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호!
내리막길이 나타나자 환호성이 터진다.
쏜살같이 내려가며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일곱 살 해람이의 유치원 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전에는 엄마 자전거 보조의자에 실려 다녔는데
작년 가을 보조 바퀴를 떼고 나서는 제 자전거를 타는 날이 많다.
페달을 힘껏 밀어 앞으로 튕기듯 나아가는 조그만 몸뚱이에
온전히 제힘으로 중심을 잡고 나아간다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조그만 발을 쉴 새 없이 굴러 속도가 나자, 신이 나서 우쭐거린다.
12인치 바퀴가 달린 깜찍한 자전거는 누나로부터 물려받았다.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무엇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경계하지만, 자전거와 수영만큼은 욕심을 내었다.
아루가 네 살 때였나, 중고 사이트를 뒤져 자전거를 사 준 것이.
아루가 자전거를 타니 나들이가 수월했다.
아루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해람이 유모차를 밀며 동네를 쏘다니곤 했다.
아루가 자전거와 친해지고 나도 유모차 대신 내 자전거에 해람이를 태우면서 더 멀리 나다닐 수 있었다.
집 근처의 올림픽 공원, 걸어가면 공원 입구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데
자전거를 타니 앞마당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뻔질나게, 널따란 공원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
산수유, 개나리, 벚꽃, 꽃이 피는 순서를 자연히 알게 되고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이라면 무조건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전거 나들이에 맛을 들이니 주말을 맞아 미리 계획을 세우거나,
길 막히는 고속도로로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이 귀찮아졌다.
공원이 지겨우면 성내천을 따라 오리를 구경하고 한강으로 나가 강바람을 쐬는 것도 좋다.
강변의 자전거 길을 따라 올림픽대교, 천호대교, 광진교를 지나
자전거 공원에서 놀다 오거나 뭔가 사소한 살 거리를 핑계로 지하철 지나가는 잠실철교를 건너
강변역의 테크노마트를 다녀오는 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이딩 코스다.
옆 동네 끝자락에 있는 텃밭까지, 신호를 여러 번 건너고 인파로 가득한 지하철역을 지나
언덕을 넘는 난코스이지만, 내 손으로 기른 먹을거리를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거두어 먹는다는 뿌듯함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다.
누나를 따라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해람이도 아루가 그랬던 것처럼
자전거를 타고 유치원에 간다.
엄마, 잠깐만. 멈추어 서더니 길가의 노오란 민들레를 꺾어 자전거 앞주머니에 꽂는다.
꽃구경하자는 아이의 바람대로 유치원으로 질러가는 대신 공원을 통과하여
성내천을 따라 돌아가는 중이다.
십 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둘레둘레 구경하고 사진 찍으며 놀다 보니 한 시간이 되어간다.
앞서 달리는 해람이의 빨간색 헬맷이 좌우로 까닥까닥,
한 때 인기 많았던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가 떠올라 쿡쿡 웃음이 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리, 마흔 살 아줌마의 입에서도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래, 조금만 더 크면 한강 따라 여의도까지 갈 수 있겠다,
아니, 양평 두물머리로 거슬러 가면 더 좋겠지.
언제쯤이면 제주도 일주를 함께할 수 있을까?
흐뭇한 상상이 뒤따른다.
엄마, 봐! 와아, 예쁘다~
아이는 이제 벚꽃 터널로 들어간다.
흐드러진 벚꽃이 바람에 날려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는다.
빠르게 돌아가는 조그만 바퀴살이 반짝반짝 빛난다.
취할 듯, 황홀한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