밥도 해먹이고 했는데 다 키워놓으면 할머니 집에 가라고 한다더라”

 

라고 동네 노인정에서 들은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는데 그게 우리집 일이 될 줄이야.

 

무턱대고 윽박지를 수는 없어서 “할머니 싫어”라고 소리치는 뽀뇨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뽀뇨, 할머니가 싫어요?”, “네, 싫어요”,

“할머니가 왜 싫어요”, “할머니가 싫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라고 물으니 혀 짧은 소리를 하며 다른 말로 둘러댄다.

 

‘아, 뭐가 잘못되긴 한거 같은데 어떻게 하지’

 

운전을 하며, 잠을 자며, 아침에 일어나 어떻게 하면 얽혀버린 할머니와 뽀뇨사이를 풀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날이 마침 하나 100일 되는 날이라 케익을 사오며

 

“뽀뇨, 이거 뽀뇨 생일이라서 할머니가 사준거에요. 할머니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해요”, “고맙습니다”.

“뽀뇨야, 맛있는 쿠키 할머니가 뽀뇨준다고 사준거에요.”라며 몇 번을 화해를 시도하였으나

뽀뇨는 집에 도착한 첫날을 제외하곤 할머니와 잠을 자려 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와 함께 있다보니 매일 같이 밥을 해야 하는 아내가 안쓰럽고 미안하다는 생각과

며느리와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교차하였는데

난데없이 할머니와 손녀사이의 갈등이라니.

결국 나는 해결책으로 엄마에게 ‘장난감’선물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조언을 했고

엄마도 손녀손을 잡고 나서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단다.

 

냉랭하고 불편한 공기가 언제쯤 풀리게 될까 고민하며 퇴근하는데 아내가 귀뜸을 해주었다.

 “자기야, 오늘 뽀뇨하고 할머니하고 관계가 좋아졌어요”. “(뛸듯이 기뻐하며) 그래? 어떻게 됐데요”. “그게 말이지..”

이야기인즉슨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뽀뇨가 할머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단다.

 

“할머니,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못 먹게 해요.”,

“그래? 할매랑 같이 저 앞에 슈퍼가자”.

 

그리고 ‘설*임’이라는 아이스크림을 물고 돌아온 뽀뇨.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할머니 뽀뽀~”라는 립서비스를 날리며 현관문을 들어서고 있었다는 아내의 증언.

 

엄마 왈, “할매가 참 생각이 짧은기라. 아이스크림 하나면 해결 될낀데 며칠동안 얼마나 마음을 조렸는지..

우리 뽀뇨가 아직 5살 아(아이)는 아네”

 

엄마만큼 마음을 조렸던 아들,

이빨이 상해서 치과치료를 받은 이후 아이스크림을 끊었지만 관계를 푸는데 이것만 한 것이 없더라.

 

가족간의 불화는 첫만남의 "설레임" 기억으로부터!  

 

<뽀뇨와 하나! 앞으로 이 둘의 애정쟁탈전은 얼마나 치열할지 기대되는 바이다>

뽀뇨하나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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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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