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경기도 일산에 사는 회원 김연희(37)님이 ‘베이비트리’ 필자로 참여합니다. 30대 중반에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려 예쁜 딸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아이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는 시대에 준비도 없이 덜컥 임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돈 없이 ‘아이 키우는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결핍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 덕분에 이제는 돈없이 하는 ‘가난한 육아의 달인’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가족, 이웃,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가난하지만, 풍요롭게 사는 이야기를 베이비트리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7aad45484d255924bd4678105d40e1b2. '탯줄을 끊고 돈줄을 붙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육아=돈’으로 통하는 세상에 돈 안 쓰고 키우다니... 솔깃한 말일 것이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거다. 처음부터 대단한 신념 따위는 없었다. 정말로 처음부터 돈이 없었다. 아웅다웅하던 후배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덜컥 임신을 했고, 우리 관계를 정의하거나 정리할 여유도 없이 우리는 전격적으로 출산, 육아 공동체부터 결성하는데 합의했다.



겉으론 의연한 척했던 것과 달리 내심 막막했다. 아이 아빠나 나나 돈 버는 일과는 거리가 먼 일에 종사하고 있었고, 그나마 돈이 생기면 모으기보다 쓰기 바쁜, 그러니까 조금 멋지게 표현하자면 현재를 너무나 충실하게 사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한마디로 개뿔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정은 앞으로도 달라질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돈 없이 아이를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우울하게 받아들이기보다 ‘피해갈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평소의 신념으로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돈을 버는 화려한 스펙은 없어도, 돈 없이 재밌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방면에는 나름 유용한 스펙들이 좀 쌓여있었다.



우선 든든한 빽! 어릴 때부터 검소함을 표방하는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절대적 가난으로 고생한 것은 아니지만,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으니 돈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집 가훈이나 다름 없었다.  그 다음은 뭘 믿고 그러는지 대책없이 낙천적인 성격! 하하...이 우월한 유전자는 어려울때 유감없이 발휘된다. 마지막으로 어디 가서도 밥 안 굶겠다는 적응력과 친화력은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스펙이다.



그렇게 훌륭한 스펙에 그동안 쌓아놓은 네트워크를 풀가동시키니 그럭저럭 필요한 것들은 해결되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은 몸을 움직여 해결했다. 그랬더니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재밌고, 풍요롭고, 행복했다.  참 신기하지... 처음엔 단순히 돈을 안 쓰고자 했던 일들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잃었던 균형과 평화를 찾아가고 더 행복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이옷에서부터 아기침대, 보행기, 유모차, 자전거 등 묵직한 육아용품까지 다 얻어썼다. 필요한 게 생기면 얻어쓰기 위해 사돈의 팔촌까지 네트워크를 풀가동시키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동안 일에 파묻혀(돈도 못 벌면서^^) 거의 파행으로 치닫던 가족, 친구 관계를 회복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혹(=아기) 붙이고 어디 멀리 가기가 어려운 처지다보니 그냥 동네에서 놀 궁리를 하게 되고, 그동안 베드타운으로만 여겼던 동네에서 마을모임, 마을콘서트, 마을학교, 마을축제 등 ‘마을’자 붙은 건 다 따라다니며 어렴풋이 마을을 꿈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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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텃밭농사 짓고, 내가 키운 채소를 반찬삼아 매끼 밥을 해먹으면서 건강도 찾고, 먹거리에 대한 무식함도 탈피해가고 있다. 두 돌이 되도록 엄마젖을 물리고, 햇볕과 바람, 흙 같은 자연에 아기를 맡긴 결과 다행히 두 돌이 넘도록 병원신세 한번 안지고 있다. 어쩌다 감기, 장염, 중이염이 걸려도 아기가 스스로 이겨내도록 도와주면서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니 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지구와 환경에 대한 책임감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됐다. 그동안 알면서도 나몰라라했거나 과감히 끊지 못했던 길티 플레져들(충동구매, 1회용품,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 등)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런 결과 우리 아이가 만 두 돌이 된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는데 돈 거의 안 쓰고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돈 없이 아기 키우는 이야기, 실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실용적 팁과 정보, 그리고 개과천선해서 사람답게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 등을 베이비트리를  통해 써내려가려고 한다.



단,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베이비트리 회원과 같은 평범한 아줌마인데다 아기가 잠든 시간을 이용하여 부랴부랴 글을 쓰다보니 조금 횡설수설할 수도 있고, 마무리가 제대로 안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한다.^^



블로그 http://ecoblo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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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30대 중반, 뒤늦게 남편을 만났다. 덜컥 생긴 아기 덕분에 근사한 연애와 결혼식은 건너뛰고, 아이 아빠와 전격 육아공동체를 결성해 살고 있다. '부자 아빠=좋은 아빠', '육아=돈'이 되어버린 세상에 쥐뿔도 없으면서 아이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돈 없이 아기 키우는 신세'가 되었다. 처음엔 돈이 없어 선택한 가난한 육아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경험을 통해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몸의 본능적인 감각에 어렴풋이 눈을 뜨 고 있으며, 지구에 민폐를 덜 끼치는 생활, 마을공동체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는 중이다.
이메일 : tomato_@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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