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거절법’ 거울 앞 연습을

2011. 04.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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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행복육아]


즐거운 거절이란 아마 없을 것이다. 거절이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음이 불편하다. 요구를 하는 사람은 분명 필요해서 요구를 한 것이겠지만 부탁을 받은 사람은 또 나름의 입장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부모에게 요구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해달라는 것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겐 능력이 없고 결정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았다.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는지 판단하기도 어려우며 부모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아이는 요구하고, 그에 대한 부모의 반응을 보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욕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결국 부모의 할 일은 좋은 거절일 수밖에 없다. 좋은 거절이란 어떤 것일까? 아이가 느낄 때 자기 자신이 거절된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요구한 내용이 거절당했다고 느낀다면 성공적이다. 비록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하지만 부모가 자기를 배척하거나 미워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주면 좋은 거절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좋은 거절이 어려운 이유는 부모인 우리들 역시 좋은 거절을 당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매정하게 거절당하고, 그것을 원망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픈 기억은 우리를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거절당할까 두려워 요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다. 거절은 상처의 기억과 붙어 있으니 평소에는 떠올리지 않는다. 이처럼 경험을 해본 적이 없고 배워본 적도 없으니 막상 거절할 때가 오면 지나치게 매몰차거나 지나치게 유약하다. 냉온탕을 반복하며 자책하는 부모도 흔하다.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을 꼭 갖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가 있다. 미리 조르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막무가내다. “벌써 몇번째인 줄 알아. 당장 이리 안 와!” 이런 말보다는 “눈에 보이면 자꾸 갖고 싶지. 하지만 엄마는 약속을 지켜야 해. 약속 안 지키면 엄마는 나쁜 엄마야.”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아이에게 책임을 지우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원칙을 가르치는 거절이다. 그래도 아이가 울면 어떻게 할까? 화낼 필요도 없고 짜증낼 필요도 없다. 번쩍 들어서 “가자. 보면 더 속상하구나.” 말하고 자리를 벗어난 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미소지어 준다.


부드러운 거절은 연습을 하면 늘 수 있다. 자신이 어제 아이에게 했던 거절의 말을 떠올려 보자.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말은 없었는지 적어 보자. 적은 내용을 거울을 앞에 두고 연습해 보자. 어색하면 바꾸고 아이의 반응도 예상해 본다. 매일 10분 정도 꾸준히 노력하면 자기와 자기 아이에 맞는 부드러운 거절법이 나온다. 그래도 감이 안 오는 분들에게는 이런 방법도 있다. 자기가 생각할 때 거절을 당했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순간을 떠올려 보자. 그때 상대의 반응을 흉내내는 것도 좋다. 부드러운 거절의 구체적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이마다도 다르다. 유머도, 미소도, 단호함도, 마음읽기도 모두 가능하다. 아이를 존중하면서 원칙을 만들어가는 것. 이 한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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