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고학년, 집중력보다는 실행력

김영훈 2018. 04. 09
조회수 2901 추천수 0

세계적인 사람이 되려면 전문적인 숙달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음악가나 미술가들은 창의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숙련된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창의적인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음악을 숙달해야 한다. 탁월한 피아노연주가가 되려면 먼저 피아노를 잘 다뤄야 한다.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라 전문적인 수준에서 숙달돼야 한다. 지식의 기초가 있어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1만 시간 법칙이다. 말콤 그래드웰은 <아웃라이어>를 통해 전문 기술 습득은 선천적인 재능이 아니라 약 1만 시간에 달하는 많은 연습량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였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rayons-1209804_960_720 (1).jpg » 사진 픽사베이.

그러나 1만 시간만 노력하면 아이는 어느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프린스턴 대학교 맥나마라 교수팀은 연습시간과 성과 사이의 관계를 평가하기 위하여 그동안 발표된 영향력 있는 논문에 대한 미터 연구를 시행하였다. 이 연구에 의하면 체스처럼 규칙적인 게임의 경우 연습량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26%로서 상당하였다. 그러나 음악과 스포츠 분야에서는 그보다 영향력이 더 낮아서, 각각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21%와 18%이었다. 특히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서는 연습량의 영향력이 아주 적었다. 교육분야의 경우에는 연습량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고작 4%다. 보험판매, 컴퓨터 프로그래밍, 항공기 조정 같은 직업 분야에서는 그 수치가 더욱 낮아져서 1%가 채 안 된다.

 1.jpg » 연습량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 이미지 김영훈 제공.

아이의 공부에 대하여 말한다면 체스처럼 규칙적이지 않으며, 공부의 특성상 변화가 많기 때문에 연습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른 때보다 한 달 이상 공부를 열심히 하여도 시험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맥나마라 교수팀은 달리기처럼 예측 가능성이 큰 분야, 펜싱처럼 예측 가능성이 중간 정도인 분야, 항공 비상사태처럼 예측 가능성이 낮은 분야를 기반으로 기존의 논문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 예측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에서는 연습이 성과에 24%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예측 가능성이 중간 정도인 분야에서는 이 수치가 12%로 감소하고, 예측 가능성인 작은 분야에서는 겨우 4%밖에 안 되었다.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질수록 연습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분야일수록 실행력이 위력을 발휘한다


사실 공부라는 것은 예측 가능성이 적은 분야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를 잘하려면 집중해서 반복하고 연습에 의해서 보다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계획을 하면서 공부를 하여야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성적을 올리려면 과제 개시와 주의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시간 관리, 정리 및 조직화, 계획하기, 우선순위 등이 성적을 높이는 데 더 중요하다. 말하자면 집중력보다는 실행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아이의 뇌, 특히 실행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을 잃어버린다. 뇌과학적으로는 계속 사용하는 뉴런은 살아남지만, 잘 쓰이지 않는 뉴런은 그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실행력도 반복해서 자주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공부할 때 실행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습하는 아이들은 자기 주도성이 생길 뿐 아니라 자기 조절력과 문제해결력이 높아져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들이 정리 및 조직화 능력과 계획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은 집이나 학교에서 물건을 잘 챙기고 노트 필기를 깨끗이 하고 항상 책상을 말끔히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교사들은 아이들이 일정을 지키며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하는 장기과제를 내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차 제약이 적은 자유 과제를 내어줌으로써 아이들이 스스로 초인지와 융통성을 살려서 주어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외울 것도 많아지지만 과목별로 수업방식, 노트 정리 방식, 과제 제출 방식들이 교과서에 따라 제각각으로 달라진다. 작업기억 및 계획하기, 정리 및 조직화, 시간 관리 능력에 대한 요구도 훨씬 커진다.

i-am-a-student-1412778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첫째 기본적인 실행력을 키우자.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기대되는 능력은 알림장 꾸준히 쓰기, 숙제 및 준비물 잘 챙기기, 공부를 위한 계획 세우기, 일정표 만들기, 숙제 방법 및 소요시간 계획하기, 준비물 및 소지품 잘 챙기기 등이다. 이런 기본적인 능력을 키우는 데는 교사보다 부모의 역할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중요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필요한 실행력은 학교에서 필요한 실행력만큼이나 많기 때문이다. 방 청소에서부터 감정 조절하기, 예고 없이 계획이 바뀌었을 때 적절히 대처하기, 물건 잘 챙기기 등도 부모가 챙겨야 할 기본적인 실행력이다. 학교에서는 교사 한 명이 20~30명의 아이를 맡기 때문에 모든 아이에게 일일이 신경을 써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가 한두 명의 아이를 신경 쓰는 편이 훨씬 더 쉽다.


둘째일과 및 일정을 정한 후 아이에게 알려주자.


부모는 아이가 언제 무슨 일을 할지 파악하고, 그 일들을 일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특히 식사시간, 잠자리에 들 시간, 집안일 및 숙제하는 시간 등과 같이 매일같이 하는 활동들을 아이와 같이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특정 시간이나 특정 활동 시간을 정해놓는다면, 아이들은 적어도 그 시간에는 부모의 말을 들어야만 한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부모가 아이의 일정을 미리 지정해둔다면 아이는 비교적 순순히 이를 받아들이게 되고 큰 저항 없이 따르게 된다.


셋째아이와 협상을 하자.


아이는 부모와 협상을 하고 나면, 그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대신, 하고 싶은 일이라고 느끼도록 해줌으로써 자동으로 “하기 싫어”라고 말하는 습관을 줄일 수 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고 싶은 일로 바꿔주는 과정을 할머니의 원칙이라고도 하는데, 할머니들은 아이가 어떤 일을 마치면 직접 구운 맛있는 초콜릿 칩 쿠키를 먹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아이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해내도록 능숙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넷째적절하게 도움을 주자.


지나치게 도와주거나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를 지나치게 많이 도와주면, 아이는 그 일에 결국 성공하긴 하지만 혼자서 그 과제를 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데는 실패할 수 있다. 반면에 도움을 제대로 주지 않아도 아이가 결국 그 일에 실패하는 동시에, 혼자서 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르지 못한다. 자기주도성이 생길 수가 없다.


다섯째원인과 결과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중요시하라.


실행력은 일이나 과제를 해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아이가 원인과 결과를 스스로 느끼고, 그 일의 중요성과 왜 그런 방식으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등 주어진 상황에 대해 이해를 잘할수록, 이러한 정보들을 활용하여 스스로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거나, 다른 사람이 지시한 과정을 따를 수 있는 동기를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 약을 안 먹으면 네 인두염이 다시 더 심해질 거야”라 든가, “자전거를 밖에 세워두면 비가 올 때 녹이 슬 거야.”라는 식으로 이유를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여섯째말해주기 전에 먼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라.


“이런 혼잡한 상황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니?”라고 물어서 상황에 대한 인식과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자. 혹은 “과학 프로젝트 때 어떻게 했어야 좋았겠니?”라고 하여 이미 행한 일에 대한 스스로 피드백할 기회를 주자. “다음번에 어떻게 행동해야 네 친구가 일찍 집에 가겠다고 하지 않겠니?”라고 물어봄으로써 다가올 상황을 예측하여 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엄마가 밤에 널 자라고 하지 않고, 네가 원하는 만큼 깨어 있게 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처럼의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아이가 추측하고 유추하게 하는 것도 실행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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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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