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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 120일 차

사람이 젖으로만 사나요?

 

생후 2개월 정도부터

한 시간씩 젖을 먹던 바다가

딱 백 일 다음 날부터

젖 먹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예전에는

젖 주기 전에 화장실 다녀오고

간식 준비해서 옆에 두고

짬이 나면 읽을 책까지 갖다놓고

젖을 줬는데

지금은 배고파? 자!” 하고

별 준비 없이 바로 앉아서

젖을 내어준다.

 

덕분에 여유 시간이 생겨서

나는 젖 주는 일 말고도

이런 저런 집안일을 하고

 

바다는 젖 먹는 일 말고도

버둥거리면서 웃고 울고

소리 지르고 옹알이를 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젖 주고 젖 먹는 일로만

하루를 채우던

우리의 원시 시대가

이렇게 지나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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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 130일 차

젖 시네마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준비가 늦어진 바람에

불은 젖을 못 짜고

수동 유축기를 들고 집을 나섰다.

 

점점 가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참으며

어디서 짜지? 어떡하지?’ 하고

유축을 할만한 장소를 찾았지만 


수유실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많은 화장실에서 

유축을 할 수는 없어서 고민하다가

할 수 없이 영화관에 들어가서

유축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도 그 곳은 사람이 많지 않은

예술 영화관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람이 없는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불이 꺼지길 기다렸다.

 

불이 꺼지고

유축기를 옷 안에 넣어 

통증이 사라질 만큼만

유축을 했다.


잠깐이었지만

최대한 소리가 안 나게 

조심스럽게 유축을 하느라 

온 몸에 진땀을 흘렸다.

 

나름의 도전이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서 생각한건데

'수유부 전용관'이 있다면 어떨까?


오늘 밤에는 수유를 하는 엄마들과

'수유부 전용관'에 모여

자유롭게 젖을 주고 유축을 하면서

영화를 즐기는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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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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