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처가로 돌아가던 날, 배웅도 해주지 못했다. 바쁜 행사중이긴 했지만 만삭인 아내가 혼자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 공항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이 큰 짐으로 다가왔다. 전주에서 출산때까지 있을 예정이었지만 ‘은행일도 보고 이사한 후 집안정리’를 위해 제주로 돌아왔다는 아내. 사실은 아내 말마따나 뽀뇨보다 남편이 더 위태로워 보여서 내려온 듯하다.


아내와 함께 있는 며칠 동안 ‘엄마, 아빠’가 사라진 전주에서 뽀뇨는 잘 있을까? 아내가 없어도 걱정, 함께 있어도 걱정.. 소심한 A형이라니. “뽀뇨는 무덤덤하게 잘 있으니 걱정 안해도 되요”라고 아내가 말하지만 ‘아내’보다 ‘엄마’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가진통이 오는 것 같아요”라며 아내가 며칠을 앞당겨 전주로 떠났지만 집에 함께 있는 동안 편히 쉬지 못하고 이리저리 일을 보러 다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들었고 처가에서 출산하는 일이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내없이 살아가기’가 또 시작되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식당에서 혼자서도 밥 잘 먹었는데 가족이 없으니 어찌나 외로운지. 아내가 돌아가기 전날, ‘아내 없이 살아가기’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한참을 상의했다. ‘제주여행 오는 분들에게 잠시 민박을 하는 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었지만 너무 성가실듯 하고 결국엔 페이스북에 ‘제주여행 오실때 밥 좀 사주셔요’라는 글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아내는 집근처에 사는 지인에게 야채를 드리고는 “뽀뇨아빠에게 맛있는 거 좀 사주셔요”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시작된 저녁약속들.. 1주일에 딱 하루 저녁을 차려먹고는 사람들을 만나 외식을 했다. 귀가 시간은 늦어지고 제주시에서 모임이 있는 날은 형수가 잠시 육지로 출타한 선배집에서 잠을 청했다.


길게는 3달 정도를 혼자서 보내야 하는데 1주일을 이렇게 보내고 나니 피로도는 극도로 증가. 지난 주말엔 바쁜 일정도 끝이 나서 침대에서 잠만 잤다. 오후 2시까지 늘어지게 자는데 꿈에 아내와 대판 싸우는 악몽까지 꾸게 되어 마음이 힘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보낼까?’, ‘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가 떠올랐다. 제주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 중에 한가지는 바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기’. 평소 가보고 싶었던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가볼 생각이다. 다양한 사람도 만나보고 게스트하우스문화도 경험해보리라.


숙박료만큼 돈을 더 벌어야겠지만 게스트하우스 문화를 모르고 제주여행을 논할 수 있을까? 친구들에게 추천 숙박업소를 골라달라고 부탁을 한 후에 몇 개를 추려볼 생각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주인장은 어떤 사람인지, 실제 운영하며 느끼는 감회는 어떠한지, 게스트하우스 숙박을 찾게 되는 동기는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 많다.


또 한가지 해보고 싶은 것은 올레길 걷기인데 지역에서 살다보니 ‘다음에 가야지’하며 계속 미루게 된다. 완주하기 위해서는 하루를 꼬박 비워야 하는데 주말에 전주에 가야하고 평일엔 일을 해야 하니 과연 몇 코스나 가보게 될지. 서귀포에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줄이야 나도 5년전에는 몰랐지만 제주에 살아도 ‘한라산 소주’는 많이 마셨지 ‘백록담’ 한번 올라가보지 못했다.


또 다른 리스트를 차근차근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다. 혼자 시간 보내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분은 알려주시길..

 

<한끼 식사는 제주 우영공동체에서 만든 꾸러미로 정말 배불리 먹었다 ㅠㅠ>

저녁밥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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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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