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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 340일 차

즉석 젖 요리

 

삶은 감자를 으깨어서 주려고 보니

너무 퍽퍽했다.

 

이유식 책에

유축 해놓은 모유를 넣으라고 하는데

짜놓은 젖은 모두 얼어있어서

신선하게 바로 짜 넣자 싶어

그릇에 대고 젖을 짰다.

- - 잘도 나오는 내 젖.

 

그 젖을 으깬 감자에 조금씩 부어 섞으니

부드러운 감자 이유식이 완성되었고

바다는 그것을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간편하게

신선한 이유식을 만들 수 있다니!

 

즉석 젖 요리, 좋다.

 

 

 

360-2.jpg

 

모유 수유 360일 차

밤 젖 끊기의 시도

 

밤새 젖을 찾는 바다 때문에

잠을 깊이 못 잔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너무나 피곤하고 힘든 이 생활을

이제 더는 못 하겠다 싶어

밤 수유를 떼기로 결심을 하고

밤에 젖을 찾는 바다에게

젖을 주지 않았다.

 

바다는 온 몸을

땅에 내동댕이치며 울었고

머리를 벽에 찧고

급기야 내 손을 물어뜯었다.

 

한 시간 남짓한 고통의 시간 끝에

바다는 울음을 딱 멈추고

손가락을 좍좍 빨며 잠이 들었다.

 

휴우...... 지나갔구나.’

 

둘째 날 밤,

어제보다 덜 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바다는 두 시간을 울다가 잠이 들었고

셋째 날 밤은

세 시간을 울다가 잠이 들었다.

 

포기!

못 하겠다.

 

누워서 자려다가 도저히 못 자서

일어나 앉아 울고

또 누웠다가 일어나 앉아 우는 것을

몇 시간 동안 반복하는

바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서 못 하겠다.

 

나중에 젖 끊을 때

한 번에 다 끊어지겠지.

 

그냥 내 잠을 포기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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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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