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5_4.jpg » 변신 로봇. 한겨레 자료 사진.


“애앵~ 애앵~.(비상사이렌소리) It's your wife! It's your wife!(마누라 출현! 마누라 출현!)”

벨소리를 지정했더니 아내 전화를 분간하기 쉬워서 좋다.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 아내는 다짜고짜 “잠깐만” 하며 전화를 바꿔준다.


“아빠아~.”

큰 아이 목소리! 여간 사랑스러운 게 아니다. ‘웬일로 아빠를 다 찾나’ 하는 마음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다만 늘 고민이다. 아무데서나 우쭈쭈 하기는 힘들다. 속으로 ‘적당히 끊어야 한다’고 되뇌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으응~. 밥 먹었어? 뭐하고 있어?”


“아빠아, 나 로봇 변신 해주라.”

아, 오늘도! 가장 흔한 요구다. 이 중요한 순간에, 아빠와 나눌 수 있는 하고많은 용건 중에, 아이는 로봇의 변신을 단연 일등으로 꼽은 게다. 아빠가 급하게 보고 싶어 엄마를 졸라 전화한 이유가 고작 변신 로봇이라니.


요즘 유행하는 이 로봇 시리즈는 변신이 결코 쉽지 않다. 실존하는 자동차 모델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로봇으로 변신하는데, 모델별로 변신 과정도 모두 다르다. 어떤 건 허리를 돌려 무릎을 완전히 접어야 하고, 어떤 건 허리를 꺾고 무릎을 구부려야 한다. 어떤 건 어깨를 빼면서 동시에 돌려줘야 하고, 어떤 건 어깨를 접어서 넣고, 어떤 건 어깨를 아래로 꺾어야 한다.


하지만 이게 간단히 착착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어서, 잘 모른 채 돌리고 꺾고 접다 보면 자칫 부서지거나 손을 다칠 위험이 크다. 어린 아이들이 직접 하기는 솔직히 무리다. 오죽하면 아이가 직접 변신에 성공한 동영상이 자랑거리로 인터넷에 올라와있을 정도다. 당연히 부모가 대신 해주느라 고생이다. 네일숍을 다녀온 지 얼마 안된 엄마들이 꺼리는 것은 물론, 아빠들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땀을 빼며 끙끙대는 게 일반적이다.


변신 로봇이 잔뜩 진열된 마트에는 환불 소동을 막기 위해선지 매장 직원이변신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가’라고 할 그들도 버벅대긴 마찬가지다. 새 제품이, 양심도 없이, 끊이지 않고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엔 알파벳 글자 하나씩을 단 로봇이 두 녀석이었는데, 곧이어 다른 알파벳을 단 녀석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이제는 업그레이드 모델과, 2단합체, 3단합체 모델도 등장했다. 시리즈의 끝은 어디인가. 개당 3~5만원씩 하는 가격도 만만치 않다.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우려와 불만을 토로하는 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데도 누군가는 흥행 성공을 자축하고 있진 않을지.


이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도 그리 교육적이지 않다. 때리고 부수고 서로를 괴롭히고…, 나 어릴 적도 그랬지만 로봇 만화는 늘 폭력적이다. 아이가 어느날 주먹을 들어보이며 “때릴까?”라고 해서 어디서 배웠나 했는데, 만화 속 악당 로봇이 똑같은 짓을 한다. 주인공들의 대사를 들어보니 “~거임” “아이씨” “대박이야, 대박” 등의 말투를 쓴다.


아이는 로봇에 열광하지만, 부모로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변신하는 화면을 보며, 선망의 눈망울로“우와아, 정말 멋있지”라고 하는 아이의 감탄을 보며, 정말 방해하기는 싫었다. 다만, 그 만화 어느 회에선가 주인공 아이의 대사가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방송의 힘이지.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보여지니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에 온 나는 아이의 요구에 따라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다시 자동차로 변신을 시킨다. 끼리릭, 틱틱, 삐걱삐거걱.


** 이 글은 월간 육아잡지 <맘&앙팡>(디자인하우스) 2013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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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기자
아이 둘의 아빠인 <한겨레21> 기자. 21세기 인류에게 육아는 남녀 공통의 과제라고 믿는다. 육아휴직 등으로 나름 노력해봤지만 역시 혼자 가능한 일은 아니며,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어렴풋하나마 알게 됐다.
이메일 :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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