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빠없이 우리 셋이 저녁을 먹는구나

설겆이도 끝내고 든든하게 후식을 챙기고 너희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가 뭘하는지 궁금해하며 읽어봐도 되냐고 말하는 너희들 예전엔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는 것이 싫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드러내서 그런지 읽든 읽지 않든 별 생각이 없구나

우리가 만난지도 10여년이 되어가는 구나

다른 엄마아빠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사랑했고 같이 있으면 행복해서 결혼을 했단다

그리고 우리둘에게너희들이 찾아와 넷이 되었지

독신주의엄마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결혼을 하고 너희들이 짜잔 나타나니 뭘 할 시간이 없더구나 둘을 낳기로 한것도 20개월 차이나는 것도 엄마아빠가 계획했던 것인데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지 밤잠많은 엄마에게 갓난아기 키우는 것은 너무 힘들었어

 아빠말고는 도와줄 사람이 없는데 친구 좋아하고 일 많은 아빠는 시간도 여유도 없었지

 엄마에게는 소중한 아이들인데 아빠는 그저 다른 가족처럼 그냥 시간지나면 생기는  또하나의 식구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지 알고 보니 아빠도 처음해보는 노릇에 겁나고 뭘 몰랐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건 모르면 배워야하는데 아빠는 절로 아빠가 된다고 생각하시더라 너희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많이 싸웠다 지금 너희가 서로 툭 장난치곤 "누나가 때렸다" "경웅이가 먼저 때렸다"하고 " 내건데 누나가 가져갔다." 레고 같이 갖고 놀고선 치울땐 어딘가로 사라지고 "니가 먼저 하자고 했으니까 니가 치워!"하며 하루에도 몇번이나 엄마 머릿속을 헝클며 골치아픈 판결을 부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는 싸우는게 싫었고 책으로 뭐든 배우려던 엄마는  육아서에 나오는 대로 너희들 앞에서 멋지게 화해하고 싶었는데 그땐 왠지 잘 안됬어 엄마아빠 둘다 초보라서 한 실수인데 별거 아니었는데 지기가 싫었다 지금의 너희들처럼

그때 꾹 참다가 참다가 팡하고 터지지 않고 여지껏 함께 살아준거 고맙다고 아빠가 술한잔하고 말할때 진작 좀 그러지 하고 말하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알아줘서 너무 고맙단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이것저것 장난감얻어오고 책도 주워오고 옷 얻어입히고 책상주어오고 하는 것 뭔지 모르다가 이제 제법커서 싫을 법도 한데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직 생명이 남은 물건들을 소중히 다뤄줘서 그렇게 아낀돈으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거야 하고 말할 때 이해하고 따라줘서 너무 고맙다 엄마만 그렇게 생각하고 노력했으면 얼마 못하고 지지리 궁상맞다고 우울해 했을텐데 말야. 이젠 책장 한쪽 모서리를 잡고 도와주고 주워온 책들 정리하며 신나게 읽어주니 자꾸 책주어서 어디쓰냐고 경비아저씨한테 잔소리들어도 끄떡없다. 옳을 일을 당당하게 할수 있도록 도와준 너희들 엄마는 너희들이 없을 땐 정말 아기였다는 생각이든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것을 몸으로는 실천하지 못하고 좋은 일을 해도 창피하고 어설펐는데 지금은 얼마나 당당해졌는지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큰 차이를 엄마 스스로 인정하고 많이 겸손해졌단다. 너희들에게 알려주려고 수학도 공부하고 영어도 공부하는 바람에 엄마 학교다닐때 보다 더 똑똑해진것 같아서 뿌듯해.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시간 없지만 아쉽지 않고 날마다 더 좋은 사람이 되야지 다짐하고 아빠랑도 빨리 화해하게 되는것 엄마가 이렇게 노력하면 너희들도 그렇게 자라줄것 같아서 지금은 조금 어렵게 살려고 한단다. 몽둥이 들고 험한소리하면 엄마가 너희에게 바라는 일 좀더 빨리 하겠지 기다리는 일이 지칠때는 그런 적도 있었지만 그러고 나면 너무 마음이 무거웠단다 나한테 태어나지 않고 더 좋은 엄마한테 태어났으면 좋은 환경에서 사랑받으며 좋은 교육받았을텐데 싶어 너무 미안했지 아주 많은 육아서를 섭렵하면서 잊고 또 읽고 잊고 또 읽고 남은 것이 있다면 너희를 하나의 어른으로 대하라는 것이었단다

 어른인 나보다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부족한 아이라 생각하면서 잘 하는 옆집아이를 쫓아 울든 말든 몰아세우고 화내고 이렇게 하라 끌고가고  그런데 엄마맘대로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더라 엄마나 너희는 그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 그리고 화가 날땐 잠시떨어져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조금 기다려주니 그것도 연습이 필요한지 우리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같아 그렇지 않니 엄마 요즈음은 화 그렇게 자주 많이 안내지?

 그럴 시간에  너희들이랑 그림보러 다니고 산책하러 다니고 운동하러 다니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나무들이랑 청솔모랑 새들보면서 느리지만 쉬지 않고 가는 재미를 알게 되었단다. 서로 상의해서  꼭 해야할 것들 몇가지만 남기고 다른 것들은 더 욕심내지 않기로 했지 그리고 불안해 하지 않고 찬란한 내일보다 행복한 지금을 선택하기로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쉬지 않고 노력하기로 그러다 보면 우리가 돌아다볼 지나온 길이 생기겠지 더 많이 노력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엄마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주고 따라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얘들아 너희들이 엄마 아이들이어서 너무 고마운 밤이다.

아빠는 11시가 넘었는데 아직 퇴근을 못하셨단다. 엄마가 대신 기다리고 있을테니 걱정말고 편히 자렴 우리가족 지금처럼 항상 건강하길 바라며 긴 글 이만 줄여야 겠다. 벌써 잠들었지만 좋은 꿈꾸어라 언젠가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 할 거냐는 질문에 아빠랑 다시 결혼은 하겠지만 너희 둘은 생각해볼께라고 새침하게 대답했는데 너희와 함께라서 얼마나 행복한지 말해주고 싶다 다시 태어나면 엄마가 너희 아이들해줄께 너무 많이 혼내지는 마라

내일 아침 깨울때도 오늘처럼 짜증내지 말길 바라며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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