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13_713277295370323_1184063202_n.jpg » 헬쓰클럽 벽면에 붙여진 그림. 체중 변화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장모님을 보니까 당신은 조금만 관리 안하면 바로 장모님처럼 돼. (친정 엄마는 과체중 상태시다.) 내가 봐서는 요즘 추세라면 당신 곧 60kg 넘을 것 같아. 조심해. 살 찌는 것 한 순간이야.”


최근 남편이 회심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이런 저주같은 말을 퍼부었다. 남편은 가벼운 농담처럼 내게 던진 말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말 기분이 나빴다. 솔직히 최근 갈수록 늘어나는 체중과 운동 못하는 횟수가 동시에 늘면서 스트레스가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당신 그거 말이라고 하는거야? 아예 저주를 퍼부어라. 퍼부어. 내가 어때서? 나 정도면 뭐 괜찮은거지.”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운동은 안하면서 당신 요즘 먹는 양 늘은 거 알아? 당신은 더 나이들면 어머님처럼 될거야. 체질은 어쩔 수 없다니까~”
“그만 하라고 했다~ 내 몸 내가 관리해. 그만 하라고! 그리고 다시는 그런 저주같은 말 내 앞에서 꺼내지도 마! 당신한테 내가 영영 그 뱃살 못 뺄 것 같고, 당신 곧 90kg 육박할거라 말하면 기분좋아? 살 빼도록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저주만 퍼붓고 말야. 나 정말 기분나빠서 하는 말이야. 진짜 그런 말 내게 하지마!”
 


정색하고 인상 찌푸리며 개처럼 달려드는 나를 보더니 남편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나는 마음 속으로 출산 뒤 찐 살들을 기어코 빼서 남편 코를 납작 눌러주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첫째 출산 뒤 2kg이 불었고, 둘째 출산 뒤 또다시 2kg이 늘었다. 얼굴보다는 주로 배, 허벅지, 다리쪽에 살이 붙는 편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몸의 실체에 대해 잘 모른다. 4kg이 불어난 몸에서 최근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생활이 불규칙적으로 되면서 또다시 2kg이 늘어날 태세다. 슬금슬금 올라가는 체중계 바늘을 붙잡고 애원하고 싶다. 제발 제 자리를 지켜달라고. 스트레스도 받고 몸도 힘든데 왜 이 놈의 살은 빠지지 않고 자꾸 늘어만 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지난 설 이후 몸무게 느는 속도는 증가하고 있고, 정 급하다 싶으면 끼니를 굶어서 1~2kg 조절하지만 헐렁했던 옷이 조금씩 조여오고 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아이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없었고,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사회적인 일이 늘어 불규칙적인 생활로 운동을 못한다. 20대 후반에 폐결핵과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했던 나는 건강이 모든 생활의 기본임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래서 걷기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새해 이후 뭐가 그렇게 바쁜지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남편의 저주같은 말에 화가 나서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심정으로 지난주 금요일 밤 10시에 헬쓰클럽을 찾았다. 거의 열흘 만이었다. ‘피곤하니까’ ‘귀찮아서’‘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자고 싶다고 말하니까’ ‘내일 아침 일어나서 운동하면 되지 뭐’ 하는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운동을 미루면서 운동 못하는 횟수가 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의 말에 반발심이 강하게 발동했다. 엄마랑 같이 자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운동을 해야 몸이 안아파. 엄마가 몸이 안아파야 너희들과 재밌게 놀 수 있고. 이모랑 자고 있어. 엄마 운동 하고 올게”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걷기 운동 50분, 스쿼트 40개, 팔벌려 뛰기 30개, 팔 굽혀 펴기 30개를 열심히 했다. 간만에 땀 좀 흘리니 어찌나 몸이 개운하던지... 운동을 하고 나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 왜 그렇게 운동하러 가기까지가 어려운건지.

 
 
러닝 머신에서 티비를 보며 걷고 있는데 티비홈쇼핑에서 마스카라와 립스틱 광고를 했다. 예쁘고 늘씬한 모델들이 나와 마스카라 몇 번 칠하고 립스틱 몇 번 바르니 칙칙함을 벗고 화사하게 변신을 거듭했다. 나도 그들처럼 봄의 여신이 되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다. ‘지름신’이 납시어 결국 운동하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3개월 할부로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마스카라를 주문하고 말았다. 립스팀은 덤으로 준다니 이게 웬 떡!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이렇게 `지름신'까지 납시어 날 흔들어놓는다.
 


운동을 하고 나오는데 헬쓰클럽 벽면에 그림 하나가 붙어있다. 56kg, 60kg, 62.5kg의 여성의 몸을 찍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체중이 증가할수록 더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다. 체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육이라는 얘기다. 아무리 굶어서 체중을 줄여봐야 탄력 없이 늘어진 몸매로는 내가 원하는 탄력있고 건강한 몸이 될 수 없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혼합해서 꾸준히 운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포털에 근육 운동을 검색해보니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근육 운동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있다.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근육 운동 영상들을 찾고 각종 다이어트 정보를 섭렵중이다. 한편으로는 평소 정리 관련 책만 탐독하고 정작 정리는 못하는 나이기에, 운동 정보 찾기는 그만하고 일단 실천하자는 구호를 마음에 새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글 쓰고 베이비트리에 글을 포스팅한 뒤 운동을 하러 나갈 계획이다.  


배불뚝이 남편! 기다리시라. 한다면 하는 나다.

출산 전 몸무게를 회복하고 탄탄한 몸을 올해 내에 만들고 말겠다. 흥!

저주를 퍼부은 남편이 밉지만,

그 저주때문에 운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나를 보면 ‘나도 참 단순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흑....

어쨌든 나는 남편의 저주가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고 싶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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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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