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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때부터 길러왔던 개 해태가 죽었다.

파보 장염 때문 이었다.



며칠 컨디션이 좋지 않고 먹이를 먹으려고 하지 않아 어디 아픈가보다 했는데

새로 떠다 준 물을 벌컥 벌컥 마시자마자 무섭게 토해 놓는 모습을 보고 병원에 데려 갔다.

차에 타려고 하지 않는 녀석을 억지로 억지로 밀고 끌어서 시내에 있는 동물병원에 데려 갔더니

바로 파보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입원을 시켜 수액을 맞아가며 항 혈청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데, 입원비가 하루 10만원에

주사약값이 100만원이 넘었다. 그것도 두 번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300만원의 비용 부담을

예상해야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약만 지어 들고 해태를 다시 집으로 데려 왔다.

가족 같은 개였지만 갑자기 300만원이라는 거금을 치료비로 쓸 것인지를 두고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해태는 그 다음날 오전에 죽었다.

아침 일찍 입을 벌려 가루약을 털어 넣어 주었는데 녀석은 그냥 누운 상태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혈변을 본 흔적이 주위에 흩어져 있었다.

큰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바쁜 오전 나절을 보낸 후에 다시 가 보았더니 뭔가 이상했다.

가로로 길게 누워 있는 녀석의 아랫배가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눈빛이 탁했다.

겁이 더럭 났다. 전라도로 출장을 가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다시 와보니 이미 늦었다.

해태는 이미 죽어 있었다.

혈변이 흘러 나와 있는 꼬리 쪽엔 벌써 파리떼가 들끓고 있었다.

더이상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채 “해태야, 우리 해태야” 울면서 벌벌 떨었다.

동물병원에 전화를 해 보았더니 급성으로 심장마미가 올 수 있다며 아마도 그런 모양이라고 했다.



해태를 그대로 두면 안될 것 같은데 도무지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파도처럼 뭉클뭉클 솟구치는 울음을 참아가며 이웃에 있는 ‘귀농운동본부’ 사무실로 달려 갔다.

평소에 해태를 데리고 자주 들렀던 곳이라 직원들 모두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며 달래 주었다.

남자 직원 두 명이 집으로 와서 해태 목줄을 풀어 마당 한 쪽으로 옮겨 주었다.

내 슬픔도 슬픔이었지만 해태를 몹시도 아꼈던 필규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했다.

필규를 학교에서 데려올 때까지 해태를 그냥 둘 수가 없어 이룸이가 쓰던 기저귀와 남아있던

소창 두루마리를 내왔다. 기저귀를 물에 적셔가며 해태의 온몸을 닦아 주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소창을 잘라 네 다리와 꼬리, 그리고 몸통을 잘 감싸 주었다.

얼굴까지 깨끗한 천으로 잘 덮어 주었다. 달려들던 파리떼가 한결 덜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새끼 때부터 데려와서 함께 지냈던 해태의 마지막이라도 정성껏 챙겨주고

싶었다. 돈을 아끼려다 죽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저려왔다.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려 달려 오셨다.

이룸이를 맡기고 필규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급식을 먹고 있던 필규는 갑자기 등장한 나를 보고

놀라서 달려 나왔다.

“해태가... 방금 전에 죽었어”라고 말해주자 필규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푹 울음을 터뜨렸다.

햇볕이 뜨겁게 내려쬐는 운동장을 필규와 나는 손을 꼭 잡고 울면서 걸어 나왔다.

“많이 아팠나봐. 귀농운동본부 아저씨들이 해태를 옮겨주셔서 엄마가 깨끗하게 닦아주고 깨끗한

천으로 잘 감싸 주었어. 가서 해태를 마지막으로 보고 땅에 묻을 자리를 찾아 보자.”



필규는 해태의 얼굴을 가려 놓았던 천을 걷고 오래 오래 해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죽은 개를 만지면 안된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펄쩍 뛰셨지만 나는 충분히 만져보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게 했다.

한참을 그렇게 해태 곁에서 눈물을 흘리고 나서 필규는 나와 함께 윗 밭으로 갔다.

밤나무 근처에 묻기로 했다.

귀농운동본부 아저씨 두 분이 오셔서 밭에 넓고 깊은 구덩이를 파주셨다.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태어나면 한 번은 죽는단다. 해태는 조금 일찍 떠났을 뿐이야.

네가 해태의 몸 위에 흙을 뿌려주렴.”

아저씨 중의 한 분이 필규에게 삽을 건네 주셨다. 필규는 해태의 몸에 몇 삽의 흙을 뿌려 주었다.

해태는 작은 무덤 속으로 사라져 갔다.

아저씨들이 밭에서 내려가신 후 나와 세 아이들은 해태의 무덤 위를 발로 꾹꾹 밟아 주었다.

감자꽃과 개망초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해태의 무덤 위에 올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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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해태의 죽음 소식을 들은 필규의 학교 친구들과 그 아이들의 엄마들이 집에 들렀다.

흰 국화꽃과 막걸리, 그리고 따듯한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해태의 무덤에 꽃과 술을 뿌려주고

그녀들의 챙겨온 따스한 음식을 함께 나눠 먹었다. 그들 모두 해태를 알고 있었고 아껴 주었던

사람들이다. 집에서 기르던 반려동물을 잃은 일을 함께 슬퍼해주고 위로 해주러 달려온

그 마음이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필규는 걱정했던 것보다 의연했다. 눈물자국이 또렷한 얼굴에도 친구들과 웃고 장난도 치며

놀기도 했다. 해태의 마지막 모습을 같이 보았고, 충분히 제 슬픔을 표현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해태를 보내는 모든 순간을 함께 했던 경험도 소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늦은 밤, 잠자리에서 필규는 다시 격렬하게 오열을 터뜨렸다. 해태를 부르며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새끼 때부터 함께 지냈는데, 이제 겨우 7개월을 같이 산 것뿐인데... 해태야!” 하며

필규는 몸을 떨며 울었다. 울다 울다 잠이 들었다.



남편이 없는 집에서 해태를 떠나 보내는 모든 일을 감당했던 것이 내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평소에 필규처럼 살뜰하게 챙기고 애정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늘 그 자리에 있던 존재로서

해태는 내게도 또 다른 자식이었고 가족이었다. 갑자기 해태가 떠난 그 자리는 생각보다

크고 허전했다. 새끼 때부터 함께 자랐다가 갑자기 혼자 남게 된 해치도 가엾고 짠했다.

해치는 밤마다 구슬프게 울었다. 짖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우는 것이었다.

해치가 우는 소리에 며칠 잠을 설쳤다. 해치가 겪을 슬픔과 쓸쓸함도 가슴 아팠다.



그 후로 나와 아이들은 매일 해태의 무덤을 찾아갔다.

“해태야 잘 잤니?” 하며 인사를 건네고 시든 꽃 위에 다시 싱싱한 꽃들을 뿌려주곤 했다.

밤마다 잠자리에서 아이들과 해태 이야기를 하고, “해태야 잘 자~” 인사를 건넨 후 잠자리에 들곤 했다.

해태는 떠났지만 우리 가족의 마음에 해태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 애정을 기울였던 반려동물을 잃는 경험은 큰 상실과 충격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과정을 잘 보내면 ‘상실’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러운 이해와 이를 잘 극복하는 감정을 배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하게 그 슬픔을 표현하게 해야 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떠나 보낼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다행히 해태를 묻을 수 있는 땅이 있어서 해태의 무덤을 만들 수 있었고, 원할 때면 언제나

해태의 무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무덤을 들르고, 무덤을 돌보는 일은 우리 마음의 허전함을

크게 메워 주었다. 밥을 먹다가도, 잠자리에 들다가고, 외출을 하거나 돌아올 때도 우리는

해태 이야기를 했다. 남아 있는 해치에게도 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해태의 죽음에 마음과 관심을 기울여준 이웃들에 대한 고마움도 새삼 느꼈고, 반려동물을

더 잘 보살피는 방법들도 배우게 되었다.

슬프고 힘든 경험이었지만 아이들도 나도 마음의 키가 한 뼘은 더 클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파트를 떠나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와서 우리는 그 사이 적지 않은 이별을 경험했다.

죽어 있는 새를 발견하고 묻어 준 일도 있고, 늘 여기 저기에 수많은 곤충들이 나타나고

또 죽어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꽃들이 피었다가 지는 것처럼 생명도 언젠가는 그 끝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잘 안다. 일상에서 무수하게 마주치는 탄생과 죽음은 아이들에게 너무 무겁지도

심각하지도 않다. 그저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순환일 뿐이다.

해태의 죽음을 통해서 다시 한번 삶 속에 스며 있는 떠남과 이별을 배울 수 있었다.

곁에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해태는 떠나면서 우리에게 적지 않은 선물을 주고 간 것이다.



7개월간 우리 곁에 머물렀던 해태...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 네가 우리에게 주었던 기쁨들...

오래 오래 잊지 않을께.  



이 다음에 이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



우리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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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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