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서 아이들과 놀아주세요

2011. 05. 17
조회수 20816 추천수 0

db7c5447d005c3cc8797dbfab5cd089d.[서천석의 행복육아] 

  

아이들과 논다는 것은 어느덧 비일상적인 행위가 되고 말았다. 예전의 부모들도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힘든 노동 속에 살았다. 그러나 일상에는 아이와 공유하는 시간이 충분했고, 많은 놀이가 있었다. 들에 나가 풀피리를 만들어 주고 같이 고누를 놀았다. 여름이면 멱을 감고, 겨울에는 연을 날리는 아빠가 특별한 부모는 아니었다. 해가 지면 가족을 비추는 것은 어두운 호롱불이나 달빛뿐이지만 엄마는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위아래가 분명하고, 때로는 가혹하게 아이들을 대하던 시절이지만 부모와 아이는 일상과 놀이를 공유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더 풍족하며, 장난감도 더 많다. 부족한 것은 부모의 여유 있는 마음과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뽀로로 장난감에 지갑을 여는 부모들은 많지만, 아이와 함께 뽀로로의 주제가를 부를 수 있는 부모는 얼마 없다. 과거에는 놀이를 통해 부모 세대의 문화가 아이들에게 전승됐다. 요즘은 놀이가 아이들 문화에서 부모를 오히려 소외시키고 있다. 부모는 돈을 쓸 뿐 함께 놀 방법을 모른다. 그저 아이가 잘 놀고, 잘 자라겠지 믿을 뿐이다. 가장 소중한 돈을 썼으니까.


심순애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준 김중배가 이수일을 이겼기 때문일까? 아이에게 멋진 장난감을 사주고, 화려한 놀이동산을 체험하게 하면 아이가 부모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의 연애에서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상대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명품 선물로 무장한다고 해도 뒤통수 맞을 확률이 높다. 요즘의 많은 부모들 역시 아이들에게 몇 년 뒤 뒤통수를 맞으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고 요즘 부모들이 아이에게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비하면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감독하고, 데려다주고, 계획하는 일이다. 엄마들은 아이 키우면서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정작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아이와 즐겁게 놀며 시간을 보내는 엄마는 얼마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놀이는 자기 혼자 하는 것이고, 공부는 부모와 같이 하는 일이다. 결국 부모와는 괴로운 것을 함께 하고, 즐거운 것은 자기 혼자 한다. 강아지에게 혼자 있을 때는 맛난 먹이를 주고, 사람과 같이 있으면 맛없는 먹이를 주는 실험을 한다고 해보자. 그 강아지는 혼자 있고 싶어할까,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할까? 비록 강아지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맛없는 먹이만 먹어야 한다면 사람을 피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부모를 좋아하지만, 부모와 같이 있는 순간이 늘 괴롭다면 점차 부모를 피하게 된다.


아이들과 일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이들과 잘 놀아줄 필요는 없다. 그냥 놀면 된다. 화끈한 이벤트와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터이니 싱거운 쪽이 더 낫다.


놀이동산과 각종 체험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신나고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더 필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의 놀이이다. 저녁이면 앉아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어릴 때 하던 놀이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아이가 하는 놀이에 맞장구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부모 역시 이런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면 부모의 표정이 아이에게 전달된다. 아이가 밝게 자라지 않을 수 없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 자녀의 상상 속 친구갖기, 걱정보다 격려를 자녀의 상상 속 친구갖기, 걱정보다 격려를

    | 2011. 05. 03

    [서천석의 행복육아] 만 5살이 되기 전의 아이가 상상 속의 친구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동인 경우엔 좀더 흔하다. 존 버밍햄의 그림책<알도>에서 외로운 주인공에겐 알도라는 상상 속의 친구가 있다. 알도는 주인공의 좋은 친구가 되...

  • 손가락 빨기, 말릴까 말까손가락 빨기, 말릴까 말까

    | 2011. 04. 19

    [서천석의 행복육아] 손가락을 자주 빨면 이가 잘못 나고, 감기도 자주 걸린다는데 어떻게 멈춰 주냐는 돌잡이 부모의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손가락을 빨면 애정결핍이냐는 걱정도 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 손가락 빨...

  • ‘부드러운 거절법’ 거울 앞 연습을‘부드러운 거절법’ 거울 앞 연습을

    | 2011. 04. 05

    [서천석 행복육아] 즐거운 거절이란 아마 없을 것이다. 거절이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음이 불편하다. 요구를 하는 사람은 분명 필요해서 요구를 한 것이겠지만 부탁을 받은 사람은 또 나름의 입장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 불안한 아이 달래는 4가지 방법불안한 아이 달래는 4가지 방법

    | 2011. 03. 22

    [서천석의 행복육아] 이웃 나라의 지진으로 모두의 마음이 편치 않다. 그곳의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마는 보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도 불안 반 안타까움 반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연일 계속되는 지진 소식에 ...

  • 야단은 아이를 고치지 못한다야단은 아이를 고치지 못한다

    | 2011. 03. 11

    [서천석의 행복육아]  직업이 소아정신과 의사이다 보니 아이 키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다. 그럴 때면 “아이를 야단치지 말라는 거죠?”, “무조건 말을 들어주라는 이야기네요” 하며 단정하는 분들이 있다. 때로는 한참 말을 듣다가 ...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