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특강

[부모특강] 통합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5가지 조건

양선아 2013.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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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가정:외도=공교육:사교육 - 이승욱 공공상담소 소장 ]






1.jpg » 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가 지난 5월 16일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북구청.


“외도를 하는 여성들이 제게 고민을 털어놓는 메일을 보냅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이런 분들을 보면 이혼을 고려하지 않아요. 그 분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나서 행복해졌다’ ‘아이들에게 짜증을 덜 내게 됐다’ ‘남편에게 더 잘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가정은 지키고 싶다고 얘기하죠. 혼외 관계에 대해 옳다 그르다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가정이 중요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데, 가정을 지킬 수 없는 행동으로 가정을 지킨다’는 겁니다. 주객이 전도된 삶이죠. 본말이 전도됐죠. 그런데 이런 현상이 교육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에서 ‘인증’받기 위해 사교육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학교에서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학원에 다녀요.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잠만 자고, 학원에서 반짝반짝해요. 학원 선생님을 학교 선생님보다 더 좋아해요. 공교육을 지키려고 하는데, 공교육을 지킬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지요.”
 
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정신분석 클리닉 ‘닛부타의숲’ 원장)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한겨레-성북구청 부모특강’ 마지막 강연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 주제는 ‘가정:외도=공교육:사교육’이었고, 400여명의 청중들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 속에서 강연을 경청했다.
 
이 교수는 강연에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된 인간으로의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성북구 부모특강’의 전체 강연 주제가 ‘정서 지능’이지만 사실 아이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정서 지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지, 정서, 관계, 운동 등 모든 지능이 통합되고, 아이가 자기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가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 스스로도 자식을 키우면서 다시 재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교수는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면서, 본질을 외면하고 주변의 것에만 관심을 기울여서는 결코 부모든, 아이든 통합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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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이를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부모는 어떤 본질적인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까? 이 교수는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신뢰 △인정 △자율성 △근면성 △방황/부정과 같은 5가지를 제시했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에게 있어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존재는 희망이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내지 못한다.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라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희망은 어떻게 생길까? 이 교수는 “나에 대한 신뢰와 타인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들이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수유 방식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젖을 먹는 것은 아이에게 생존이 달린 문제이며, 엄마는 아이의 생존권을 지닌 사람이다. 특히 생후 6개월까지 아이는 엄마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한다. 이때 엄마가 아이에게 절대적 신뢰감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한데, 수유를 줄 때 일관성이 있느냐 여부가 그 신뢰의 기초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젖을 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2~3시간 마다 규칙적으로 주는 방식이 있고, 아이가 원할 때마다 주는 방식이 있다. 두 가지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고, 무엇이 더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가장 나쁜 수유 방식은 이 두 방식을 혼합해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신뢰는 예측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형성될 수 있는데, 엄마가 수유 방식을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아이는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체력과 면역력”이라며 “신뢰감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적인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엄마들은 수유 방식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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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 특히 엄마의 인정이 필요하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최초로 말하는 단어는 ‘엄마’다. 그만큼 엄마는 아이에게 있어 최초의 타자이며, 존재의 집이 된다. 이 교수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 없다”며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봤느냐에 따라 아이가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느냐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간은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는 표현을 쓰면서 “내가 아이를 평소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면 아이는 스스로를 사랑스런 존재로 생각하고, 만약 쳐다보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스스로를 없는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응시의 기억은 의식화되지 않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몸 속에 저장돼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서 또 자율성을 획득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직립 보행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면서 세상을 탐험한다. 이것은 인간의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는 어떤가? 구획이 나눠진 아파트에서 통제된 삶을 살아간다. 또 많은 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 아이를 통제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자율성의 씨는 말라간다. 이 교수는 “심리학자들이 한국의 가정에서 2~3살 된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하는지 조사해봤더니, “안돼”“하지마”와 같은 금지 명령어를 60~70%나 쓴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시기에 자율성의 근간이 잘 마련되지 않으면 이런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아이들이 싸우고, 담배를 피우는 등 일탈 행동을 하는 것으로 상담실을 많이 찾았다면, 요즘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무기력함 때문에 상담실을 많이 찾는다. 심리학자들은 2~3살의 시기에 자율성이 씨가 말라서 그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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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심리학적으로 자율성의 시기가 지나 초등학교 시절이 되면 성장을 위해 어떤 것들이 가장 필요할까? 이 교수는 “학령기 시절의 아이들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스스로 과제를 다 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을 근면성이라고 부르는데, 부모들이 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수학 점수를 68점 맞았다고 하자. 그 아이는 열심히 공부를 해서 다음 시험에 80점을 맞았다. 그렇다면 아이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부모라면, 아이가 최선을 다해 80점을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칭찬을 해줘야 한다. 그 노력에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왜 100점을 맞지 못했지?”라고 아이에게 묻는다. 100점을 맞아 가면 어떤 엄마는 “시험이 쉬었나 보지? 100점 맞은 사람 몇 명이야?”라고 묻는다. 이렇게 과제를 잘 했느냐 여부에 따라 평가를 하면 아이는 절대 자신의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아이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 교수는 “평가와 인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제를 잘 했느냐에 따라 평가를 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더라도 끝없는 열등감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괴로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은 그냥 인정해야 할 존재이지, 평가를 해서 잘 하면 칭찬을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부모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방황의 시기, 부모를 부정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중학교 2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한마디로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시기다. ‘사회적인 신생아’가 되는 시기다.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이 시기를 잘 견디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한다. 또 부모의 뜻대로 아이를 이끌어가려 한다. 이 교수는 “아이들과의 관계는 파탄이 나도 공부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성적이나 평가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성적이나 평가를 버리고 부모들은 아이와의 관계를 그냥 기꺼이 즐기고, 아이들에게 언제라도 돌아와 쉴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을 듣는 청중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농담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이 교수의 강연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아~’라는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아이가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일까요? ‘엄마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 ‘엄마가 참 행복해’라고 말할 때라고 합니다. 내 옆에 있는 존재인 아이를 마음껏 즐길 수 없고, 기꺼이 즐길 수 없고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면, 저는 그것이 외도라고 생각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삶, 본질을 죽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를 그냥 있는 그대로 즐깁시다.”
 
이 교수는 주객이 전도된 삶이 아니라 본질 그 자체를 추구하는 삶을 재차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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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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