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별명은 ‘무플녀’다(자기야 미안). 아내는 SNS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에 게시물을 올려도 댓글이나 ‘좋아요’가 잘 달리지 않기 때문이다(자기야 또 미안). 아내는 친구도 많고 댓글도 많이 달리는 나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부럽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아내가 또 나를 부러워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검색력’이었다. 나는 육아에 필요한 정보들을 구글링을 통해 많이 얻어왔는데, 아내는 그런걸 매우 신기해했다. 아이가 설사를 자주해 동네에 어느병원을 가야하나 궁금해하던 차에 “ㅁ카페(지역 육아카페)에 보니 ㄱ병원보다 ㄴ병원이 더 나은거 같은데”라고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는 “남편, 그 카페는 어떻게 알았어?”라고 되받았다. 아내에게 말했다. “검색해봤지. 그러지 말고 육아카페 가입좀 하지?”


인터넷에 육아카페는 널렸지만, 회원자격을 여성으로 제한해둔 곳이 많아 아빠가 가입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아빠들을 위한 육아카페도 눈을 씻고 찾아보다 하나를 발견했지만, 그 조차도 우리 아이 연령대와는 달랐고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없었다. 결국 카페는 엄마가 가입을 했어야 했음에도, 아내는 SNS·검색 등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찾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카페이름 몇개를 불러주자 아내는 아이가 백일이 다 돼서야 ㅁ카페를 포함한 카페 몇개를 가입했다. 아내는 “못읽는 게시판이 있다며, 뭐 이런게 다있냐”고 투덜댔다. 내가 방문 몇번에 댓글 몇개를 달면 회원등급이 올라 제한이 풀릴 거라고 말해주니, ‘그런게 있었냐’며 얼굴에 웃음을 띈뒤 댓글을 달고 마침내 원하는 등급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아이 설사에 관련된 질문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아내의 ‘카페활동’이 시작됐다.

 

그뒤부터 아내는 나 몰래 스마트폰을 열심히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나중에 보니 육아휴직 뒤 양가 부모님의 도움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 내지는 서러움, 매일밤 자지러지게 우는 딸을 볼때마다 드는 안타까움, 모유수유에 관한 사연 등등의 글을 올려놓고 있었다. (사실 이 글도 아내가 썼다면 훨씬 잘 썼을 게다.) 24시간중에 예닐곱시간을 빼곤 나와 아내는 늘 함께하고 있는데, 남편이 부족했는지, 아님 남편에겐 털어놓지 못한 고민이 있었는지, 아내의 글을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또 놀라게했던 건, 아내가 썼던 글에 주루룩 달린 댓글들이었다. 하나같이 아내의 말에 공감을 하고 격려를 해주면서 아내의 힘을 북돋워주는 댓글이 달렸다.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는 엄마부터, 이럴땐 이런 방법을 써보라는 조언까지. 아내가 끼적여놓은 말에 회원들은 자신의 일인 것처럼 정성껏 답변을 해줬다. 적어도 이 카페에선 ‘무플녀’ 신세를 벗어난 아내는 힘이되는 댓글에 감사해 하며 하나하나 댓글을 달았다.


  쏘서1.jpg 

육아카페 벼룩으로 구매한 쏘서. 쏘서는 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식사시간을 선사해줬다.

 

뿐만 아니었다. 딸에게 필요한 쏘서를 알아봐야겠다고 했더니, 아내는 “카페에 물어보지 뭐”라고 한뒤 글을 올렸다. 얼마 되지 않아 근처에 사시는 ‘맘님’이 쪽지를 보내왔고 싼값에 쏘서를 넘겨주겠노라고 했다. 게다가 점퍼루는 안필요하냐며 그것도 같이 가라고 했다.(사실 그때까지 우리부부는 점퍼루가 뭔지도 몰랐다) 두개 합쳐서 4만원에 구입하고 덤으로 오뚝이까지 주셨다. 또 거기다가 배달까지 해주시는 거 아닌가~!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훈훈한 마음에 우리 부부는 매우 감동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 키우는데 이른바 ‘위험요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이에 발맞춰 각종 육아용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정보는 부족하기만 하다. 이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니, 엄마들이 이런 육아카페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친정엄마나 친구에게선 얻을 수 없는 위로나 동질감이 육아카페를 더욱 ‘흥하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카페에 남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가입해보니, 지역시민단체와 연계해 돌봄사업 관련 조례 청원운동까지 카페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럴수가!

 

카페에 글올리고 읽는다고 온전히 아이와 단둘이 남겨지는 지루한 시간들이 빨리 흘러가겠냐만은, 친정·시댁부모 도움없이 육아휴직 내고 외로이 아이를 보는 아내에게 카페라는 좋은 친구를 소개시켜준 것같아 괜시리 마음이 뿌듯하다. 오늘도 이유식 때문에 아내와 얘기하다, 둘다 모르는게 생기자 아내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카페에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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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기자
포스트모던을 바라보고 있는 시대에 전근대적인 종갓집 종손으로 태어나 모던한 가족을 꿈꾼다. 2013년 9월에 태어난 딸을 키우며 유명한 기자보단 사랑받는 아빠·남편·아들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 회사에서 2분 거리인 자택에서 딸에게 재롱떠는 것이 삶의 낙. 2010년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를 거쳐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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