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부모가 창의적인 모델이 되어라

김영훈 2012.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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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65053_P_0.jpg » 스티븐 스필버그. 한겨레 자료사진.

“나와 스태프에게 너무 힘든 영화였다. 하지만 이 영광을 아빠에게 돌리고 싶다. 자유롭고 엉뚱하게 클 수 있도록 키워 준 아빠에게 감사한다.”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이 흥행에 성공한 후 한 말이다. 아이가 자유롭고 엉뚱하게 클 수 있게 역할모델을 해주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현대사회는 좌뇌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대량 생산하고, 불량품이 없어야 하고, 일정하고, 반복적이며 예측가능한 일자리들은 이제 컴퓨터나 자동화기기에 의하여 대체되고 있다, 아이도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가 없다. 아이가 자라서 직업전선에 나갈 때쯤에는 창의적이고 흥미로우며 자기주도적인 일자리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제 부모는 성실성이나 근면성도 키워주어야겠지만 아이가 기발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구체물로 생산할 수 있는 경험도 하게하여야 한다.

 

스필버그가 어릴 때 무서운 단편영화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부엌 찬장에서 무엇인가 흉측한 것이 흘러나오는 장면을 촬영하고 싶어 했다. 그의 엄마는 버찌 30통을 사서 압력솥에 푹 삶은 다음 폭발시켜 버찌가 부엌 가득히 빨갛게 물들도록 했다. 스필버그의 흉칙한 영화 촬영 후, 엄마는 부엌에서 버찌자국과 버찌 냄새를 없애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의 어린 시절을 보면 편모나 편부 혹은 양부모의 슬하에서 자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학자들은 이유를 여러 가지로 궁리하였지만 부모의 지나친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한다. 창의적인 CEO였던 스티브잡스도 고등학교만 나온 양부모 밑에 자라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일이고, 봉준호의 아빠나 스필버그의 엄마처럼 아이가 주도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숙련하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긍정심을 가져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무언가 스스로 성취를 하였을 때 칭찬과 격려를 통해 긍정적인 정서와 결합시켜야 한다. 아이들은 행동의 결과가 정서와 적절하게 결부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학습하지 않는다. 실제로 아이들은 과제를 잘하는 것보다는 친구들을 감동시키는 것에서 더 많은 기쁨을 얻는다. 정서와 과제가 잘못 결합되면 아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는다. 게다가 아이가 부정적인 정서에 빠지면 아이의 주의력을 대부분 빼앗기 때문에 과제에 투여되는 실제 주의력을 제한하게 된다.

아이가 좋은 성취를 하였을 때 긍정적 정서가 결부되면, 이 동안 세로토닌과 같은 정서와 관련된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며 시냅스의 속도나 숫자를 늘림으로 두뇌기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신경생리학적 변화는 아이가 과제를 하는 동안 집중력을 강화시켜 목표를 추구하게 할 뿐 아니라 인지력도 향상시킨다.


첫째,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역할모델이 되자.

창의적인 행동을 보고 자란 아이만이 창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창의적인 행동을 보여주자. 수시로 음식에 변화를 주고, 집안 물품의 위치도 정기적으로 바꾸고, 다양한 장소에 놀러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변화를 부는 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창의력을 키우게 된다.


둘째, 간섭을 최대한으로 줄이자.

부모가 역할모델에 자신이 없다면 간섭하기보다는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면 창의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 과잉보호는 아이의 창의력을 파괴시킨다. 어설프게 창의력 교육을 하려고 덤비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스티브잡스도 양부모 밑에 자라면서 창의력을 키웠는데 스티브잡스의 부모는 스티브잡스가 자기들보다 머리가 좋고 더 잘한다고 생각하여 가능하면 간섭을 하지 않았다. 물론 아빠의 주특기인 기계부품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하여야 한다고 늘 강조하였지만 아이의 자유로운 생각을 간섭하지는 않았다.


셋째, 재촉하지 말라.

아이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뒤에서 옆에서 그냥 보조만 하는 부모가 되어야 창의적이고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워 아이를 재촉하는 것은 결국 아이의 삶을 갉아먹는 일이 되고 만다. 여기서부터 부모와 아이 간의 갈등이 시작되고 관계가 악화되며 불행이 시작된다.


넷째,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라.

아이가 그림책을 읽고 있거나 블록을 갖고 놀고 있을 때 그 일에 열중하고 있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창의력 발전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혼자서 몰두하는 일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놀이에 참여하여야만 아이의 두뇌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정기적으로 아이 혼자 생각하고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다섯째, 방치가 아니라 지켜보고 가꾸는 것이다. 

부모들 중에는 아이에게 자율성을 준답시고 제멋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잠재력은 화초와 같다. 어릴 적 발견된 잠재력을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잘 키우면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고 방치하면 꽃을 피우기도 전에 말라 죽는다. 아이가 어릴 때는 참 똑똑했는데 총명함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은데, 능력이 있으면 지가 알아서 되겠지 하고 방치한 결과다 어릴 적 가지고 있었던 잠재력이 커서도 가지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창의적인 인재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거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자연 속에서 노는 등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함께 탐구하고, 토론하고, 여행하는 등 아이와 공유하는 시간이 많았다.


여섯째, 아이를 존중하고 격려하라.

부모는 스파링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주고, 자율성을 키우고, 정서적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때 그것을 존중하고,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격려하자.


일곱째, 감성적으로 접근하라.

그동안의 양육은 인지적인 측면이 좀 더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감성적이고 의욕을 일깨우는 접근에 많은 비중을 두는 양육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아이를 남과 다른, 혹은 세상에서 유일한 인재가 되도록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성과 이성이 조화가 되어야 한다.


여덟째, 창의적인 대화를 하자.

예를 들어 아이가 채소를 먹기 싫어한다면, “채소도 먹어야지 튼튼해지지”라고 윽박지르기 보다는 “왜 채소를 먹어야 할까?, 채소를 안 먹으면 어떻게 될까?, ”채소가 사라진다면?“과 같은 문제를 아이와 함께 생각해보자. 이런 과정 속에서 서로의 생각을 알 수도 있고, 아이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


아홉째, 자연 속 여행을 자주 하자.

주말에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풍부한 관찰력과 민감성을 키워주자. 유대인들은 자녀가 생후 6개월 정도만 지나면 등에 업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한다고 한다. 자연은 오감교육과 체험교육의 대표적인 광장일 뿐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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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지지를 위한 월령별 육아 포인트]


<25-30개월>

아이가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싫어, 싫어“라고 한다. 아이가 '싫다'고 하는 것은 아이가 성장했다는 증거이다. 아이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 좋다. 인지, 사회적, 정서적 발달이 빠르게 나타난다. 아이를 격려하고 존중해 주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이든지 혼자 하려고 하고 원하던 것이 이루어지면 성취감을 맞보는 시기이다. 아이를 격려하는 방법으로 스킨십을 사용하면 좋다. 아이를 칭찬할 때 아이의 손이나 몸을 잡거나 피부접촉을 통하여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31-36개월>

아이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조금씩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이는 이제 친구를 때리면 자신이 친구에게 맞았을 때처럼 아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부모 입장이나 친구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친구들과 보다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있게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깨닫게 되어 자신의 몸을 움직여 뛰고 기어오르면서 자신과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직 높은 곳에서 내려오거나 높은 곳에 있는 것은 무서워한다. 이제는 협동놀이가 어느 정도 가능한 시기이다 부모가 같이 놀아줄 여지가 많아지는 때이므로 스킨십을 이용한 온몸놀이를 해줄 필요가 있다. 블록놀이나 퍼즐 맞추기처럼 같이 할 수 있는 놀이를 많이 하게한다.


<37-48개월>

아이는 성인이 갖는 정서의 대부분을 갖게 된다. 그 만큼 정서나 감정이 민감해진다. 부모에게 위대한 힘을 느끼고 부모의 권위를 알게 되는 때이기도 한다. 부모에 대한 동일시가 생겨난다. 부모의 표정이나 태도에까지 어떤 종류의 동경심을 갖는다. 부모를 흉내 내는 일이 가장 많은 것이 이 시기이고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기 쉬운 것도 이 시기이다. 반항기가 지나고 자아가 뚜렷이 정립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자기'개념이 생기는 동시에 '타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어 눈에 보이는 것 외에 '마음'이라는 것이 있음도 알게 된다.

버릇을 들이고 훈육이 필요한 시기이다. 기본적인 예절도 조금씩 가르쳐야 한다. 말로 훈육을 하기 보다는 아이의 손이나 몸을 잡고 이야기 하여 엄마의 마음이 전달되도록 하자. 인사를 하거나 바깥나들이를 할 때에도 피부접촉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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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이자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장.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아이의 공부두뇌> <엄마가 모르는 아빠 효과> <닥터 김영훈의 영재두뇌 만들기>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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