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딸 예원아

 엄마는 가끔 엄마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하단다.

어제는 우리딸이 너무 좋아하는 작은엄마, 작은아빠의 결혼식이었어.

특별한 날에 예원이가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며칠전부터 엄마는 생각이 많았어.

예식장에 갈 때 어떤 옷을 입히고 머리는 어떻게 묶어서 데리고 갈까??

친척 어른분들 많이 뵙는 중요한 날이잖니. 어려서부터 엄마 껌딱지였던 우리 예원이는 낯가림이 심해서 친척분들 만나는걸 많이 두려워했었거든. 그래서 어른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한번 한 적 없고 엄마 품에 안겨서 울거나 엄마 치마 뒷자락에 숨어서 얼굴을 파묻기 바빴어. 그런데 이제 다섯 살이 되었고 또 나름대로 많이 씩씩해진 것 같아서 네가 그분들에게 예쁨 받는 모습을 상상해봤던 것은 사실이란다. 그래서 또 엄마가 중요한 것을 놓쳤네.

어제 바쁜 와중에 네가 평소에는 너무 좋아하던 분홍색 드레스를 안입으려고 발버둥치는데... 엄마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 그렇게도 좋아하던 옷인데, 다른 옷은 준비도 안해놨는데 안입으려고 하면 이제와서 어쩌자는 건지.. 바로 나가야 하는 시간인데 안입겠다고 버티고 서있는 너에게 결국은 소리를 지르고 울리고 정신이 어떻게 된 것 아니냐는 막말까지 했어. 너는 결국 울고 엄마는 니 손 붙잡고 밖으로 끌어 내려고 잡아당기고.. 아빠가 말리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이 안된다. 결국 아빠의 침착한 설득에 넌 그 분홍 드레스를 입고 차에 타서는 아빠 무릎에서 울다 지쳐 잠이 들었어. 니 옆에서 가지 않으려고 일부러 엄마가 운전을 하면서 엄마는 그 때까지도 네 마음을 헤아리키는커녕 예식장에 늦으면 어떻게 하나, 머리도 못 묶고 저렇게 잠들고 일어나서 낯선 분들 보고 울면서 숨기만 하면 부모 입장에서 참 곤란할텐데.. 그런 생각만 하면서 운전하다가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서 가다가 u턴까지 했지 뭐니. 오늘 일진이 왜 이런가 하는 생각에 또 화가 났고.

그런데 한숨 자고 일어나서 예식장에서의 예원이는 너무도 씩씩하고 예쁜 모습이었어. 수십명의 하객들에게 꾸벅 인사도 잘하고 싱글벙글 예쁘게 웃으면서 아침 일은 싹 다 잊고 웃으면서 내게 말거는 너의 모습에 엄마는 정말 너무 미안하고 창피한 생각까지 들었단다. 엄마는 다른 걱정만 하느라 일찍 일어나서 너무 졸리기도 하고 치렁치렁한 그 옷대신 단정한 다른 원피스를 입고 싶었던 너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야. 너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고 엄마의 소속품인것처럼 생각해서 그런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엄마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가끔 엄마가 화나서 소리지르거나 침묵할 때 눈치를 보는 너, 네가 먼저 엄마에게 말 걸어 오는데 오히려 못난 엄마가 너의 화해 신청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삐쳐서 몇십분동안 말도 안하고. 그러고나면 너보다 삼십년 넘게 더 산 엄마가 더 어린아이 같고 철없는 것 같아서 자책하면서 괴로워 하고 그로 인해 하루종일 기분이 안좋아서 너까지 재미없는 하루를 보내도록 만들게 되고.. 에휴

이렇게 쓰다보니 미안한 마음은 백배로 커져가고 또 그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편지로 이렇게 정리해보니까 네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마음속으로 정리가 잘 되는 것 같네~

조금 있으.면 네가 일어날 시간이야. 오늘은 예원이를 쳐다보면서 정식으로 어제의 일을 사과해야겠어.

엄마가 어제 예원이 마음을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많이 속상했었겠구나. 사과할게. 어제 예원인 너무 예쁘고 씩씩했어. 엄마가 괜한 걱정을 했어. 앞으로는 엄마가 예원이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많이 부족한 엄마에게로 와준 예원아. 항상 고맙고 사랑해... ”

이렇게 얘기해야지. 얼른 잠에서 깨어나서 웃는 얼굴로 내게 달려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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