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특강

0.42% 확률의 도박, 서울대 `죄수 딜레마'

양선아 2013. 04. 22
조회수 2830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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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불안을 넘어 함께하는 교육으로 - 하태욱 복음신대 평생교육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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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험생 80만명 중 일류(SKY)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1만명(1.25%)입니다. 그중 서울대 입학생은 3500명(0.42%)인데요. 0.42%의 확률이 어느 정도의 힘든 것이냐 하면, 프로야구 5경기 결과를 연속적으로 맞힐 확률이라고 합니다. 이런 확률을 우리는 뭐라고 부르나요? 도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서울대에 보내려는 것에 대해서는 도박이라고 말하지 않지요. 그러면서 우리는 도박에 우리 아이들 삶을 겁니다.”

하태욱 복음신학대학 평생교육복지학과 교수(대안교육연구소 소장)가 부모들의 헛된 욕망에 대해 꼬집었다. 18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한겨레-성북구청 부모특강’ 네번째 강연이 열렸다. 강연 주제는 ‘불안을 넘어 함께하는 교육으로’였고, 350여명의 청중이 진지한 모습으로 강연을 들었다.

facebook1.jpg »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강연중인 하태욱 교수.하 교수는 우리 사회 부모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효과 없는 사교육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경제 이론의 하나로, 각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해 선택했으나 사회 전체로 봤을 때는 최악의 결과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험에서는 두 범죄자가 경찰에 잡힌다.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다.

 

경찰은 죄수를 각각의 방에서 개인심문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걸며 심문한다. 두 범죄자 둘 다 혐의를 부인하면 각각 1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한 사람만 혐의를 부인하고 한 사람이 자백하면, 검사에게 협력한 사람은 즉각 석방하고 배신한 사람은 9년형을 선고받는다. 만약 두 사람이 자백하면 각각 5년형을 선고받는다. 이럴 때 범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범죄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둘 다 자백하고 만다. 왜냐하면 내가 혐의를 부인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혐의를 부인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부모들도 사교육이 큰 효과 없다는 것 다 안다. 그런데도 사교육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나만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내면 혹시 우리 애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누구도 사교육을 없애지 못하고, 갈수록 사교육은 고액화, 양극화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를 하고 있다. 또 초등학생 10명 중 3명이 가출을 하고 싶어하고,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이렇게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왜 그토록 우리들은 불안할까? 하 교수는 자신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불안이 우리 일상을 어느 정도나 지배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저는 아이에게 ‘대안학교 다닐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싫다는거예요. 왜 싫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나는 노숙자가 되기 싫다. 대안학교는 공부를 안하지 않느냐’라고 말하는거예요. 대안교육 전문가라는 하태욱의 아들이 대안 교육을 받으면 노숙자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더군요. 아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공부를 안하면 지하도에서 박스 덮고 자는 아저씨가 된대’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였습니다. 아이들이 사회에서 이런 불안감을 학습하고 삽니다. 사회로부터 오는 불안감이 늘 우리를 엄습하지요.”
 
하 교수는 많은 부모들은 옆집 아줌마가 “어쩔라고 그래”라고 하는 한 마디에, 또 끊임없이 ‘너는 무슨 차 타니? 너는 어떤 아파트에 사니? 너는 무엇을 먹고 사니?’라고 묻는 광고나 타인의 물음에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부모들은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같은 판타지를 즐기고, 길을 걸어가 때 10초마다 볼 수 있다는 ‘10초백’을 사는 등 소비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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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게 해서 불안감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일까? 하 교수는 그렇게 불안감을 해소하면 불평등과 차별은 여전하고, 가진 자들은 자신들을 못 가진 자들과 끊임없이 구분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불안감은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부모도 아이도 진짜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다음과 같은 불편한 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사회학자, 교육학자, 미래학자 등 다양한 학자들이 모인 미국의 ‘21세기위원회’에서는 21세기를 살아갈 인재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협동심, 소통력, 자발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서울대 취업지원실에서 각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우리 학교 출신 학생들에게 부족한 자질 세 가지를 꼽아달라’는 설문을 했는데, 협동심과 소통력, 자발성이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0.42%의 도박을 멈추고,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흥미와 본능을 믿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신의 흥미와 본능을 믿고 멋지게 인생을 개척한 사람의 예가 바로 스티븐 잡스다. 스티븐 잡스는 대학 중퇴자다. 그는 대학 졸업식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 가 연설을 했다. 하 교수는 자녀와 함께 꼭 스티븐 잡스의 연설문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며 일부 구절을 소개했다.
 
“흥미와 본능에 따라 선택한 경험들은 나중에 소중하게 쓰였습니다. 당시에 활용가치가 있어 보였던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경험들이 소중했지만 그걸 바라고 경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자신의 흥미와 본능을 믿으세요. 그리고 안주하지 말고 무모해 보이더라도 도전하세요.”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스펙’이 아니다. 하 교수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 스펙을 따져가며 아이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학교에 대한 신화도 버려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21세기 교육은 아이들을 박스 안에 가두고 잘라서 똑같이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하고 멘토링과 실습을 통해 자기 길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정상에 가장 먼저 도달한 사람은 인간성을 갖춘 사람이었다. 협력해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협력하려면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부모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내 앞에 올라가는 사람을 죽이고 사다리를 올라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길을 걸어가고 있고, 세상에는 다양한 길들이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면 행복한 삶이 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내 아이를 무엇으로 만들겠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아이가 어떻게 살아갔으면 좋을지를 생각해보십시요. 그리고 먹고 사는 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들 스스로 협동의 공동체인 마을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시고 행동하세요. 그런 행동과 실천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더 밝게 하는 길입니다. 0.42% 도박은 당장 멈추세요.”
 
하 교수는 부모들이 먼저 좀더 다양한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리/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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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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