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efef856de24d000484ba13b3bf7da.‘이런 애가 크면 예뻐진다’, ‘애들은 크면서 수십 번도 변해’ 또는 ‘엄마를 쏙 빼 닮았네’, '견적 좀 나오겠네'는 우리 딸 소율이가 한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전자는 심심한 위로와 일말의 희망, 후자는 대놓고 안타까움이 담긴 말이다. 보통 첫딸은 아빠를 많이 닮는다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제법 입체적으로 생긴 아빠와 닮은 구석은 ‘발가락이 닮았다’보다 더 눈물겨운 ‘속눈썹이 닮았다’ 수준이고, 자타공인 평면적 외모종결자인 나를 쏙 빼 닮았다. 아이 아빠는 딸내미가 예뻐 죽겠으면서도 가끔 손가락으로 코를 만지작거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내비둬~. 그런다고 높아졌으면 세상에 코 낮은 사람 없게?’ 그러면서도 내심 애들이 크면서 변한다는 말에 5%쯤 희망을 걸고 있다. ㅋㅋ



또 자주 듣는 말 중에 ‘아이가 좀 작은 편이네요’다. 키를 재보거나 딱히 비교해본 적 없지만, 또래 아이와 나란히 서면, 우리 아이가 작은 편이라는 걸 알겠다. 그러나 5%쯤 희망(!)을 걸고 있는 외모와 달리 키에 대해서는 아예 기대가 없다. 나는 어렸을 때 ‘앞으로 나란히’를 해본 적이 없다가 그나마 막판 스퍼트로 160cm을 겨우 채우신 몸이다. 말 나온 김에 고백하자면, 그 160cm도 아날로그 신장계 시절, 티 안나게 발 뒤꿈치 살짝 들어서 잰 키여서 자동신장계로 재면 몇 센티는 물러야 할 형편이다. 남편은 공식적으로 170cm이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반올림한 거고, 정확히는 169.8cm쯤 된다. 둘 다 이렇다 보니 유전자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고, 우유나 치즈 같은 걸 열심히 먹여서 종자개량 좀 해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



27819755986f7724c73ebb787cf4f840.최근 또 하나의 스펙 추가다. 또래 아이들보다 말이 느린 편이다. 돌이 지나자 방언 터지듯 터진 옹알이를 보고 ‘곧 말을 할 거 같아요’라고 말하고 다닌 게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눈에 띄는 진전이 없다. 여전히 의미있는 단어는 ‘아빠’가 고작이고, ‘엄마’라는 말도 최근에 시작했다. 가끔 부모님들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 해야 하는 발달상황 ‘쇼’는 논버벌 퍼포먼스 위주였다가, 지난 일주일 사이 극적으로 동물 울음소리를 레퍼토리에 추가했다. 이 정도도 기특해죽겠는데, 지난 주말에 어느 모임에서 처음 뵌 분이, ‘애 말이 늦은 편이죠? 두 돌 넘으면 말을 곧잘 하는데…’라고 말하는 걸 듣고 살짝 조바심이 났나보다. 가끔 몇 가지 단어를 반복주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ㅋㅋ



직설로 하자면, 못 생기고, 작고, 느린 편이다. 주위에서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주실 때마다 살짝 뭔가 개선의 유혹을 느끼기는 하지만, 죄송하게도 지속적 개선 노력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른 것보다 누가 뭐라든 태평하고, 뭘 열심히 노력하기에는 게으른 성격 때문에 그렇다. 가끔 남편이 코를 집적거리고, 나는 채소만 먹으려는 우리 아이에게 우유 한 잔 건네고, 반짝 동어반복 몇번 정도가 우리가 하는 노력의 전부다. 그리고, 외모에 대해서 내가 정말 느긋한 이유는 따로 있다.



c9fbc84f7c402017e0394724311bc85e.일단, 외모에 있어 딸의 롤모델이 될 것이 확실한 내가 무한한 동지애(!)를 느끼는 딸에게 해줄 재미난 이야기부터! 나는 대학교 가기 전까지 내가 정말로 예쁘다고 생각했다. (여기, 크게 웃는 지점^^ 하하하!!!) 어릴 때부터 집에서 ‘예쁘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듣고 자랐다. 그래서 밖에서도 늘 당당했고, 학교에서나 교회에서나 어디서든 선생님과 친구들의 총애를 받았다.



그러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대학교 오티에서였다. 늘 가만히만 있어도 친구들이, 선생님이 나를 챙겨주었는데, 거기서는 아무도 특별히 나를 챙겨주지도 쳐다봐주지도 않았고, 내가 빠져도 아무도 모르는 눈치였다. 방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있었던 적도 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갓집에 갔는데, 아무도 예쁘다는 소리를 안 해주더란다. 상처받은 엄마는 의식적으로 더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준 거였고, 그 덕분에 나는 어디 나가서든 당당하고 자신감 넘쳤고, 그 때문에 사랑을 받았던 거다. 고등학교 때 첫 소개팅에서 상대 남자 아이가 ‘넌 귀가 참 예쁘구나’라고 했던 말 역시, ‘넌 귀까지 참 예쁘구나’가 아니라 예쁜 곳을 찾다가 찾다가 귀까지 간 것이었다는 것을 몰랐다니…흐흐흐....



그러나 그 충격에서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천상 긍정적인 나는 생존차원에서 내 성격을 좀더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많이 웃는 쪽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지금까지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결론은 95% 원판불변의 법칙에 의거, 우리는 천상 열심히 살아야 할 외모다. 그러나 적당한 외모 콤플렉스는 오히려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삶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는 거.^^



그리고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주시는 분들께도 한 마디! 현재 시장 기준의 외모 포퓰리즘에 부응하지 못해서, 짧게 못 생겨서 죄송! but, 모든 부모가 그렇듯, '못 생기고, 작고, 느린' 우리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울고 떼 쓸때 빼고ㅋㅋㅋ). 그리고 굳이 경쟁력이나 상품성을 따지신다면, 우리 아이의 평면적인 외모와 작은 키가 앞으로  미래 경쟁력도 있다고 안심시켜드리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아이들은 다 얼마나 예쁘고, 크고 , 영리한가? 가끔 인형 같은 외모에 쭉쭉 뻗은 롱다리를 보면 가끔 부러울 때도 있다.(부러우면 지는 건데…ㅋㅋㅋ) 그러나 영양적으로나 과학기술(!)에 힘입어 점점 더 서구화되면서 우리 딸처럼 생긴 아이들이 희귀해질 거고, 그 자체로 존재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다. 좀 오버해서 우리 아이가 천연기념물로 주목받게 될지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도 한다.^^



ed2300285da11024db59b5a60ecc902d.베이글녀, 얼짱, 쭉쭉빵빵, S라인, 꿀벅지, 꽃미남, 우월한 유전자 등등 서구적 관점에서의 상품성을 말하는 말들이 시중에 넘쳐난다. 외모도 하나의 스펙이라며 외모 가꾸기에 열심히 투자한다. 당분간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딸이  나를 닮은 김에 내 성격-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는 자신감, 쥐뿔 없으면서도 사회 지도층 못지 않은 당당함, 어떤 상황도 굴하지 않는 무한긍정의 성격까지도 닮았으면 좋겠다.



혹시 모를 5%의 희망은 소집해제하고, 앞으로 자기만의 깨알 같은 개성과 매력으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사진으로 한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딸의  Before/After가 궁금하다. (그래도, 아무리 거짓말인줄 알아도, '예쁘다'의 인플레이션은 심히 권장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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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30대 중반, 뒤늦게 남편을 만났다. 덜컥 생긴 아기 덕분에 근사한 연애와 결혼식은 건너뛰고, 아이 아빠와 전격 육아공동체를 결성해 살고 있다. '부자 아빠=좋은 아빠', '육아=돈'이 되어버린 세상에 쥐뿔도 없으면서 아이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돈 없이 아기 키우는 신세'가 되었다. 처음엔 돈이 없어 선택한 가난한 육아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경험을 통해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몸의 본능적인 감각에 어렴풋이 눈을 뜨 고 있으며, 지구에 민폐를 덜 끼치는 생활, 마을공동체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는 중이다.
이메일 : tomato_@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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