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하는 날 홀로서기 준비하는 아들
아들이 지난 6일 육군 병장으로 21개월 만기 제대를 했다. 오전 10시, 아들은 현관문을 열고 ‘엄마~’를 외치며 해맑은 표정으로 제대를 알렸다. 엄마는 현관으로 달려가서 포옹하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나도 포옹하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손자의 제대 소식에 할아버지는 미리 소파에 앉아계셨고,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아들은 오전 10시에 일찍 집에 도착했다. 그 까닭은 누이가 어제 국방부에서 집까지 모범택시 비용으로 6만원을 보내주었고, 럭셔리하게 집까지 왔다.

나는 아들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눌 때, 전역했으니 가족파티를 하자고 제안했다. 아내는 당연히 좋아했다. 그런데 아들 왈 “아빠, 저 오늘 회사에서 면접이 있어요”라며 완곡하게 거절한다. 그 말에 무슨 회사냐, 어디에서 면접하느냐고 묻지 않고, 그저 아들의 의사를 존중해주었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인생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한 후에 꼬치꼬치 묻는 일은 없었다. 아들은 이제 군에서 제대한 24살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9월에 복학이다. 그런 그가 자기의 살길을 스스로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되었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부지런한 움직임은 감지되었다. 아마 입대 후부터 준비한 듯하다.
작년 10월, 아들이 휴가를 나와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먼저 침대 카바와 이불을 흰색으로 교체해달라고 했다. 호텔과 같은 분위기가 좋다고 하여 한 달 후, 교체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전세대출에 관하여 물어봤다. 복학 후에 거처를 준비하고 있음이다. 드디어, 아들이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들은 엄마에게 자신이 갑자기 집을 떠날 수도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 말에 엄마는 눈시울이 불거지더니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 물론 아내도 아들과의 이별에 대하여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듣게 되니 한없이 슬펐나보다. 그 후, 알바가 아니라 취업이 되어야 전세대출이 가능함을 알고 취업준비를 했으며 그 날이 바로 전역 날이었다.
아들은 이미 알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누이를 통하여 학습되었다. 딸은 대학교 4학년이던 2005년 8월에 100% 자부담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그 당시에는 딸이 기업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이다.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에 아들은 누이의 이런 행동을 보고 엄마에게 말하길, “엄마, 나는 집에서 오래오래 버티면서 살 거예요”라고 호기를 부리며 말했다. 하지만 아들의 무의식은 이미 누이가 홀로서기를 하는 순간, 자신도 때가 되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역 후 2일이 지난 8일, 저녁에 퇴근하니 아들이 짐을 주섬주섬 싸고 있다. 아들은 지금 집을 나간다고 엄마에게 말한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통보에 엄마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자 아들은 “엄마, 내가 오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올게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쿨하게 이별을 선포한다. 그러면서 “엄마, 내가 한 달에 폰 전화료만 10만원을 내야 해요. 내가 엄마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면 되겠어요?” 라며 오히려 엄마를 위로한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집에 들어오지 않지만 이미 자신이 살 곳도 알아두었다고 말한다. 아마, 친한 친구가 많기에 친구와 살기로 했나 보다. 그리고 9월에 복학하기 전, 전세대출을 얻어서 방을 얻을 계획도 이미 마무리가 된 듯하다. 또한 “아빠, 저 취직되어서 무인도 답사는 가기가 어렵겠어요”라고 말하며 토요일에도 일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8월 본 행사는 가능하면 가도록할께요“라며 아빠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밤 10시에 아들은 엄마와 아빠와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한 후에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나는 아내를 토닥거리며 위로를 해주었다. 가끔 아내는 나에게 아들이 더욱 걱정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아들은 딸보다 내공이 2배는 강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라고 했다. 오늘 아들의 이런 행동은 거기에 부합되는 말과 행동이었다. 사실, 나는 딸이 더욱 걱정되었다. 그런데 딸이 대학교 4학년 8월에 홀로서기를 했다. 이제 아들이 졸업하려면 1년 반이 있어야 한다. 아들은 딸보다 더욱 빨리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새의 알이 부화해서 어느 날 날아가듯 두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아서 저 넓은 세상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두 아이가 홀로서기를 스스로, 자발적으로 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가 있어 가능했다. 무엇보다 두 아이를 자기 주도적으로 키웠다. 먼저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늘 함께하며 응원을 해준 것이 전부다. 또한 명령형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늘,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아들은 6학년 12월 20일의 영어 실력이 ABC만 아는 정도로 형편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바둑을 두었기에 실력은 아마 5단인데 6학년 12월에 프로가 되지 못하고 바둑을 그만두었다.
그래서 “곧 중학생이 될 텐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고 물었더니 영어학원을 보내달라고 한다. 아들은 중학교 1학년이 되던 1월 3일부터 초등학교 1학년과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들은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렸을까? 1월 말이 되니 파닉스가 재미있다고 말한다. 2월이 되니 “아빠, 영어 단어가 저절로 외워져요”라고 말한다. 아들의 중학교 시절은 그렇게 시작했지만 점점 성적이 오르더니 결국 한 번에 대학에 합격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 것처럼, 영어가 필요하니 아들은 스스로 하게 되었다.
내가 두 아이를 잘 키웠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놀이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5,000가지 놀이를 정리할 정도로 많은 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것이 대박이었다. 놀이 속에는 기본적으로 자기 주도성이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면 다양한 ‘아빠 효과’가 있으며, 18가지 인성이 발달했다. 그 18가지 인성은 아래와 같다.
[놀이로 키우는 18가지 인성]
1) 공감
2) 교감
3) 자존감
4) 창의성
5) 사회성
6) 성취감
7) 자신감
8) 도전정신
9) 자유정신
10) 소통
11) 언어발달
12) 리더쉽
13) 배려
14) 질서의식
15) 책임감
16) 몰입
17) 관찰력
18) 집중력
이다.
그렇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하여 세상을 배우고, 놀이를 통하여 다양한 인성이 형성되었으며, 자기 주도성이 형성되었다.
더구나 아들에게는 더욱 강력한 내공이 있으니 바로 아빠와 다는 수많은 여행이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아빠와 200번이 넘게 전국여행을 다녔다. 더구나 둘 만의 여행이 아니라 10~20가족 정도의 커뮤니티 형태로 다녔다. 이 말은 곧 여행 속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관계를 맺을 기회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아빠와의 여행은 늘 즐거웠다. 또한 무인도에서 탈출하기는 6살부터 21살까지 35번이나 다녀왔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날 수 있는 실전 연습을 수없이 했다. 물 만들기, 불피우기, 소금 만들기, 물정수하기, 독사나 벌에 물리지 않는 방법 등 생존에 필요한 것은 모두 배웠다.
아들이 중2 때, 무인도를 다녀와서 말했다.
“아들아, 이제 더는 가르쳐줄 것이 없다. 하산하라”
아들은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추억도 무인도에 있다. 무인도에서 잠을 잘 때, 모래를 잘 고른 후에 돗자리를 깔고 잘 때가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런 아들의 내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중학교 때부터 나타난 탁월한 리더쉽이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두루 들어준 후에 정리해서 이야기를 하면 모두 따르는 형태였다. 이른바 경청을 잘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또 하나는 꿈 점검표이다. 딸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작성했다.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꿈을 적는 방식이다. 아들도 누이와 같이 10년을 작성했다. 관념적인 아이들의 꿈이란 아이의 꿈이 아니다. 부모가 원하는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형태이다. 또는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리만족하는 형태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며, 아이의 꿈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개발한 방식은 꿈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어디에 가고 싶고, 무엇이 먹고 싶은지에 대한 20가지의 체크 표이다. 이것을 할 때, 용돈과 연결을 시켰다. 용돈을 받기 일주일 전, 꿈 점검표를 나누어준다. 그리고 용돈을 받기 전, 제출한다. 그러면 나는 보지도 않고 냉장고 옆에 붙여놓으라고 말하며 용돈을 준다. 내가 항상 말하길,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니 아빠가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냉장고에 붙여놓아라”라고 말했다.
*베이비트리 칼럼: 내 아이의 꿈점검표 점검하셨나요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아이들과 수많은 놀이를 하다보니 늘 아빠와 엄마의 말을 잘 들었고 떼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나는 두 아이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바로 도우미 양육법이었다. 그러다보니 자기주도성이 저절로 향상되었다. 그런 양육과정을 통하여 딸은 4년 전에 홀로서기에 성공했고, 아들도 이제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홀로서기를 하라고 한 적이 없지만 꿈점검표를 통하여 스스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의 양육환경과 부모의 태도는 불안정하다. 무엇보다 점점 아이들이 놀이가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것은 마치 가장 기본적이며, 기초적인 인성교육을 하지 못한 것과 같다. 또한 부모들은 양육이 아니라 사육을 시키고 있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자식이 원하는 생각이나 꿈은 중요하지 않다. 부모가 원하는 삶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으며 따라서 부모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과 반목과 갈등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그 후폭풍으로 학교에서는 폭력과 왕따가 횡횡한다. 또한 사춘기가 되면 가정에서는 비상 상태가 되고, 이어서 ‘중 2병’(사춘기)이 발병하면서 가족관계는 백척간두에 서게 된다.
부모는 왜 자식을 키우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보자. 자식이 태어나서 돌이 되면 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공부는 못해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한다. 그러나 그 말은 5세 전후가 되면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쓰레기로 변하고, 사교육 신봉자로 변신한다. 그리고 사육을 해야 아이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말한다. 설령, 아이의 재능을 발견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부모는 아이의 소질을 인정하지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마는 네가 그것을 좋아하는 것을 인정하고 잘되기를 바래. 그러나 영어와 수학은 꼭 해야돼”라고 말한다. 영어와 수학이란 보험을 결코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의 소질과 재능이 있어도 쉽게 성장하기가 어렵다. 그 영향으로 50만명 공시족 시대가 되었다. 방송되었던 스카이 캐슬이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제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가장 큰 유산은 금전적인 상속이 아니라 바로 아이의 어린 시절이 행복에 있다. 그러려면 당연히 1순위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 놀이를 통해서 부모와 아이가 행복을 누려야 한다. 어린 시절의 행복이 아이에게 각인이 되며, 아이가 성장해서 부모가 되면 또 다시 행복하게 자녀를 키울수 있다. 바로 행복의 대물림이 선순환으로 전개된다.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놀이가 바로 행복의 원천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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