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는 아니지만 수술 받으면 생존할 확률은 높아요. 힘내세요.”

 

아이가 아프다는 걸 알게된건 아내가 임신 21주차였던 2013년 5월24일이었다. 이날 찾은 산부인과 의사는 육아카페에서 검색한 게시물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잘된 케이스도 많으니 너무 큰 걱정은 말라. 다만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해야하니 출산은 이 병원에서 못하고 더 큰 대학병원으로 옮기라”고 말해줬다.

 

선천성 횡격막 탈장. 발음하기 힘든 만큼이나 생경한 병이었다. 복강과 흉강을 구분하는 횡격막이 온전히 자라지 않아, 횡격막 밑에 있어야 하는 위장을 비롯한 장기들이 흉강에 자리잡은, 10만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나는 병.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아기가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병. 초음파로 본 우리 아이의 심장은 오른쪽에 치우쳐있었고 그 자리에 위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임신초기 초음파 사진. 이때만해도 아이가 아픈지 몰랐다.  

 임신초기 초음파사진. 이때만 해도 아이가 아픈지 몰랐다.

 

2012년 6월에 결혼해 ‘신혼생활을 즐기자’고 해놓고선 아내에게 해준 것도 별로 없었다. 결혼 이후 임신때까지 사회부 법조팀에서 일하며 취재에 술자리에 집에서 저녁 먹어본 적도 별로 없었다. 이쯤해서 아이를 갖자고 마음먹었을 때 떠난 여수여행에서 아기가 생겼다. 아이의 태명도 ‘이순신의 기운을 받으라’며 순신이라고 지었다. 무탈히 잘 자라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확률을 따져야 한다니. 그동안 마신 술과 피워댄 담배 때문일까. 아이가 생겼을 때 내가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줬기 때문이었을까. 온갖 자책감이 들었다.

 

아내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스마트폰으로 병이름을 검색하면서 눈물을 그칠줄 몰랐다. “큰 병원에서 더 알아보자. 우리 순신이 괜찮을거야. 이제 그만 찾아보고 그만 울자. 응?” 이라고 아내를 다독였지만, 별로 나아진건 없었다. 나까지 울어버리면 아내가 더 슬퍼할까봐 울음을 애써 참았다. 그날밤, 외국에 나가계신 장모님 전화에 울음이 터져나왔다. “박서방 슬프면 참지말고 울어도 돼. 순신이 괜찮을 거야.” 늦은 밤까지 아내와 나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사흘 뒤 찾아간 대학병원에선 “괜찮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그리 비관적인건 아니니 걱정하지말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엄마아빠가 마음을 굳게 먹어야 아이에게도 좋은 기운이 전달된다”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다른 산모들과 똑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태교하시라는 처방을 받았다.

 

아내는 태교에 열중했다. 정성스런 아내의 태교에 순신이는 현란한 발차기와 딸꾹질로 보답했다. 제주도로 강원도로 태교여행도 다니고, 나도 밤마다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온갖 콧소리와 혀짧은 소리로 정성스런 태담을 했다. 초음파로 순신이가 꼼지락 대는 모습을 보면서, “콧대가 낮은 것이 나를 닮은 것같아 불안하다”는  아내의 말을 들으며 힘을 냈다.

 

아기침대.jpg 

아기침대 조립한 뒤 한 컷. 가장 싱숭생숭한 때였다.

 

씩씩한 아내와 달리 물려받고 선물받은 옷들을 정리하면서, 새로산 아기 침대를 조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다. 딴에는 적어도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의사에게 두어번 생존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건 아무도 모른다”였다. 육아카페에서 같은 병을 앓은 아이들의 엄마에게 쪽지를 보내고, 부모는 어떻게 해야되는 건지 정보를 모았다. 두 아이 모두 선천성 횡격막 탈장이었지만 지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엄마의 위로를 듣고 마음을 놓기도 했지만, 태어나자 마자 손도 못쓰고 하늘로 보내야 했다는, 출산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는 엄마의 말에는 이내 절망했다. 이 엄마의 기분은 어땠을까. 이 엄마의 말은 차마 아내에게 전하지도 못한채, 순신이가 태어날 때까지 속을 앓았다. 확률이 높다해도, 우리 순신이에게 해당되는게 아닐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매일 기도했다. 제발 살아서 숨쉬어 달라고. 나머지는 아빠가 알아서 해줄테니, 잘 태어나 달라고.

 

그래서인지, 내가 분만실에 있는 꿈을 자주 꿨다. 간호사가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고, 내가 손을 순신이의 코끝에 가져가면 그 숨결이 손 끝에 닿는 꿈. 제발 꿈대로만 되길 매일 기도했다. 그리고 예정일을 일주일 앞둔 2013년 9월24일 새벽 3시. “진통이 있으니 병원에 가야겠다”며 아내가 잠들어 있는 나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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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기자
포스트모던을 바라보고 있는 시대에 전근대적인 종갓집 종손으로 태어나 모던한 가족을 꿈꾼다. 2013년 9월에 태어난 딸을 키우며 유명한 기자보단 사랑받는 아빠·남편·아들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 회사에서 2분 거리인 자택에서 딸에게 재롱떠는 것이 삶의 낙. 2010년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를 거쳐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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